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3050클럽

  • 김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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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20   |  발행일 2019-03-20 제31면   |  수정 2019-03-20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GNI)이 3만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은 최근 지난해 1인당 GNI가 3만1천349달러로 전년(2만9천745달러)보다 5.4% 늘었다고 발표했다. 3만달러는 선진국의 조건으로 일컬어진다. ‘3050클럽’은 인구 5천만명 이상이면서 1인당 GNI 3만달러 이상인 국가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미국, 독일, 일본,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7번째로 이 클럽에 가입하는 국가가 됐다. 인구 1천만명 이상 국가의 1인당 GNI 순위에서도 세계 11번째다. 겉모습은 진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6·26전쟁 직후 대외 원조를 받던 최빈국이 불과 70년 만에 선진국 문턱을 넘어선 기적의 신화를 쓴 것이다. 우리나라 1인당 GNI는 1963년 100달러, 1977년 1천달러, 1994년 1만달러를 돌파했다. 2006년에는 2만달러 고지를 밟았지만, 금융위기 등으로 3만달러에 이르기까지는 12년이나 걸렸다. 독일과 일본은 5년, 미국은 9년으로 우리보다 빨리 도달했다. 어쨌거나 자랑할 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축포를 터뜨리기에는 이르다. 대다수 국민은 3만달러 시대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의 주머니는 두둑해진 반면 대다수 국민의 호주머니는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가벼워졌기 때문이다.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중산층은 줄고, 분배와 실업률 증가로 삶의 질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국민소득이 2만달러에서 3만달러로 증가하는 사이 소득분배율(하위 20% 대비 상위 20% 소득배율)은 5.39배에서 5.47배로 확대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하는 삶의 질 순위도 2006년 26위에서 2017년에는 29위로 하락했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9%로 2000년 통계기준을 바꾼 이후 가장 높았다. 가계 부채는 138%(2006-2017년 기준) 급증했다. 3만달러 시대를 맞았지만 국민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다는 얘기다.

3만달러를 지키는 것도 쉽지 않지만 4만달러 고지를 향해 달려가는 것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몰락은 순간이다. 일본은 1995년 4만달러 고지를 밟았지만 여전히 3만달러에 머물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국민이 3만달러 시대를 체감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4만달러 시대 진입도 가능하다. ‘4050클럽’(인구 5천만명 이상, 1인당 GNI 4만달러 이상 국가)은 미국과 독일밖에 없다. 대한민국이 세 번째 자리를 차지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기억 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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