아토피로 고생한 청년이 천연재료 입욕제 개발…피부 자극 적어 인기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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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30 07:53  |  수정 2019-03-30 07:53  |  발행일 2019-03-30 제13면
■ 화장품 전문기업 제이엔디코스메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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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거품이 구름처럼 뭉게뭉게 퍼지는 버블바 입욕제. <제이엔디코스메틱 제공>

지난달 대구의 청년 실업률은 9.1%로 전국 평균(8.3%)에 비해 0.8%포인트 높다. 청년 실업 등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노력하고 있지만 걸림돌은 한둘이 아니다. 대구는 23년째 인구 순유출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유출인구의 절반이상은 20·30대다. 서울로 떠난 청년 10명 중 9명은 “일자리가 없어서 떠난다”고 말했다. 대구지역의 직장인 1인당 평균 연봉이 전국 최하위권이라는 것만 봐도 그 이유를 짐작하고 남는다. 창업 현실도 녹록하지는 않다. 창업 시장에서 청년 실패 사례가 부지기수다.

이런 가운데 지역의 취업 시장에서 쓴맛을 보던 청년이 화장품 전문회사 ‘제이엔디코스메틱’을 설립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천연 입욕제로 월 매출 2천500만원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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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원 제이엔디코스메틱 대표

박종원 제이엔디코스메틱 대표(29·사진)는 천연재료로 만든 입욕제를 제작, 판매한다. 박 대표가 제작한 입욕제는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한약재 부산물과 천연유래 성분이어서 피부 자극이 적기 때문이다. 화장품 관련 업체 등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요청이 쏟아지고, 해외 발주로 간접 수출도 하고 있다.

주문량이 크게 늘어 최근에는 성서산업단지에 198㎡(60평) 규모의 공장도 지었다. 이곳에서 그는 직원 2명과 함께 입욕제를 생산 중이다. 월 매출은 2천500만원에 달한다.

어엿한 청년 사업가인 박 대표에 불과 2년 전만 해도 취업 시장에서 고배를 마시던 취업준비생이었다. 그는 2016년 캐나다에서 1년간 유학하며 무역회사 인턴생활을 했다. 귀국한 뒤 취업 전쟁터에서 대형 유통업체 등에 수차례 입사 지원했으나 낙방했다. 이후 창업 시장으로 눈을 돌렸지만 집안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부모님은 청년 창업의 실패 사례가 속출한다며 박 대표를 말렸다.


유학생활 중 외국 욕실문화서 ‘힌트’
회사 설립 후 6개월간 연구에만 매진
유튜브 통해 제작방법까지 익히기도

귀국 후 취업좌절 겪자 창업에 도전
성서산단에 공장…月매출 2500만원
한약재 성분의 제품도 출시할 예정
“삶의 질 높이는 보디케어업체 될 것”



하지만 국내에서는 다소 낯선 입욕제를 사업 아이템으로 정해 2017년 12월 개인사업자로 창업했다. 남구 대명동에 99㎡(30평) 남짓한 사무실을 차렸다. 한국에서 입욕제로 즐기는 스파를 통해 고급스러운 욕실문화가 조금씩 정착돼가고 있다는 것을 보고 직접 천연 입욕제 제작에 나섰다. 캐나다에서 유학생활을 할 때 한국과 달리 입욕제를 즐기는 외국의 욕실문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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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넣으면 탄산 발포하면서 꽃잎과 허브가 나오는 배스 밤 입욕제. <제이엔디코스메틱 제공>

박 대표는 회사를 설립한 직후 6개월간 입욕제의 연구·개발에 매달리며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국내에서 조언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없어 유튜브를 통해 입욕제 제작 방법을 익혔다. 시제품들은 손대면 부서지고, 제대로 기능도 하지 못했다. 만족할 만한 제품이 나온 것은 연구·개발에 나선 지 4개월 정도 지나서였다. 개발한 제품은 자신의 몸에 10번 이상 테스트했다. 이후 한발 더 나아가 홍삼을 달이고 난 뒤 버리는 찌꺼기(홍삼박)를 입욕제에 활용했다. 이때까지 박 대표가 들인 비용은 1천만원에 달했다.

박 대표는 소비자 반응을 얻기 위해 지역 곳곳에서 열리는 플리마켓과 온라인 쇼핑몰 등에 자신이 개발한 입욕제를 선보였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플리마켓에서 한달 동안 올린 매출이 700만원에 이른다.

제이엔디코스메틱의 제품은 배스 밤(Bath bomb)과 버블 바(Buble Bar), 가루 입욕제 등 3가지다.

배스 밤은 물에 넣으면 탄산 발포하면서 꽃잎과 허브가 나와 거품과 색이 폭죽 터지듯 나오는 입욕제다. 버블 바는 흰색 거품이 구름처럼 퍼지는 입욕제다. 가격은 4천~8천원으로 시중가보다 저렴한 편이다. 한약재가 함유된 입욕제는 아직 시판되지는 않고 있다. 시제품 체험단을 통해 효과를 검증하고 식약처 검사 결과가 나오면 추후 판매할 계획이다.

◆아토피 피부염 극복 경험 제품에 녹여내

박종원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아토피 피부질환으로 고생했다고 한다. 가만히 있어도 따가워서 견딜 수 없고 잘 때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긁어 진물이 나오거나 고름이 생긴 적도 많다. 특히 두피에서 피가 나 아직도 흉터가 남아 있다. 그렇다고 스테로이드 성분이 함유된 약을 계속 복용할 수도 없었다. 약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 제대로 된 효과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잠을 못 자거나 피곤하면 증상은 더 심해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아토피 피부질환은 세균과 먼지 등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져 피부를 긁을 때 염증이 생기고 악화되는 만성 질환이다. 어린이의 10~15%에서 나타나며, 발병률이 생후 6개월 이내는 75%, 5세 이전에는 80~90%나 된다. 10명 중 6~7명은 3세 이전에 완치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성인까지 지속되거나 증상이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한다.

질병관리본부가 5년 주기로 청소년 4천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1995년 4%였던 아토피 피부질환자가 2010년에는 13%로 3.2배 증가했다. 또 초등학생의 경우 5명 중 1명이 아토피피부염 환자로 15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이후 아토피 피부질환은 ‘국민병’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아토피 피부질환에는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건조한 기후, 항생제 사용, 예방접종, 면역부전, 도시화, 공해, 독성물질, 음식 등은 현재까지 알려진 아토피 피부질환 발생에 관여하는 환경적인 요인들이다. 이 중 다양한 요인이 얽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아토피 피부질환은 사람에 따라 원인과 정도, 증상이 제각각이라 개개인에 맞는 치료법을 찾아 치료해야 하는 까다로운 질병이다. 증상이 나빠지지 않고 개선될 수 있도록 평소 부모가 꾸준히 관리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는 “몇년 전 아토피 피부질환을 앓던 환자가 자살했다는 뉴스를 접했는데 정말 공감이 간다. 학창시절에는 큰 스트레스였다. 등에 뭔가 닿으면 따가워서 괴로웠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터득한 아토피 피부질환 억제 방법은 한방음식을 먹거나 피부 보습력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홍삼을 복용해 면역력을 높이면 아토피 피부염 개선 효과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꾸준히 홍삼을 달여 먹었다. 효과는 뛰어났다. 홍삼 진액을 먹으면 증상이 금세 가라앉았다. 박 대표가 개발한 입욕제에는 그의 노하우가 담겨 있다.

박 대표는 “귀국한 뒤 한국무역협회의 청년무역사관학교나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도움을 얻어 창업했다. 한약재 부산물을 재활용하고 현대인의 만성 피부질환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띈 것 같다”고 말했다.

점점 심각해지는 환경오염으로 고생하는 건 인간이다. 환경이 오염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경오염으로 인해 아픈 사람이 없어야 한다. 특히 환경으로 인한 아토피 등 피부병은 쉽사리 낫지도 않는다. 박종원 대표는 “아토피 피부질환을 겪고 있는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보디케어 업체로 성장하고 싶다”고 했다.

글·사진=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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