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중국夢’은 없다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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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25   |  발행일 2019-03-25 제31면   |  수정 2019-03-25
[월요칼럼] ‘중국夢’은 없다
박규완 논설위원

얼마 전 네댓 명의 지인이 모인 자리에서 양귀비의 이름을 아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의외로 ‘양옥환’을 아는 이가 없었고, 심지어 ‘귀비’가 아니냐는 답변도 나왔다. 하기야 적지 않은 사람이 장희빈의 이름을 ‘옥정’이 아닌 ‘희빈’으로 잘못 알고 있는 터에 양귀비 본명을 모르는 게 뭔 대순가. 문제는 귀비라는 품계다. 귀비는 중국에서 후궁으로선 최고의 품계다. 귀비·귀빈·귀인 순이다. 한데 조선에선 후궁의 최고 품계는 내명부 정일품 빈(嬪)이고, 비(妃)는 왕비를 뜻한다. 왕세자의 정실도 감히 비란 호칭을 붙이지 못한다. 한데 중국의 후궁이 우리 국모와 동급의 반열이라니. 연유야 어떻든 불쾌감을 떨칠 수 없다.

‘중국몽(夢)’은 봉건왕조 시절의 조공(朝貢)질서를 통해 세계의 중심 역할을 했던 영광을 21세기에 다시 살리겠다는 중국의 국가전략이다. 2012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18차 공산당대회에서 총서기로 오른 후 중국몽의 실현을 표방했다. 해상과 육상의 실크로드를 복원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는 중국몽을 뒷받침하는 하드웨어인 셈이다.

중국몽은 중국이 세계 중심국가, 세계의 리더가 되겠다는 포석일 텐데 일련의 중국의 행태를 보면 중국몽의 실현은 도저히 불가능할 듯 싶다. 우리나라를 뒤덮은 미세먼지에 대해서도 오불관언(吾不關焉) 아니면 적반하장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증거도 없이 중국 탓을 하지 말라”고 한국을 타박했다. 한국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공동으로 미세먼지 발생원인 규명에 나서려 하자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꼭 이렇게까지 하며 중국에 책임을 씌워야 하겠느냐’는 기사를 보도했다.

중국발 미세먼지 재앙은 갈수록 더 심해질 공산이 크다. 중국이 향후 464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더 짓는다는데 입지가 대부분 한국의 서해에 인접한 동남부지역이다. 중국 동남부의 발전소·공장·소각장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를 우리가 옴팡 뒤집어써야 할 처지다. 중국의 갑질은 미세먼지에만 국한되진 않는다.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제 집 드나들 듯 하는가 하면, 야밤에 베이징의 삼성전자와 현대차 광고판을 강제철거하는 폭거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 사드 보복은 얼마나 야비했나. 외교부장이란 자가 국가원수인 문재인 대통령의 팔을 툭툭 치는 나라, 대국의 격(格)은 갖추지 못했으면서 대국의 위세만 누리려는 나라, 겉으론 포용을 외치면서 힘으로 누르는 나라 아닌가.

방약무도한 중국에 저자세로 일관하는 문재인정부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호구처럼 대응하면 호구 대접만 받는 게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이다. 한국은 중국에 벌꿀오소리가 돼야 한다. 왜 맹수들이 덩치 작은 벌꿀오소리를 슬슬 피할까. 상대를 가리지 않고 사납게 달려들기 때문이다. 우리도 중국 동남부지역의 석탄발전소 건설 중지를 요구할 오기(傲氣)는 있어야 한다. 보복을 두려워 않는 강단도 필요하다. 대만은 중국의 전방위 경제보복에도 ‘신남방정책’으로 당당히 맞서지 않았나.

중국의 국가 운영체제는 ‘등체모용(鄧體毛用)’으로 압축된다. 등소평의 등, 모택동의 모다. 등소평의 개혁개방·시장경제를 포용하되 정치는 공산당 일당 독재를 유지한다는 의미다. 남의 나라 일당 독재체제를 왈가왈부하고 싶진 않다. 다만 덩치가 커진 만큼 대외적 책임에도 진중(鎭重)해야 한다. 한국을 뒤덮은 미세먼지에 대해 오리발을 내밀거나 딴청을 피우는 언행은 곤란하다. 경제적 위상이 높아지는 사이 중국에 스며든 갑질·무례·몽니 따위의 부정적 DNA를 과감히 걷어내지 않을 거면 ‘중국몽’은 꿈도 꾸지 마라. 중국몽이 불가능할진대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 평화란 뜻의 ‘팍스 시니카(Pax Sinica)’란 말이 가당키나 하겠나.

‘한국의 미세먼지에 대한 중국의 적반하장’이란 기사에 달린 댓글이 홍심을 찌른다. ‘5천년 역사상 한국에 한 번도 도움이 되지 않은 짱깨 나라.’ 이게 중국의 민낯이자 중국을 향한 우리의 시선이다.
박규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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