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악질경찰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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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22   |  발행일 2019-03-22 제42면   |  수정 2019-03-22
나쁜 놈 위에 더 나쁜 놈이 지배하는 세상 향해 반격
20190322

“경찰 무서워서 경찰이 됐다”는 조필호(이선균)는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각종 탈법과 비리를 밥먹듯 일삼는 비리경찰이다. 경찰 내부 감사팀도 그런 그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 그가 빌딩 매입에 필요한 추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경찰 압수창고를 털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사건 당일 밤, 조필호의 사주를 받아 창고에 들어간 한기철(정가람)이 의문의 폭발사고로 죽게 되고, 현장에 있던 필호는 유일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설상가상 거대기업의 불법 비자금 자료까지 타버려 검찰의 수사선상에도 오른다. 그런데 한기철은 죽기 전 사고 현장을 찍은 휴대폰 동영상을 여친인 미나(전소니)에게 보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검은 세력이 그녀의 행방을 쫓게 되고, 조필호 역시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미나를 찾아야 한다.

제목에서 감지되듯 ‘악질경찰’은 비리 경찰을 전면에 내세운 전형적인 장르영화다. 비리경찰 조필호를 축으로 더 큰 비리로 얼룩진 공권력과 그(법) 위에 군림하려는 탐욕스러운 재벌기업 등을 얼개로 삼아 대한민국의 부조리와 적폐를 익숙하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건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끌어왔다는 점이다.


공권력과 더 큰 비리로 얼룩진 재벌
세월호 야기 어른들의 무책임 환기



영화는 세월호 이야기와 유일한 연결고리를 지닌 미나를 통해 여전히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스쳐가듯 비춘다. 살아 있는 자들의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모습을 보다 임팩트있게 전달하고 이야기의 확장을 꾀하려는 영화적 장치로 활용한 것이다.

이정범 감독은 “이렇게 (상업영화로) 다루는 것이 침묵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다”며 “내 안에 끓어오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할 것 같았다”고 의도를 밝혔다. 세월호 이야기를 상업영화가 품는다는 건 분명 부담스러운 일이다. 이를 인지하고 있는 감독 역시 더 이상의 확대를 바라지 않는다는 듯 “니들 같은 것도 어른이라고…” 말한 미나의 극 중 대사를 통해 세월호 참사를 야기한 어른들의 무능함과 무책임을 에둘러 꾸짖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잠시 세월호 참사를 환기시킨 영화는 다시 장르영화의 범주 안에서 꿈틀대는 본연의 모습을 찾는다. 이정범 감독은 ‘아저씨’(2010)에서 보여준 감각있는 액션과 감성에 더해 농밀해진 서사와 감정을 좀더 깊이 있게 확장했다. 장르적으로 빚어낸 캐릭터들도 맛깔스러운 편이다. 무시무시할 만큼 매혹적인 존재감을 보여줬던 ‘아저씨’의 차태식(원빈 분)과 잘 먹고 잘 사는 것 말고는 관심이 없는 ‘악질경찰’의 조필호는 밑바닥 인생을 살아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온갖 ‘나쁜 놈’들로 가득한 어른들의 세계를 무대로 삼지만 ‘악질경찰’은 그 정점에 악의 축이라 할 수 있는 한 재벌기업을 위치시킨다. 그래서일까. 나쁜 놈 위, 더 나쁜 놈을 처단하기 위한 조필호의 고군분투가 더없이 장르적인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던 이선균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이정범 감독의 말처럼 이선균은 자기 안에 축적된 모든 역량과 에너지를 끄집어내 이 영화에 불살랐다. (장르:범죄 등급:청소년 관람불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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