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시대, 대구경북 프로젝트 .8] 한반도 신경제구상

  • 박종문 윤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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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26   |  발행일 2019-02-26 제8면   |  수정 2019-03-20
‘섬경제’ 한국, H축 개발 현실화때 동북아로 ‘메가 경제권’형성
20190226
경기 파주시 도라전망대에 서면 북한 개성 도심이 흐릿하게 보인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가 어느 정도 진행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제1차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과 그 이후 진행된 북·미 및 남·북·미 접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북한 비핵화 진전에 따라 대북 경제제재를 완화해 가는 동시행동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남북경협 재개 시점도 예측 가능한 범위 안으로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에 따라 대북제재도 ‘일부 완화→대폭 완화→전면 해제’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재 ‘일부 완화’ 시점에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동해선·경의선 철도 및 도로 연결 등 남북경협이 복원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북제재 ‘대폭 완화’ 시점에 접어들면 소위 한반도 신(新)경제구상이 실행 단계로 나아가고, 북핵 문제가 해결되는 국면에서는 한반도와 동북아가 경제공동체로 발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新경제구상 文대통령 대선공약
동해·황해·접경 3대벨트로 협력
경제 영역, 北넘어 유럽 확장 의도
국내적으론 ‘신성장동력’ 정책

한국, 분단으로 북방 진출에 제약
남북단일시장때 3080클럽 가입
2030년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
북한도 매년 10%이상 경제 성장

북미정상회담서 큰 성과 나오면
동북아 경제공동체 구축에 유리

◆정책 배경 및 비전

한반도 신경제구상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당선 이후 국정과제로 채택됐다. 그동안 남북대화의 주된 의제가 정치·군사·외교 문제에 집중됐다면 한반도 신경제구상은 남북이 호혜적 경제협력 및 경제통일을 통해 공동번영을 이루자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반도 신경제구상이 예전 정책과 차별화되는, 가장 돋보이는 가치는 궁극적으로 경제적 통일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북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통합해 공동으로 번영하는 경제공동체를 형성함으로써 사실상 통일을 달성하자는 담대한 구상이다. 이에 남북한 시장을 하나로 연결하고 경제통합 수준을 확대해 나가기 위한 제도적·물적·인적 기반 구축이 필요하다.

한반도 신경제구상은 국내적으로 신성장동력 창출 정책이기도 하다. 우리 경제는 그동안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청년실업, 신보호무역주의 장벽 등 국내외 여건 악화로 고전해 왔다. 1인당 국민소득은 10년 넘게 3만달러 문턱을 넘지 못하다 지난해 겨우 돌파했다. 이에 남북경협은 경제영토를 확장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한편으로 한반도 신경제구상은 성장잠재력이 풍부한 동북아지역 경제권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의미도 갖는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 러시아의 신동방정책 등과 연계해 동북아 경제번영은 물론 유라시아 진출로를 확보한다는 원대한 구상이다. 그동안 한국은 섬나라도 아닌데 분단으로 인해 ‘섬경제국가’가 되면서 많은 제약을 받아 왔던 게 사실이다.

한반도 신경제구상을 통해 남북이 단일시장을 형성할 경우 인구 8천만명, 국민소득 3만달러가 된다. 정부는 미국·독일·일본에 이은 세계 넷째 ‘3080클럽’ 가입은 물론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 시대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IBK경제연구소는 한반도 신경제구상이 이행될 경우 우리 경제는 매년 1.03%포인트 추가성장 요인이 있고(3.0→4.03%), 2030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5만달러에 이르며, 연평균 14만5천명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 역시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1인당 국민소득은 2030년 한국의 10분의 1인 5천달러에 이르며, 연평균 30만명의 신규 일자리(개성공단 일자리 6배)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 경제가 북한·동북아지역과의 교류를 통해 경제영토를 확장하고 제2도약을 하자는 것이 한반도 신경제구상이다.

◆3대 경제벨트와 하나의 시장 협력

한반도 신경제구상의 핵심 4대 정책은 △환동해 경제벨트 △환황(서)해 경제벨트 △접경지역 평화벨트 △하나의 시장 협력이다. 하나의 시장 협력은 남북 간 경제협력을 위해 물리적·제도적 공간을 하나로 형성해 나감으로써 상품, 생산요소, 기술 교류의 촉진과 협력을 통해 3대 벨트 조성의 기반을 구축하고 장차 남북 한민족의 생활공동체를 구현해 나가자는 것이다.

환동해 경제벨트는 부산~나선~블라디보스토크~동북 3성~니가타로 이어지는 관광·자원·에너지 벨트다. 동해안권, 중국 동북3성, 러시아 극동지역, 일본을 철도·도로·항만·송유관 등으로 연결해 복합물류, 관광, (신재생)에너지, 농수산식품, 자원 중심의 경제벨트를 구축하는 것이다. 러시아와의 에너지(가스·석탄) 협력, 단천특구 등에서의 광물자원(아연·마그네사이트 등) 공동개발을 매개로 남(영동권)·북(동부권)·중(길림·흑룡강성)·러(연해주)의 발전적 협력축을 마련한다.

환황해 경제벨트는 △풍부한 인구·산업시설 등 기존 인프라 △서울과 평양을 잇는 서해축의 지리적 이점 △남·북·중 교역규모와 상호보완적 무역구조 △중국의 일대일로 진전에 따른 복합물류 혁신 등을 활용해 물류·산업·교통을 특화해 개발하는 것이다. 개성·해주경제권, 평양·남포경제권, 신의주경제권을 북한지역 협력거점으로 조성하고 서울경제권과 평양경제권을 중심축으로 서해안 지역경제를 연계·발전시켜 나간다는 구상이다. 즉 산업 협력과 교통·물류 통로를 중국 대륙으로 확대시켜 나가고자 하는 계획이다. 남북한의 서해안과 중국 환발해권을 중심으로 첨단 제조업과 물류 중심의 경제벨트를 조성한다. 중국 주요도시와 일일 생활권 교통망을 구축하고, 중국 일대일로와의 연계를 통해 실질적인 국제물류망 구축을 구상하고 있다.

접경지역 평화경제벨트는 남북 휴전선 대치구역을 생태·환경·관광 벨트화하는 것이다. 군사지역은 DMZ의 생태환경적 특성을 활용해 관광지구로, 접경지역은 산업단지로 각각 개발한다. 또 한강하구를 공동 관리·이용의 장으로 조성해 정치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정착을 견인한다. △DMZ 내 재생에너지 및 태양광 발전소 건립 △통일경제특구 조성 △DMZ 내에 한반도 생태평화연구원과 기상관측소 설치 △UN 산하 국제기구 및 국제회의·체육대회 유치 △남북 특산물 거래 △남북 공동 수자원 관리 △예성강~임진강~한강 ‘평화의 뱃길’ 개방 등이 구체적 사업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주변국 러브 콜과 북방경제

한반도 신경제구상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남북경제공동체를 넘어 북방경제권(동북아경제권)과의 연결이다. 한반도 신경제구상의 H형 경제벨트를 확장하면 중국·일본·러시아를 아우르는 경제권을 형성해 나갈 수 있다. 한반도 신경제구상은 남북 간 경제협력을 핵심정책으로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동북아 주요 국가와의 경제협력이 고도화해야 확장성이 있다. 해양과 육상을 연계하려는 한반도 신경제구상의 가장 큰 장애물은 역시 한반도 분단 그 자체다. 북한과의 경제협력 관계를 형성하지 않고는 유라시아지역으로 경제권을 확대하기 어렵다. 다행히 남북정상회담 후 북한은 우리와의 경협에 적극적인 데다 주변 국가들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경제발전 전략도 한반도 신경제구상과 높은 연계성을 가지고 있어 동북아경제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한 유리한 여건이 형성돼 있다.

북한, 중국 동북부, 극동 러시아, 몽골, 일본을 포함하는 동북아지역은 경제적 상호보완성이 높은 지역이다. 경제협력을 바탕으로 한 상호 공동번영이 가능한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주변국들은 자국의 경제개발 프로젝트에 남북한을 연계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一帶)와 동남아시아·유럽·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一路), 즉 일대일로 전략을 추진 중인 중국은 동북3성을 거점 삼아 극동으로 뻗어나가는 전략을 펴고 있다. 기존의 동북진흥계획을 보완한 신동북진흥계획을 2016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동해 진출을 위해 ‘차항출해(借港出海)’ 전략을 펴고 있다. 나진항을 중심으로 하는 두만강 하류 지역에서의 경제협력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이유다. 중국은 동북 3성의 물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북한 나진항, 러시아 자루비노항 등을 연계하는 물류망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두만강에 접한 대규모 광산 또한 중국의 주된 대북경협사업이다.

미국은 거대 다국적기업을 통한 북한 비핵화의 과실 선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세계적 곡물회사인 카킬사가 북한에 대한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이 집권 4기에 들어서면서 극동지역 개발을 위한 신동방정책을 본격화하고 있다. 신동방정책은 극동지역 개발로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를 추진하는 사업이다. 북한의 부동항을 통한 동북아 및 태평양 진출, 러시아 가스관의 한반도 경유 일본 연결, 러시아 철도(TSR) 연결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몽골은 지정학적인 위치를 적극 활용해 중국·러시아 등과 철도·도로·전력망·송유관·가스관을 연결하는 ‘초원의 길 이니셔티브’를 추진 중이다. 자원수출 등 해상 수송에 대한 수요가 있어 나진항에 대한 관심도 높다. 몽골 태양광발전, 러시아 천연가스 등을 한국·북한·중국·러시아·몽골 등의 전력망으로 연결하는 ‘동북아 슈퍼그리드’ 이야기가 나오는 등 북한을 연결고리로 한 공격적 경제정책이 무성하다. 일본은 북한과 수교 때 지급해야 할 약 200억달러(추정)의 대일청구권 자금을 지렛대로 북한 진출을 노리고 있다. 현재까지 ‘재팬 패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소외돼 있지만 북·일 수교 국면에 접어들면 북한개발 수요를 주변국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다양한 접근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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