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열발전 지진 유발 알고도 숨긴 채 사업 강행 문제”

  • 마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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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21 07:16  |  수정 2019-03-21 10:12  |  발행일 2019-03-21 제2면
시민들 “우리가 실험대상이냐”
학자·운영사 책임론까지 대두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에 의해 촉발됐다는 정부조사연구단 공식발표가 나자 지열발전소 건설·운영에 관여한 정부 및 전문가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포항시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넥스지오 등 정부 및 기업은 2011년부터 포항 북구 흥해읍 남송리에 지열발전소를 건립해 왔다. 지열발전은 지하 4㎞ 이상 깊이에 구멍 두 개를 뚫어 한 쪽에 물을 주입해 뜨거운 지열로 데우고, 이때 발생하는 수증기를 다른 쪽 구멍으로 빼내 발전기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방식이다. 포항 지열발전소는 아시아지역 첫 인공 저류 지열발전 방식(EGS)으로 ㎿급 전력을 생산할 계획이었다. EGS는 지열발전에 필요한 온도에 이를 때까지 시추장비를 이용해 강한 수압으로 물을 주입해 암석을 깨뜨린 뒤 인공적으로 물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인 저류층을 만드는 기술이다. 이렇게 만든 인공 저류층에 물을 넣어 지열로 가열하고 발생한 증기를 이용해 발전소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포항 일대에는 뜨거운 지열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국·스위스 등에선 지열발전을 위해 땅에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단층에 자극을 줘 유발지진이 일어난 사례가 잇따랐다. 그럼에도 넥스지오는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사업을 강행했다. 더욱이 포항지진 발생 불과 7개월 전인 2017년 4월15일 포항지열발전소 부지에서 규모 3.1 지진이 발생했는 데도 넥스지오는 침묵했다. 이 같은 사실을 숨겨온 넥스지오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포항시민들은 “지열발전이 지진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시민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문제”라며 “포항시민이 실험대상인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포항지열발전소 건립·운영에 관여한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에게도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양만재 포항지진 시민대표 자문위원은 “정부와 학자, 넥스지오에 대해 수사를 통해 반드시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항=마창성기자 mcs1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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