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연극이 끝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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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22 07:48  |  수정 2019-03-22 07:48  |  발행일 2019-03-22 제16면
[문화산책] 연극이 끝난 후

언제, 어떤 연극을 처음으로 보았는지 기억이 가물거린다. 그래도 요즈음은 배우와 연출로 활동하는 사형과 아우, 친구를 둔 덕에 대명 연극거리를 기웃거린다.

가끔 그들이 연출하고, 출연하는 극을 보러 다니다가 직접 참여를 하기도 했다. 처음 몇 번은 문화예술을 접하기가 쉽지 않은 시골을 찾아가는 마당극에 만장을 드는 역할을 하거나 장비를 설치, 철수하는 스태프 일을 돕는 정도였다. 두 번째는 연극 ‘광인수기’에 삽입되는 가사를 쓰며 직접 참여하였고, 세 번째는 공모전 참가 낭독 극 시연 두 편에 내레이션으로 참여하여 본 무대는 아니지만, 직접적으로 연극 무대의 맛을 보았다. 굳이 자랑을 늘어놓는 것은 어설프게나마 연극계의 어려운 현실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배우로 활동하는 사형의 극 연습 과정을 지켜보았는데, 생계형 일을 병행하는 배우들이 같은 시간에 다 모여서 연습을 하기는 극히 어려운 현실이었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그러하듯이 전업 배우의 수입으로는 일상을 유지하기가 힘겹기 때문이다. 그 어려움을 딛고 무대에서 혼신의 연기를 펼치는 그들이 존경스러울 정도였고, 연극이 끝난 후에 그날의 연기를 복기하고 더 나은 무대를 보여주려는 뒤풀이에 동석한 적이 있는데, 배우들은 관객의 수에 희비가 갈린다. 관객이 많은 날과 없는 날의 차이는 말하지 않아도 짐작을 할 것이다.

그리고 너무 적은 예산으로 기획하는 연극이다 보니 관객이 들지 않으면 장기 공연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란 걸 관객의 입장에서 느낄 수 있었고, 연출을 하는 친구는 그 때문에 대구 배우들의 기근이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거듭 말하지만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 며칠의 출연 수입으로는 일상의 삶을 꾸릴 수 없어서 연극판을 떠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내가 본 연극마다 낯이 익은 관객이 많았다. 연극을 하는 분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으나 거의 고정 관객들로 객석이 채워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처럼 연극 관련인과 두터운 인연이 있거나 주변의 사람들이고, 그 이면에는 무료 초대권만 찾는 관객이 많기 때문일 거라 여겨졌다.

대구 연극의 미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극을 즐기는 관객들이 많이 늘어나야 한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좋은 연극을 하면 관객은 늘어날 것이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는 하지 말자. 보다 좋은 연극을 즐기려면 보다 좋은 관객이 되어야 한다. 나부터 반성하자면 연극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가 어설프고, 재미와 감동이 덜했더라도 기꺼이 다음에 제작되는 연극을 한 번 더 찾아보는 열성적인 관객이 되자.

그럴 때 우리는 어느 날에 최고의 연극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김종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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