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업전반 조사” VS 시민 “사법당국 조속 수사”

  • 마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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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22 07:21  |  수정 2019-03-22 07:21  |  발행일 2019-03-22 제2면
■ 포항지진 처리 놓고 대립
정부“지열발전 적절성 살펴봐야
시민“위험성 알고도 은폐 고발

포항지진의 주범으로 밝혀진 지열발전소 조사를 둘러싸고 정부와 포항시민 사이에 미묘한 온도 차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 측은 사업 전반에 대한 조사를, 시민은 사법당국의 조속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 발표가 있은 지난 20일 오후 산업통상자원부는 “정부조사연구단 연구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지열 발전을 정부연구개발사업으로 추진한 정부 및 참여기관의 책임 여부와 사업이 적절하게 추진됐는지에 대해선 ‘조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이는 현 정부가 2010년부터 지열발전 사업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들여다봐야 하는 점에서 난감한 부분이 없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엉터리 국책사업’으로 진행된 발전소가 포항지진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국민 감정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이 때문에 산업부는 지열발전소 사업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의사결정 과정, 과도한 예산 집행 및 컨소시엄 선정 등을 합리적으로 했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가급적 빨리 조사에 착수하겠다”면서도 “조사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항시민들은 지난해 11월 포항지진시민대책위원회 등 4개 시민단체가 감사원에 지열발전소 상용화 사업 진행 과정과 부지 선정 적정성 여부 등을 따져달라는 국민 감사청구 때는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 이제서야 정밀조사를 한다는 것은 지역민을 우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범대본) 측은 “충분한 단층 조사 없이 지열발전을 추진한 과정과 지열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미소지진을 숨긴 이유 등을 파악하기 위해선 ‘조사’가 아니라 ‘수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모성은 범대본 공동대표는 “지열발전 위험성을 인식하고도 이를 방조하거나 은폐한 관련자들을 업무상 중과실 치상 또는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포항지진으로 큰 피해를 당한 흥해읍 주민들은 “지진을 촉발한 지열발전 사업을 산업부가 국책과제로 추진한 만큼 산업부 자체 조사로는 신뢰성·공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며 “이번 사안에 대한 책임 규명과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선 사법당국의 신속한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지열발전으로 지진이 발생한 스위스 바젤에선 지진발생 후 수십분 만에 경찰이 현장을 압수수색했다”며 “정부 자체 조사보다는 사법당국 수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양만재 포항지진 시민대표자문위원도 “정부가 추진한 사업 때문에 1조원 이상의 피해가 났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시민들이 책임자들을 형사고발하기 전에 수사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마창성기자 mcs1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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