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4>] “북한, 대화 단절된 10년간 많은 변화…남북관계 정상화 더 늦어지면 美·中에 뒤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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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종문기자
  • 2019-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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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대 군사외교 전략이 동북아에서는 아직 유효하다는 의미인가.

“오래 전부터 북측은 한반도 군사적 긴장과 적대적 관계의 제도적 원인이 휴전협정이라고 생각해 왔다. 이 때문에 미국에 휴전협정을 폐기하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대적 분단체제 속에서 우리는 북측이 평화협정과 종전선언을 원한다는 얘기 자체를 감히 하지 못했다. 혼란스러운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은 매우 단순한 이야기다. 북이 왜 군사국가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는가. 세계 최고의 군사강국인 미국과 전쟁을 못 끝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적 전쟁위기와 군사적 긴장이 유지되는 분단체제를 계속 필요로 하는 것은 누구이겠는가.”

▶미국과 전쟁을 끝내고 싶어하는 북한의 바람이 그동안 외면당해 왔다는 건 사실이다.

“다시 말하지만 북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을 향해 한반도의 모든 군사적 적대와 긴장고조의 원인이 전쟁을 못 끝내고 있는 휴전협정체제가 근본원인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관계로 가기 위해서 종전선언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자고 주장했다. 그게 먹혀들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핵문제가 등장했다. 북핵 문제를 이야기할 때 진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북은 왜 핵무기를 가지려고 했을까’에 대해 우리는 정확한 분석을 내놓을 수 있어야 대책도 정확할 수 있다. 전쟁을 위해서일까, 안보를 위해서일까, 평화를 위해서일까. 진짜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북미대화 국면을 보면 전쟁은 아닌 것 같다.

“북한이 전쟁을 위해 핵을 가졌다면 왜 안 쏘는가. 이미 (핵을) 가졌는데. 북이 핵전쟁을 통해서 무엇을 얻으려고 전쟁을 하겠는가. 미국은 북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핵무기를 갖고 있다. 상호 전쟁 중인 북미관계의 틀로 보면 미국은 언제든 핵으로 북을 공격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북은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전쟁을 끝내든지 아니면 자신들도 핵을 가짐으로써 전쟁 중인 미국으로부터 핵공격을 받지 않으려고 안보적 장치를 하려고 했을 것이다. 현재의 핵문제는 바로 이런 배경에서 대두된 것이다. 북핵문제의 본질은 평화협정을 체결해 주지 않는 미국에 대해 북측이 ‘우리도 핵을 가지면 미국도 불안해서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북핵문제의 본질은 북미 간의 적대관계가 본질이다. 북미 간 적대관계를 해소하면, 즉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핵은 근원적으로 사라진다. 북이 핵을 가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분단체제는 이런 분석을 금기시하고 용납하지 않는다. 북핵문제 해법의 본질은 북이 핵을 가지지 않아도 되는 평화적 조건을 만들어 주면 된다.”

▶상당히 복잡한 문제인데 독자들이 나름 잘 이해할 것으로 생각한다. 북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여기까지 왔다. 지금부터가 원래 인터뷰하고 싶은 내용이다. 지난해 4·27판문점선언이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전환점이었다. 북한주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 혹시 아는 게 있나.

“우리 국민과 똑같은 느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남북 간에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린다고 기대감이 상당히 크다. 판문점회담 후 우리가 북측을 바라보는 인식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북측의 변화는 사실 간단치 않다. 예전의 매우 어려웠던 시절하고는 많이 다르다. 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를 많이 알고 있다. 북한이 폐쇄국가라는 인식이 강한데 그렇지 않다. 사실은 북한 사람들은 남측 상황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남북 간 상당한 관계진전에 힘입어 통일과 평화에 사회적 관심이 이전에 비해 더욱더 크게 고양되고 있다.”

▶북한도 상당히 개방된 탓인가.

“남북 간 대화가 10년간 거의 막혀 있다가 지난해 세 번이나 정상회담을 했다. 그러니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북한과 문을 닫고 있던 때 북한은 2011년부터 외국인 관광객을 많이 받았다. 2013년부터 외국인 관광객을 거의 전면 개방하다시피 했다. 이때부터 외국인들이 북한에서 패키지관광을 많이 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북측을 다녀온 외국인 여행객이 최소 10만명 이상이라고 한다. 10만여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통해 세계적 상황들이 북에 전달되고 있고, 북에서 진행 중인 상당한 변화가 외부세계로 알려지고 있다. 또 북한 주민 700만명 정도가 휴대폰을 쓰고 있다. 내부 인트라넷망을 통해 북측 고유의 SNS를 하고 검색도 한다. 북측의 경제·사회·문화적 변화에 대해 우리 사회가 여전히 너무 모른다. 전 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이 북한을 여행하는데 정작 같은 동포인 우리는 못하고 있다. 엄청난 비정상이다. 만나 봐야 안다. 대화해 봐야 안다. 만나서 이야기를 해봐야 북한 사람들의 생각, 생활양식, 가치규범, 사고방식, 관습과 문화 등을 알게 되고 서로 간의 다름을 알아가지 않겠는가. 빨리 만나야 한다. 우리 국민이 자연스럽게 평양, 개성, 금강산, 백두산을 오고가게 되면 기존에 몰라서 오해했던 대부분의 것들이 자연스럽게 이해될 것이다. 그것이 평화로 가는 길이다.”

▶남북대화가 단절되고 관심도 안 갖던 그 10년 동안 북한이 엄청나게 많이 변한 것 같다. 우리가 무관심한 사이 북한은 체제개방, 경제개방 준비를 상당히 착실하게 진행한 것 같다.

“맞다. 우리가 대화와 교류를 단절했던 그 10년은 지난 70년 북한 역사 속에서 북한이 가장 급변했던 시기다. 이 시기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고, 법과 제도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때 관심을 더 가졌어야 했는데 이 부분이 조금 안타깝다. 그 기간에도 중단 없이 남북이 교류협력을 지속했더라면 우리 경제와 사회에도 엄청난 기회가 됐을 것이다.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빨리 서둘러야 한다. 남북관계 정상화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미국과 중국에 뒤처질 수 있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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