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렬의 미·인·만·세] 낸 골딘의 피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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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20   |  발행일 2019-02-20 제30면   |  수정 2019-02-20
[김옥렬의 미·인·만·세] 낸 골딘의 피크닉
Picnic on the Esplanade

이 한 장의 사진은 매우 평범한 야외 피크닉 풍경이다. 이 즐거운 모습이 담긴 사진은 1980년대 미국 비주류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을 포착하는 낸 골딘(Nan Goldin)의 사진이다. 그녀의 사진은 성에 대한 기존의 인습이나 사회적 규범을 깨는 경계에 있다. 그 경계에는 복잡하고 다양한 인간관계에 대한 시선, 그들의 삶과 함께한 사진예술가의 시선이 자리한다.

낸 골딘은 1970년대 미국에서 급증하기 시작하는 호모 섹슈얼을 기록하는 사진 예술가로, 1969년부터 자신과 친구들로 이루어진 확대가족을 중심으로 성적 소수집단에 관한 사진작업을 시작했다. 그녀의 사진은 성소수공동체 내의 인간관계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성과 남성에게 부과하는 역할과 행동양식이 어떤 것인지,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인간관계와 삶의 방식을 사진일기라는 형식으로 기록했다.

[김옥렬의 미·인·만·세] 낸 골딘의 피크닉
현대미술연구소 소장

낸 골딘의 스냅사진은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당하고, 인간적인 삶을 누릴 수 없는 이들에 대한 인간조건의 문제를 시각화한다. 그녀의 스냅사진은 사랑으로 행복하거나 실연으로 아파하는 사람들, 그 장소, 그 시간, 그 순간의 기록들이다. 그 순간의 진실은 결코 말로 묘사할 수 없는 것이다. 낸 골딘의 사진은 그런 애잔하고 안타깝고 아름답게 녹아 있는 시간을 다시금 우리의 눈앞에 펼쳐 주는 것이다. 우리가 사회에서 습득하는 남자다운 것이나 여자다운 것에 얼마나 많은 선입견을 가지고 대하는지 낸 골딘의 이 한 장의 스냅사진인 ‘피크닉’은 너무나 명백하게 그 경계를 들추어내는 통로가 되고 있다.

사진은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고 지각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그것은 하나의 결과물이자 한순간의 시간의 기록이다. 사진은 그 사진이 어떻게 해서 찍혔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것은 다만 사진가의 몫이다. 그러나 그 장소, 그 시간이 담긴 사진에는 개인과 사회의 기억이 그리고 인간의 삶이 담겨있다. 이 한 장의 사진 ‘피크닉’은 단지 평범한 일상의 스냅사진이자 그 순간, 그 시간의 순수한 기록이다.

그러나 이 사진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회적 문제가 될 때, 다른 수많은 시선으로 재해석되는 경계에 있다. 낸 골딘의 ‘피크닉’은 1973년의 사진이다. 그 시기 성소수공동체가 지금과는 다른 경계에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면 낸 골딘의 사진이 가진 사회적 파장을 짐작하게 한다.

2019년, 40여년을 지나온 지금 제3의 성에 대한 법적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올해 뉴욕시에서는 중립적 출생증명서를 발급하는 법안이 발효됐다. ‘X’로 알려진 제3의 성(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적 성별에 속하지 않는 성)은 부모가 신생아의 성별을 선택할 때나 스스로를 제3의 성이라고 여기는 개인이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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