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심정지 환자 증가 추세, 자동심장충격기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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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19   |  발행일 2019-03-19 제31면   |  수정 2019-03-19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유럽의 여러 선진국처럼 갑자기 심장 박동이 멈추는 심정지 환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국내 심정지 사망은 10만명당 55.6명으로, 교통사고 사망(10.9명)보다 5배 정도 많다. 고지방 음식·튀김 음식 과다 섭취 등 음식문화의 영향으로 비만 상태인 국민이 급증한 탓이다. 그런데 영화관·백화점·대형 마트 같은 많은 인파가 몰리는 시설에 자동심장충격기(AED)가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아 문제다. 영남일보가 대규모 영화관과 백화점 10여곳을 직접 조사한 결과, 자동심장충격기가 턱없이 부족했다. 영화관의 경우 메가박스 칠성점과 신세계점, CGV 대구점만 각 1대씩 설치돼 있을 뿐 다른 곳은 대부분 없었다. 백화점은 영화관보다는 사정이 나았지만, 매장 규모와 방문객 수에 비해 설치율이 낮았다.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은 17대의 자동심장충격기를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고, 대구백화점도 본점과 프라자점에 각 3대씩 설치해 놓았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의무실에 1대 비치돼 있었다.

하지만 하루에 수천명에서 많게는 수만명이 몰리는 이런 대형 상업 시설에 겨우 몇대씩 설치돼 있고, 아예 1대도 없는 곳도 많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철도 역사나 터미널과 같은 대통령령에 의해 지정된 다중이용시설, 5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에는 심장충격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상업시설에는 심장충격기 설치가 의무 사항이 아니어서 강요할 수는 없다. 우리와 달리, 선진 외국에는 자동심장충격기가 건물 내부나 지하철 역사 등 거리와 상업시설 곳곳에 충분히 비치돼 있어 누구나 응급시에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알다시피 심장에 전기 충격을 줘 박동을 되살리는 자동심장충격기는 심정지 때 환자 생명을 유지하는 최후의 보루와 같은 존재다. 병원에 환자를 인계하기 전까지 자동심장충격기로 응급 처치하는 과정은 아주 중요하다. 심정지 환자 발생 때 기기 사용이 1분 늦어지면 소생률이 7% 떨어지는 만큼 이런 응급처치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뤄져야 한다. 환자의 뇌 손상 정도와 생명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런 자동심장충격기 가격은 크기와 종류에 따라 110만~160만원대로 인터넷 쇼핑몰에 소개돼 있다. 환자 생명을 살리는 기기로는 그리 비싼 것도 아니다. 우리도 이제 학생과 직장인을 상대로 평소 심폐소생술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자동심장충격기를 충분히 비치해야 한다. 국내 대다수 건물에서 AED 비치 표시와 구급상자를 볼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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