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팍’ 흥행 돌풍에 ‘라팍’ 긴장 모드

  • 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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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20   |  발행일 2019-03-20 제24면   |  수정 2019-03-20

고성동발 대구FC 흥행돌풍이 삼성 라이온즈를 위협하고 있다.

올해 새 홈구장인 DGB대구은행파크(이하 대팍)를 개장한 대구FC는 17일 K리그1 3라운드 울산전까지 3경기 연속 홈경기 매진을 기록하면서 국내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흥행돌풍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1982년 창단이후 무려 40년 가까이 지역 최고의 인기구단으로 군림해온 삼성은 대구의 흥행돌풍에 겉으론 무덤덤한 척 하면서도, 속으로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징후를 곳곳에서 노출하고 있다. 지난 주말 치른 홈경기 성적표가 삼성에 부담을 주고 있다. 17일 대구는 대팍에서, 삼성은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이하 라팍)에서 홈경기를 진행했다. 대구는 이날 매진을 기록한 반면 라팍을 찾은 관중수는 1만743명(KBO 경기기록 집계)으로 집계됐다. 단순히 두 구장의 하루 관중수를 비교한다는 게 큰 의미가 없지만, 라팍 개장 이후 지난 3년간 추세에 비춰 본다면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된다. 삼성은 라팍 개장 첫해인 2016년 시범경기 첫 주말 일요일 경기에서 관중수 1만6천695명을 기록했다. 2017년에는 시범경기 동안 주말 홈경기를 가지지 못했고, 2018년 시범경기 첫 주말 일요일 경기에서는 관중수 1만3천426명을 찍었다. 2016시즌과 2018시즌에 비해 시범경기 첫 주말 일요일 경기 관중수가 확실히 줄어든 것이다.

대구FC 홈서 3경기 연속 매진
주말경기 관중 규모 삼성 추월
선수들 팬 서비스도 ‘한 수 위’
삼성, ACL 경기 마케팅 견학
고정팬 이탈 우려 대비책 마련

대팍경기로 인한 결과라고 볼 순 없지만, 대팍을 찾는 많은 관중 사이에 삼성팬도 섞여있는 게 분명한 현실이다. 실제로, 대팍 개장일인 9일 기자가 만난 대팍 현장판매표 1호구매자 권대한씨(48·수성구 범물동) 가족도 삼성의 골수팬이라 밝히기도 했다. 당시 뒤에 서있던 2호 구매자 A씨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삼성팬이라면 라팍에서 한번쯤은 봤을 정도로 삼성의 오랜 골수팬이기도 하다. A씨는 “대구에 오랫동안 스포츠 경기로 즐길 만한 것이 야구뿐이어서 그랬지, 축구도 이제 재밌게 한다면 팬들이 많이 갈릴 것이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구장 흥행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삼성 마케팅팀 직원들은 13일 대팍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챔피언스리그(ACL) 대구-광저우 경기에 견학차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몇년간 대구의 홈구장인 대구스타디움을 염두에 두지 않았고 마케팅 견학을 위해 해외 프로구단들만 중점적으로 방문했던 것과는 분명히 다른 행보다. 게다가, 최근에는 대팍 개막전을 앞두고 대구 프런트 직원들이 철야근무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성 프런트 직원들이 자극을 받아 팬 서비스 관련업무에 열을 올렸다는 소문(?)까지 흘러나온다.

대구의 ‘착한구단’ 이미지도 삼성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구 선수들은 경기후 관중석을 돌며 인사를 건넨다. 구단버스를 타고 숙소를 이동해야 하지만, 팬들과 사진을 찍고 사인까지 해주느라 늘 예상시간보다 늦게 출발한다. 이 같은 팬서비스가 대팍 흥행의 주요 요인으로 소개되고 있다. 반면, 삼성은 부실한(?) 팬서비스로 인해 수차례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몇몇 선수들은 팬들의 사인요청을 거부하다가 온라인 게시판에서 거센 비난을 당하자 라팍에서 직접 사과하기도 했다. 본의 아니게 ‘나쁜 구단’ 이미지를 얻은 삼성에 싫증을 느낀 팬들이 대팍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팬서비스적인 부분의 차이로 인해서 구단도 많은 고민을 안고 있다. 실제로 타 구단의 경우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지 않거나 언론 인터뷰를 거부할 경우 페널티를 적용할 정도로 선수들이 외적인 부분에 소홀한 것이 현실”이라며 “대구의 흥행을 계기로 우리도 많은 부분을 개선한다면, 시너지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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