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가족이 復元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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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19   |  발행일 2019-03-19 제31면   |  수정 2019-03-19
[CEO 칼럼] 가족이 復元되어야
정홍표 홍성건설 대표 기술사

평소에 지인들과 대화를 할 때나 직원들과 업무 회의를 할 때 상대의 의견에 대하여 다소 이견이 있더라도 대안을 말하지 못할 때는 차라리 침묵하는 편이다. 대안 없는 비판은 비난이 될 수 있고 무책임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칼럼 ‘출산장려에 대한 역설’은 두 가지 관점에서 지적을 하였으나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가족의 복원’을 통하여 출산장려의 진정한 명분과 동기를 찾을 수 있다는 의견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2017년 전체 인구는 5천142만명이고, 1천984만가구다. 가구원 수 규모별로 살펴보면 1인 가구의 비율이 28.6%로 가장 많고, 2인 가구가 26.8%, 3인 가구 21.1%, 4인 가구 17.7%이며 5인 이상 가구는 5.8%에 불과하다. 가구당 평균 가구원의 수는 2.47명으로 3명에 훨씬 못 미치며, 1~2인 가구의 비율이 55.4%로 절반을 넘고 있다. 그 옛날 대가족에서 핵가족화되다가 이제는 가족이 해체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1인 가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노령화사회에 따른 노인 한 가구와 20~30대 미혼 1인 가구의 증가 때문이다. 노인 1가구 증가는 어쩔 수 없겠지만 20~30대 1인 가구의 증가는 장기적으로 저출산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전 서울에 사는 두 친구와 만났는데 그들의 자식 중에 대학생 아들은 두 집 모두 이미 학교 근처로 나가서 산다고 했다. 명분상은 집에서 학교까지 통학 거리가 멀어서 그렇다고 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지게 들렸다. 물론 그것은 이동 거리가 먼 수도권에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인이 대구 달서구에 살고 있는데, 경산 소재 대학을 다니는 아들의 군 제대 후 학교 인근으로 분가를 허락하였다고 한다. 달서구에서 경산까지 지하철을 이용하면 1시간 남짓한 시간이면 되는데 구태여 원룸에 세 들어 가족을 떠나 살려고 하고, 또한 그것을 허락한 이유가 무엇일까. 어쨌든 가족으로 살다가 졸업 후에 취업만 하여도 가족을 떠나 독립하는 것이 당연한 시절이 되고 있다.

어느 날부터인가 우리에게 가족이란 단어가 그렇게 다정한 느낌은 아닌 것 같다. 아이들은 중고등학교에만 진학하여도 벌써 자기의 세상을 살아가고, 부모도 각자의 삶에서 나와 그들과 어울릴 여유가 없다. 평일에는 아침, 저녁으로 잠시 얼굴을 보는 것도 스케줄상 쉽지가 않고, 주말이나 휴가 때조차도 각자의 공간에서 논다. 따라서 서로의 사고와 가치관은 점점 차이가 벌어진다. 가족이란 끈이 그 벌어짐을 잡아 보려고 하지만 생활환경과 세대 차이가 녹록지 않게 저항하며, 어느 순간에 그 끈은 탄력을 상실하여 더 이상 조여지지 않는다. 그리하여 선택한 것이 분가인지 모른다.

가까운 친구의 동생이 영천의 외진 곳에서 농장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두었는데 모두 대구에 있는 대학을 졸업하였거나 다니고 있다. 매일 아침 부모가 영천역까지 태워주고, 아이들은 열차를 타고 다시 대구에서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여 통학을 한다고 하였다. 부모는 자식이 집을 떠나면 이미 내 가족이 아니라는 논리로 그렇게 한다고 하였다. 아이들도 순순히 동의하였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불과 한 세대 전까지만 하여도 이 예가 일반적인 가족의 생활환경이었다.

만약에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어색하거나 불편하여 분가를 한다면 그는 분명히 결혼에 대해서 소극적일 것이고,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에 대해 회의적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가족은 다소 불편함이 있더라도 함께 살면서 가족에 대하여 배우고, 가족의 아름다움을 느껴야만 가족을 만들어야 할 의미를 아는 것이다. 지금처럼 젊은 1인 가구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결코 출산율이 나아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출산율 증대는 국가가 개선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프랑스식 증가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다. 진정으로 우리의 출산율이 나아지려면 우리의 가족이 복원되어야 하며, 그 시작은 함께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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