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 공룡’ 年매출 1000억 달성, 제조업보다 6.5년 빨랐다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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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28  |  수정 2019-02-28 07:52  |  발행일 2019-02-28 제19면
4차 산업혁명 시대 가속
국내 ‘IT 공룡’ 年매출 1000억 달성, 제조업보다 6.5년 빨랐다

최근 국내 벤처업계에서 IT(정보기술)기업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제조업 기반 업체들이 차지하던 벤처업계의 매출 상위권에 IT기업이 대거 진입하고 수출시장에서도 IT기업들이 약진하고 있다. 산업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현상이다.

앞으로 IT기업의 성장은 더욱 기대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혁명의 중심인 디지털 기술이 기반이 되면서 IT 관련 산업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산업 전환의 변곡점에서 IT기업들의 경영 성과를 들여다봤다.

평균 13년만에 연매출 1천억 달성
일반제조 19.6년·첨단제조 16.6년

벤처천억기업 중 매출 1위 네이버
2013년 1조2천억원서 139% 상승

게임제작사 ‘펍지’ 6억달러탑 수상
지난해 수출 전년대비 12배 상승

매출액 영업이익률 상위 10개 중
IT기업 7개…네오플 92%로 1위


◆‘거대 공룡’ 된 국내 IT기업들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가 2017년 벤처천억기업(연간 1천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벤처기업) 매출 1위를 달성했다. <사>벤처기업협회가 지난해 12월28일 발표한 ‘2017 벤처천억기업조사’ 결과를 보면 네이버의 2017년 매출은 2조9천307억원으로 나타났다. 2위인 코웨이(2조3천205억원)보다 6천102억원이나 많았다.

네이버는 국내 벤처천억기업 가운데 매출 1위를 2년 연속 차지했다. 2016년 매출은 2조4천965억원으로 2위인 코웨이(2조2천45억원)와 2천920억원의 차이가 났다. 2014년까지만 해도 네이버의 매출은 1조6천372억원으로 1위였던 코웨이(2조136억원)와 비교해 3천764억원 적었다. 하지만 이듬해 네이버의 매출은 2조1천413억원(코웨이 매출 2조1천613억원)까지 오르더니, 2016년에는 3천억원 가까운 매출차로 앞지른 것이다.

네이버의 매출은 2013년 1조2천235억원에서 2017년 2조9천307억원으로 불과 4년 만에 139%나 상승했다.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의 80% 이상 차지하면서 쇼핑을 비롯해 가격비교, 부동산, 광고, 숙박, 웹툰, 쿠폰, 항공권 등 개별 e커머스 사업 영역까지 확장한 데 따른 성과다.

네이버만이 아니다. 게임개발사 엔씨소프트의 2017년 매출은 1조5천466억원으로 벤처천억기업 매출 3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온라인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사 네오플은 매출 1조1천495억원을 기록해 매출 상위기업 8위에 올랐다.

전 세계 4억명 유저를 보유한 온라인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제작사 펍지는 2017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2만8천417% 증가해 벤처천억기업 가운데 매출액증가율 1위를 차지했다. 2016년 매출은 10억원에 불과했으나, 배틀그라운드가 성공을 거두자 매출이 282배나 늘어났다. 펍지는 북미와 유럽시장에서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수출이 전년 대비 12배 늘어나 6억달러 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한령(限韓令)마저 불식시킬 만큼 중국에서도 인기가 높다.

암호화폐거래소를 운영하는 비티씨코리아닷컴은 2016년 매출 43억원에 그쳤으나, 2017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7천620% 올라 2위에 올랐다. 2016년에는 온라인 교육콘텐츠 개발사 에스제이더블유인터내셔널이 전년 대비 매출액이 168% 급증했다. 2015년은 모바일게임 개발사 웹젠의 매출이 전년 대비 310% 증가했다. 2014년은 모바일 및 온라인게임 개발사 네시삼십삼분, 컴투스, 게임빌의 전년 대비 매출액이 각각 318%, 265%, 122% 늘었다.

◆ 높은 판매마진과 안정적 재무구조

판매마진은 IT기업이 타 업종에 비해 월등히 높다. 2017년 네오플의 매출액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의 비율)은 92.5%로 1위를 차지했다. 2위 비티씨코리아닷컴은 79.5%에 달했다. 나란히 4~6위에 오른 셀트리온(의약품 연구·개발·제조업체, 62.4%)과 메디톡스(의료기기 제조업체, 51.3%), 메카로(반도체 장치 제조업체, 40.9%)의 판매마진과 큰 차이를 보였다. 2017년 매출액 영업이익률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셀트리온과 메디톡스, 메카로를 제외한 나머지 7개 기업은 모두 IT기업이었다.

2017년 벤처천억기업의 업종별 분포를 보면 소프트웨어(SW)와 정보통신 관련 기업은 7.9%에 그쳤다. 하지만 신규 벤처천억기업과 가젤형 벤처천억기업(최근 3년 연속 20% 이상 매출성장률을 보인 벤처기업)은 각각 14.5%, 15.7%로 전체 수보다 2배 가까이 높다.

반면 기계·제조·자동차 업종은 전체 벤처천억기업의 26.7%에 이르지만 신규 벤처천억기업과 가젤형 벤처천억기업의 비중은 각각 11.6%, 21.9%에 그쳤다.

재무 구조는 SW와 정보통신·방송서비스 관련 기업이 다른 업종에 비해 안정적인 편이다.

2017년 SW 관련 기업의 자기자본비율(총 자본 중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은 76.6%에 달했다. 정보통신·방송서비스 관련 기업은 69.2%였다. 자기자본비율이 낮으면 타인의 자본이 커 매출이 높아도 이자비용이 많이 지출돼 당기순이익이 낮다. 일반적인 표준 비율은 50% 이상이다.

이에 따라 SW와 정보통신·방송서비스 관련 기업의 부채비율(타인자본의 의존도)은 각각 30.6%, 44.4%로 전체 업종에서 가장 낮았다. 반면에 기계·제조·자동차 관련 기업의 자기자본비율은 49.5%, 부채비율은 102.2%였다. 통신·방송기기 관련 기업과 음식료·섬유·(비)금속 관련 기업은 자기자본비율은 각각 50.4%, 53.5%에 머물렀고, 부채비율은 98.4%, 86.8%에 달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도 SW와 정보통신·방송서비스 관련 기업이 가장 높았다. SW 관련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33.9%, 순이익률은 23.3%에 달했다. 정보통신·방송서비스 관련 기업은 각각 20.7%, 16.9%였다. 영업이익률의 경우 두 업종이 타 제조 업종에 비해 몇 배씩이나 높았다.

2017년 벤처천억기업의 연매출 1천억원 달성 소요기간은 SW·정보통신업종은 평균 13.1년으로 첨단제조(16.6년)와 일반제조업(19.6년)보다 짧았다. 2017년 신규 벤처천억기업의 경우 SW·정보통신업종의 기업들은 연매출 1천억원을 올리는데 평균 11.6년 걸렸다. 일반제조(21년), 첨단제조(16.4년)와 견줘 큰 차이가 났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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