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열중한 세종, 눈 많이 사용 ‘혈이 상했다’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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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9 08:33  |  수정 2019-02-19 08:33  |  발행일 2019-02-19 제21면
■ 안질의 증상과 치료 방법
글 과하게 읽으면 간 상하고 열 올라
한방서는 간·신장 기능 강화로 처방
책읽기 열중한 세종, 눈 많이 사용 ‘혈이 상했다’
세종은 54세에 세상을 달리할 때까지 여러 질병에 시달렸는데 그 중에서도 안질을 가장 힘들어했다고 전해진다.

대왕으로 칭송받고 있는 세종은 그 성군으로서의 업적만큼이나 질병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세종이 앓았던 질병은 종기(등창), 소갈(당뇨병), 안질, 임질(소변장애), 하지부종, 설사, 두통 등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러한 잦은 질병은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해 더욱 악화됐고, 결국 건강상의 이유로 세자에게 섭정을 하도록 할 정도에 이르게 된다. 세종은 그 이후에도 병치레를 계속하다 결국 54세에 세상을 달리한다.

‘왕조실록’ 기록을 보면 온갖 질병을 앓았던 세종이 가장 힘들어한 고통은 역시 안질(眼疾)이다. 실제 기록을 보면 ‘왼쪽 눈이 아파 안막을 가리는 데 이르고, 오른쪽 눈도 어두워서 한 걸음 사이에서도 사람이 있는 것만 알겠고 정확히 누구인지를 모르겠다. 한 가지 병이 나으면 또 다른 병이 생기니 나의 노쇠함이 심하구나’라고 한탄하는 기록이 나온다. 이는 세종의 나이 42세 때의 병력이다.

실제 세종은 세자시절 때부터 너무 책에만 열중해 태종이 건강을 해칠까 매우 우려해 책을 다 치워버렸다는 얘기까지 있을 정도로 글을 많이 읽었기에 눈이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보통 우리가 사물을 오랫동안 응시하면 눈에 피로가 금방 오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류나 컴퓨터를 많이 다루는 사람 또는 수험생과 같이 책을 많이 보는 사람은 눈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동의보감’에서는 독서로 눈이 나빠진 경우에 대해 언급을 해 놓았는데, 사람이 눈을 많이 사용하면 혈(血)을 상하게 되고, 눈도 따라서 손상된다고 했다.

글을 과도히 읽으면 간(肝)을 상하게 되는데, 간이 상하면 풍열(風熱)이 나고 열기가 상승해 눈을 침침하게 만든다고 쓰여 있다. 실제로 피로와 가장 연관성이 깊은 곳은 바로 ‘눈’이라 할 수 있으므로 눈은 피로를 재는 척도라고도 할 수 있겠다.

또한 탈정(奪精)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는 눈물을 너무 많이 흘려 진액이 마르게 되면 눈동자가 뻑뻑해져서 사물이 제대로 보이지 않게 된다는 개념이다. 원활한 눈의 건강을 위해서는 항상 진액이 촉촉이 나와 젖어있어 줘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흔히 ‘안구건조증’에 대해 이야기하고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이러한 범주로 보아야 한다. 매일 그때 그때 임시방편으로 안약을 넣기보다는 진액부족을 초래하게 된 원인을 찾고 그 근본치료를 해야 한다.

‘동의보감’을 보면 참 재미난 구절이 있다. 이른바 ‘눈에 꽃이 보이는 증상’이 그것이다. 그래서 ‘안화(眼花)’라는 표현을 쓰는데, 그 설명을 보면 눈에 파리가 날아다니기도 하고 공중에서 거미가 매달리는 형태가 보이기도 한다고 돼 있다. 그래서 동의보감을 펼쳐 이 내용을 보여주면, 딱 이 증상이라고 손뼉을 치는 환자들이 많다.

한방에서는 안화의 주된 원인으로 간허(肝虛)와 신허(腎虛)를 꼽는다. 피로가 누적돼 기운이 떨어졌거나 비뇨생식 계통의 기능성이 떨어진 탓으로 본다는 뜻이다.

실제 치료하는 처방도 간·신의 기능을 강화시키는 처방이 많이 사용되는데, 증상이 아주 오래되지 않은 경우에는 비교적 치료효과도 좋은 편이다. 물론 오래된 병증인 경우에는 당연히 치료에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양방병원에 가서 간기능 검사나 콩팥 기능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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