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뉴욕의 아마존 거부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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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9   |  발행일 2019-02-19 제31면   |  수정 2019-02-19

아마존(amazon)은 세계 최대의 온라인 유통업체다. 1994년 시애틀에서 설립했다. 초기에는 서적을 배달하는 정도였으나 지금은 취급하지 않는 물건이 없다. 전세계 주식 중 시가총액 1위를 놓고 애플과 경쟁 중이다. 1조달러 전후로 삼성전자의 3배를 웃돈다.

아마존이 제2본사를 건립하겠다며 미국 전역의 도시를 상대로 입찰형 경쟁에 부쳤다. 200여개 도시가 희망했는데 뉴욕과 버지니아주 내셔널 랜딩이 공동 선정됐다. 세계 최대 기업이 본사를 짓겠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있겠는가 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뉴욕 내 정치권 일각에서 거부하고 나섰다. 먼저 뉴욕시가 30억달러의 세제혜택을 아마존에 주겠다는 유인책이 도마에 올랐다. 왜 시민 세금을 세계최대 기업에 얹어주냐는 반론이다. 다소 ‘정치철학적’인 반대 이유도 있다. 아마존 같은 고임금의 대기업이 오면 안 그래도 높은 도시의 주택가격과 물가상승을 부추겨 ‘도시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우려다. 기존 거주민들은 내몰리고, 도시는 소수 부유층과 절대다수의 빈곤층으로 양극화된다는 걱정이다. 일종의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에 그런 현상이 있었다. 여기다 아마존이 내건 ‘무노조 원칙’도 민주당 출신 뉴욕의 젊은 정치인들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결국 아마존은 뉴욕 제2본사 계획을 접었다.

아마존 뉴욕 본사 논란은 우리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한국은 서울 중심 수도권에 거의 모든 유력 기업이 초집중화된 불균형발전의 대표적 국가다. 서울 수도권은 곧 대한민국이다. 최근 SK하이닉스가 무려 120조원을 투자한다는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로 경기도 용인을 거의 낙점했다. 서울과 가깝고 원활한 인력 수급을 감안했다는 이유에서다. 경북 구미와 충북 청주가 경합하고 있지만 기대난망이다.

SK하이닉스가 용인으로 간다면 수도권 공장 규제를 푸는 특혜를 줘야 한다. 마치 아마존이 뉴욕 본사를 조건으로 내건 세제 인센티브나 무노조와 비슷하다. 이런 생각이 든다. 초집중화된 서울 수도권에 더 이상 공장이 오는 것을 반대하는 서울 정치인들은 왜 없는 것일까. 심도 있는 정치경제적 철학을 기대하기에는 우리 수준은 여전히 낮은 것일까. 어쩌면 수도권 내부의 양극화 그늘이 갈 때까지 가고, 극심한 내부 모순을 뒤늦게 자각할 때쯤이라야 화들짝 놀라 비수도권 지방의 가치가 눈에 들어올지도 모르겠다.

박재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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