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영화-드라마 ‘경계를 허물다’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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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25   |  발행일 2019-02-25 제23면   |  수정 2019-02-25
웹툰-영화-드라마 ‘경계를 허물다’

플랫폼과 매체의 다변화로 인한 장르간 크로스 오버 현상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참신한 스토리텔링과 독특한 재미, 특별한 감동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인기 웹툰이 그 중심이다. 하나의 콘텐츠로 다양한 부가사업을 진행하는 원소스멀티유스의 일환인데, 이젠 웹툰 기반 드라마와 영화가 서로 외피를 바꿔 입거나, 두 장르를 동시에 기획·제작하는 새로운 실험까지 시도되고 있다. 

웹툰 원작영화 ‘신과함께’ 대박
매력적인 킬러콘텐츠 자리매김
안방극장용 드라마로 외연 확대

‘왕이 된 남자’ 이어 ‘라디오 스타’
영화·드라마 ‘이종결합’도 눈길
유행 좇기보다 완성도에 집중을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원작 웹툰의 영상화

웹툰에 처음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건 충무로다. 강풀 원작의 ‘아파트’(2006)와 ‘순정만화’(2008), 윤태호 원작의 ‘이끼’(2010)가 영화로 만들어진 후 한국영화계는 웹툰을 좀더 너른 스펙트럼으로 끌어안기 시작했다. 특히 2012년 ‘은밀하게 위대하게’, 2015년 ‘내부자들’, 2017년 ‘강철비’, 그리고 그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신과 함께’ 1, 2편(2017, 2018)이 천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웹툰은 매력적인 킬러 콘텐츠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콘텐츠로서 웹툰의 또 다른 매력은 작업 특성상 스토리보드와 닮아 있어 서사의 시각적인 전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장면들을 직접 눈으로 가늠할 수 있고, 칸은 컷으로 글은 대사로 돼 있어 영상화 작업을 훨씬 용이하게 해나갈 수 있다. 웹툰이 창작의 열기가 가장 뜨거운 대중문화 분야로 급부상한 이유다. 그만큼 재료(콘텐츠)는 풍부하다. 그 중 SF와 판타지 분야는 이미 독보적인 수준까지 올라왔고, 일상 드라마와 코미디, 로맨스 쪽도 부각되고 있다.

물론 웹툰의 성공이 반드시 영상화의 성공을 담보하는 건 아니다. 각각의 장르적인 특성이 있기 때문에 그런 차이를 인식하고 고민하고 다시 설계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특히 웹툰이기에 가능했던 온라인 소통방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대체할 수 있는 게 관건이다.

‘신과 함께’가 성공한 웹툰 원작 영화가 될 수 있었던 건 원작의 매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원작을 접하지 못한 관객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만든 각색 덕분이다. 판타지 블록버스터 장르에 걸맞은 높은 CG 기술력도 여기에 단단히 한몫했다.

이젠 안방극장에서도 웹툰 원작 드라마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모바일과 인터넷 콘텐츠 중심의 웹드라마에서 안방극장용 드라마로 외연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는 중인데, 현재 절찬리에 방영 중인 이동욱·유인나 주연의 tvN 수목극 ‘진심이 닿다’, 주지훈 주연의 MBC ‘아이템’이 웹툰에서 출발했다. 방영을 앞두고 있는 김소현·정가람 주연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 임시완의 복귀작인 OCN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 등도 마찬가지다.

영화와 드라마의 이종결합도 눈길을 끈다. tvN ‘왕이 된 남자’는 영화 ‘광해 : 왕이 된 남자’를 리메이크했고, ‘설국열차’와 ‘라디오 스타’도 드라마로 만들어진다. 그런가 하면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 시리즈는 영화 ‘나쁜 녀석들 : 더 무비’로 부활한다. 뮤지컬로도 선을 보인 ‘신과 함께’는 내년엔 드라마로 시청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웹툰 영상화에 뛰어든 네이버

웹툰을 영화와 드라마 등으로 자유롭게 확장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은 사실 대형 플랫폼이 가지고 있다. 독자적인 제작이 가능할 만큼 막대한 자본력과 풍부한 자체 콘텐츠를 갖추고 있어서다. 지난해 스튜디오N의 설립이 영상 콘텐츠 시장의 주목을 받은 건 그 때문이다.

스튜디오N은 그동안 트렌디한 웹툰을 발굴해 온 네이버웹툰의 콘텐츠 선순환을 목표로 이를 영화와 드라마라는 새로운 문화 형태로 접목, 확산시키겠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하루 모바일 방문자수가 800만명을 넘나드는 한국 외에도 미국,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 진출해 글로벌 기준 4천600만명의 월간 활성 유저를 보유하고 있는 네이버웹툰은 2천개 이상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스튜디오N은 이 같은 탄탄한 자체 IP를 통해 영화, 드라마, 게임, 애니메이션 등으로 콘텐츠 저변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스튜디오N의 권미경 대표는 “웹툰 원작을 영화와 드라마로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 웹툰 특유의 개성과 다양한 이야기를 영상으로 부각할 수 있도록 차별화하겠다”며 특히 “기존의 영화 및 드라마 제작사들과 협력하는 IP 브리지 컴퍼니로서 새로운 상생 모델과 다양한 성공사례를 만들어 글로벌무대로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스튜디오N은 웹툰 기반의 영화 및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영상 제작 라인업 10편을 발표했다. 먼저 김규삼/CRG 작가의 ‘비질란테’는 국내 최초로 영화와 드라마로 동시 기획 및 제작에 들어간다. 또 글로벌 4개국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야옹이 작가의 ‘여신강림’, 한(恨) 작가의 ‘상중하’, 연제원 작가의 ‘피에는 피’ 등이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고, 김용키 작가의 ‘타인은 지옥이다’, HD3작가의 ‘금수저’ 등은 드라마로, 조현아 작가의 ‘연의 편지’는 제작사 LICO와 함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다. 스튜디오N의 한 관계자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무조건 좋은 ‘스토리’를 우선으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매체 특성에 맞는 변주와 완성도가 관건

콘텐츠의 힘과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장르 간 결합이나 크로스 오버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콘텐츠 확보를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진 만큼 하나의 콘텐츠로 다양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건 분명 매력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핵심은 콘텐츠의 완성도와 매체 특성에 맞는 철저한 분석이다. 원작이 인기를 끌었다는 사실보다는 어떤 맥락 속에서 인기를 끈 것인지, 이를 타 장르로 이식했을 때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는지를 면밀히 분석하는 게 필요하다. 김광원 대중문화평론가는 “하나의 장르가 인기를 끌었다고 해서 다른 장르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웹툰 원작이 영화나 드라마로 재탄생할 때 매체 특성에 맞는 변주가 가능할지, 또 장르 간 결합이 하나의 세계관에서 긴밀하게 서로를 보충하며 재미적인 부분을 좀더 추구해나갈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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