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기울어가는 정부, 한가한 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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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20   |  발행일 2019-03-20 제31면   |  수정 2019-03-20
[영남시론] 기울어가는 정부, 한가한 개각
고성국 정치평론가·정치학 박사

7명의 장관후보자들이 추천되었다. 언론 검증이 시작되었다. 언론들은 그 중 박영선, 최정호, 김연철 후보자에게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청와대가 이들의 명단을 발표할 때 관행과 달리 후보자들의 출신지 대신 출신학교만을 밝혀 ‘치졸하다’는 비판을 자초한 데 대해서는 더 얘기할 필요가 없겠다. 각종 청문회에서 증인들을 거칠게 몰아붙여 스타가 된 박영선 후보에게, 문재인 대령 지시로 청와대 비서들의 사무실에 걸려 있다는 ‘춘풍추상: 남에게는 관대하게, 자신에게는 엄격하게’라는 격언을 상기하라는 말을 굳이 하고 싶지도 않다. 내로남불이 어디 어제 오늘 일이던가. 지면에 옮기기조차 민망한 말들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마구 써올렸다 논란이 일자 페이스북을 닫아버린 김연철 후보가 과연 국회 청문회에 설 최소한의 자격과 품격을 갖췄는지 스스로 돌아보라는 말도 생략하겠다. 김연철 후보의 독특한 정신구조가 이런 고언을 곡해하지 않고 받아들일 것이라는 믿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7명 교체라면 중폭개각이다. 장관 한두명 바꾸면서도 국면전환이다, 국정 다잡기다라는 해석을 하는데 문재인정부 출범 2년 즈음해 7명의 장관을 교체하는 판이니 정치적 해석이 없을 수 없겠다. 그러나 이 정부는 말이 없다. 그저 언론들이 나서 총선용 개각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해석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총선용 개각’이란 해석은 또 얼마나 황망한가. 다른 것도 아니고 어떻게 개각을 총선용으로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이런 해설이 꼭 틀리지는 않은 것이 선거에 출마할 사람들을 당으로 돌려 보내면서 생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임명된 사람이니만큼 따로 뭐라 부르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긴 하다.

대통령의 지지율 관리는 문재인정권에 와서 갑자기 중요해진 것이 아니다. 역대 모든 대통령이 지지율 관리에 각별한 관심과 주의를 기울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40%대, 그것도 지속적 하락세에 있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정부 입장에서는 입안이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압박일 것이다. 지지율 하락에 대응하는 정부 여당의 수단은 정책 전환과 개각이다. ‘소득주도 성장’을 ‘생산주도 성장’으로, 대북유화정책을 대북강경정책으로 바꾸는 것이 정책 전환이다. 이 정부가 결단코 하려 하지 않는 바로 그거다. 그렇다면 남은 건 이번처럼 개각밖에 없다. 그런데도 개각을 총선 출마자들을 당에 돌려 보내고 남은 빈자리를 메우는 식으로 하고 있으니 이런 개각으로 지지율이 반등하고 국면이 전환될 리 만무다.

정권 출범 초 80%의 지지율이 2년이 채 안돼 40%대로 추락한다는 것은 문재인정권이 심각하게 기울고 있다는 뜻이다. 특단의 조치란 바로 이럴 때 쓰는 것인데, 이 정부는 마지막 특단조치라 할 개각마저 이렇듯 한가하게 쓰고 있다. 국정운영의 긴장감도, 국정전반에 대한 위기 의식도 찾아볼 수 없는 한가한 정권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연철, 박영선 후보자 등은 밀린 세금을 정산하는 등 청문준비에 열심이라고 한다. 추천받았으니 준비하는 건 당연하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로 청문경과 보고서가 채택안된 후보자들도 임명을 강행했고 최근에는 심지어 청문회 자체가 열리지 못한 후보자도 임명 강행한 바 있다. 아마도 이번에 추천된 7명도 언론 검증이야 눈감고 귀감고 있으면 되고 청문 당일 하루만 고개 숙이고 있으면 장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청문준비를 이렇게 기능적으로 하고 청문회를 이렇게 요식적 절차로 치부해도 될 일인가.

장관으로 추천받은 사람은 우선 자신의 지난 삶을 돌아 보면서 국민을 대표해 자신을 청문할 국회 청문위원 앞에 당당하게 설 자격이 있는지를 자문해야 한다. 스스로 자문하고 또 자문한 결과 한점 부끄럼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고서야 비로소 청문의 기능적 준비에 착수하는 것이 맞다. 기능적·요식적 청문과 상투적 정치로는 어떠한 감동, 어떠한 국면전환도 만들어 낼 수 없다. 기울어가는 문재인정부의 한가한 개각이라는 탄식이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님을 정부 여당과 후보자 모두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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