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회에서도 외로운 위기의 40~50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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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19 00:00  |  수정 2019-03-19
20190319

 지인의 갑작스러운 자살소식에 순간 머리가 멍해지더군요. 아니 갑자기 왜? 그리고 무슨 연유로 세상을 떠나셨는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수소문을 해봤지만 모두들 모른다는 대답뿐, 지난해 12월 몇몇 분들과 함께 연말을 보내는 가벼운 술 한 잔을 한 게 마지막이었던 것입니다. 그 때도 무척이나 활기찬 목소리로 새해를 다짐하면서 계획을 세웠던 터라 뜬금없는 부고는 우리에겐 충격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생활고에 무척 힘들어했던 것 같았습니다.
 

우리의 일상을 돌이켜 봅니다. ‘나이 들면 입은 닫고 주머니는 열어라’는 웃지 못할 속어는 어떤 때는 맞는 말이다 싶다가도 가만히 뜻을 들여다보면 참 서글퍼집니다. 어떤 누군가에게는 칼날이 되기도 하겠지요. 중년이면서 밥은 잘 사지 않고 더치페이를 주장하거나 얻어먹는 선배들을 보면 괜시리 나잇값 하지 못하는 것 같고 눈치 없어 보여 소위 ‘은따’를 하거나 조롱거리로  만들기도 합니다.
 

저는 명절이 다가오는 게 겁이 납니다. 왜냐하면 저도 외로운 1인가구이고, 늘 생활고로 힘들어하는 가난한 구의원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설에도 역시나 어머니 용돈을 못 챙겨드렸고 집안의 아이들 챙기느라 주머니가 텅 비었습니다. 최소한 인사치레만 하는 데도 부담이 되었습니다. 그저 어른 노릇하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이러한 고민을 어디 가서 털어 놓지도 못합니다. 인생 실패자인 것처럼 그 나이 되도록 그럴 능력도 없이 뭐하고 살았느냐며 비난할 것 같고 무능력한 인간으로 취급받을까 두렵기도 해서입니다. 특히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공인으로서는 더욱 자격미달일 테니까요.
 

그러나 이러한 모습이 비단 저뿐일까요? 나이 50이 넘도록 집 한 채 없이 사는 사람에 대한 우리의 잣대는 어떠할까요? 모든 것을 ‘돈’의 잣대로 가치판단하는 습성이 있는 한, 주머니가 빈약한 어른들은 설 자리가 없어질 것입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소외를 만들어내고 층위를 가르며 계층 간 갈등구조로 연결되는 것은 아닌지 섬뜩함이 듭니다. 고독과 생활고는 공통분모일까요? 고독하다고 다 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니 좀 과한 측면이 있을 수 있겠으나 생활고가 심해지면 사실 고독해질 수밖에 없고 나아가 고립될 소지가 다분하겠지요. 특히 혼자 사는 1인 가구라면 말입니다.
 

대구 북구는 전체 세대수가 17만7천162세대가 됩니다. 그런데 그중 1인가구 수를 살펴보니 5만4천180가구로 전체 가구의 30~58%, 즉 3분의 1이나 됩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65세 이상 1인 노인가구는 1만3천714세대이지만 40~50대 1인 가구수는 1만9천482명으로 노인 1인 가구보다 높게 나타납니다. 요즘 정책을 살펴보면 청년지원은 점점 확대되어가고 있고, 노인돌봄 사업들도 많은 지원책이 실시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하는 중년의 사회책임의 무게는 더욱 실리는 반면 위기에 처했을 때는 구제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조기퇴직, 사업의 실패, 중년남성질병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는 사회현상 속에서 가정이 해체되는 경우도 많고, 자녀의 학업과 독립으로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살아야 하는 경우도 많아 중년의 1인가구 수는 점점 확산되고 있습니다. 삶이 외로워지는 구조이지요. 노인은 돌봄사업, 고독사예방사업, 디지털안부서비스 등으로 고독사 예방을 실시하고 있지만 그 외 1인 가구에 대해서는 사실상 어떠한 대응책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사생활 침해 부분도 있어 방안을 강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결국, 주변의 가족과 지인, 사회 관계망을 잘 구축하는 길밖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58년 개띠 세대의 은퇴 이후 안정된 노후생활을 준비하는 문화복지를 지원한다면 지금의 샌드위치세대인 40~50대, 즉 ‘응답하라 1988’을 살아온 이들의 말없는 고통을 덜어줄 지원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응답하라! 국가여, 응답하라! 친구여.

 박 정 희  (대구북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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