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실패박람회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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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14   |  발행일 2019-03-14 제31면   |  수정 2019-03-14

하타무라 요타로 도쿄대 명예교수는 실패의 경험에서 성공의 비결을 찾는 실패학 전문가다. 실패의 속성을 과학적·체계적으로 분석한 저서 ‘실패를 감추는 사람, 실패를 살리는 사람’은 2000년과 2001년 2년 연속 일본의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실패학이 세상의 조명을 받으면서 하타무라 교수는 일본의 기업과 조직에 실패학 신드롬을 일으켰으며, ‘실패의 권유’ ‘나와 조직을 살리는 실패학의 법칙’ 등 실패학과 관련된 서적을 연이어 집필했다. 그는 “실패의 원인을 분석해 도전과 발전을 위한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해내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청와대 경제과학특별보좌관으로 낙점 받은 이정도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의 저서 ‘축적의 길’을 관통하는 키워드도 실패와 혁신이다. 이 교수는 책에서 남들이 따라할 수 없는 수준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축적한 경험이 성공의 자양분이라고 강조한다. 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선 “실패도 축적이다. 실패에 대한 무한한 관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의 창업자 평균 연령이 40대 중반이고, 실리콘밸리 하이테크 창업자 평균 나이는 50대다. 경험이 풍부하고 시행착오가 온 몸에 새겨진 사람들이 창업을 한다. 우리 같이 20대가 아니다”고 지적한 대목은 공명(共鳴)을 울린다.

실패박람회도 꽤 괜찮은 이벤트다. 올핸 대구·대전·전주·평창 등 4개 권역별로 나눠 먼저 열고 9월엔 서울에서 종합실패박람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지난해 서울에서 처음 열린 실패박람회는 실패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개선과 재도전을 응원하는 공공캠페인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대구 실패박람회는 오는 6월 삼성창조캠퍼스에서 열린다. 실패사례 공유 및 실패의제 토론을 갖고 체험부스와 재도전 상담창구 등을 운영한다.

실패는 실력과 패기의 줄임말이란 우스개가 의미하듯 실패에 관대하고 재도전을 고무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건 바람직하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없진 않다. 실패학이 주로 개인이나 기업의 영역에 국한되어서다. 정작 국민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국가정책 실패에 대한 분석과 탐사(探査)는 너무 소홀하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관행을 실패학 관점에서 다룬다면 정책 오류를 다소나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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