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학기 시행 고교 무상교육, 재원 대책부터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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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16   |  발행일 2019-03-16 제23면   |  수정 2019-03-16

올해 2학기부터 단계적으로 도입 예정인 고교 무상교육이 출발도 하기 전에 삐걱거리고 있다. 시행이 불과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는데도 재원 마련 방안은 오리무중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교 무상교육 실시가 제2의 누리과정 사태로 비화하지 않도록 국가가 책임지고 예산을 마련하라”며 “국가정책 추진과 관련한 재정 부담을 교육감에게 떠넘기지 말아 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의 우려대로 만약 국비 확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각 시·도가 기존 지방재정교부금으로 고교 무상교육 재원을 충당해야 한다면 교육현장의 갈등과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고교 무상교육은 당초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 2022년 모든 학년에 시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취임하면서 불쑥 앞당겼다. 그는 취임사에서 느닷없이 “고교 무상교육을 2019년으로 앞당겨 실현해 전국 130만 고교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장 올해 2학기 고3 학생을 시작으로 2021년까지 전 학년에 걸쳐 무상교육이 전면 실시된다.

고교 무상교육이 시행되면 130만 고교생의 입학금, 수업료, 교과서, 학교운영지원비 등 모든 비용이 무료다. 연간 2조원 이상의 재정이 필요하다. 올해 3학년 한 학기에만 3천800억원가량 소요된다. 문제는 엄청난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이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내국세의 20.46%인 지방교육재정교부율을 인상해 충당한다는 방침이지만 국회 파행으로 관련법의 통과가 쉽지 않고 기획재정부도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재부는 학생 수가 줄고 있어 교부금을 늘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논리다. 일각에서는 이른 시일 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박근혜정부가 대선 공약인 누리과정 확대 예산을 시·도교육청에 떠넘겨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갈등을 초래한 누리과정 사태가 재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교 무상교육은 교육의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가계 교육비 부담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도입 필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가운데 한국만 빼고 모두 실시하고 있고, 학부모 대상 여론조사에서도 86%가 찬성했다. 하지만 확실한 재원 확보 대책도 없이 대통령 공약이라는 이유로 밀어붙인다면 총선용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가뜩이나 지방정부의 재정은 열악한 상황이다. 정부는 의욕만 앞서 무리하게 시행시기를 앞당길 게 아니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부율 인상 등 안정적인 재원 조달 방안부터 마련하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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