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오만과 편견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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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8   |  발행일 2019-02-18 제31면   |  수정 2019-02-18

당초 ‘첫인상’이라는 이름으로 탈고됐던 영국의 고전 ‘오만과 편견’은 첫 출판 의뢰에서 거절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후 작가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은 책 이름을 지금의 ‘오만과 편견’으로 바꿔 1813년 드디어 출판에 성공한다. 여러 차례 영화화하기도 한 이 소설은 인간의 속된 욕망과 생활의 모습을 합리적인 시각에서 분석하고 현실 풍자와 비판까지 갖춘 작품으로 널리 인기를 얻었다.

이 소설이 추구한 것은 결혼과 사랑의 본질에 대한 심리를 파헤친 것이지만 그 내면에는 원래 제목 ‘첫인상’처럼 인간이 범할 수 있는 편견이 첫 인상에서 크게 좌우됨을 보여주고 있다. 각종 시험의 면접을 보거나 맞선 등에서도 첫인상이 중요한 것은 새삼 강조할 일은 아니지만 첫 대면으로 새겨진 인상은 쉽게 잊히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다.

경북의 유일한 문화관광 대표축제인 문경전통찻사발축제는 관계자들이 늘 예산부족을 호소하는 행사의 하나다. 문화관광축제 가운데 글로벌 육성축제의 예산은 2018년의 경우 화천 산천어축제 57억원,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 43억원, 진주 남강유등축제 40억원, 보령 머드축제 29억원, 김제 지평선축제 24억원으로 알려졌다. 문경찻사발축제는 최우수축제였던 지난해 10억원이었다가 올해는 대표축제로 승격됐지만 9억4천만원으로 줄었다.

찻사발축제가 등급상향으로 국·도비 지원 증가로 예산이 늘어나야 하지만 시비 6억원 중 2억원을 시의회에서 삭감한 때문에 등급상향에 따른 국·도비 지원 증가액 1억4천만원의 효과가 사라진 것이다. 시의회의 축제 예산 삭감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그 바탕에 축제의 혜택이 도예인이라는 특정 소수에게만 돌아간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도예인만을 위한 축제’라는 생각은 이 축제가 시작될 때부터 일부 문경시민 사이에 퍼져있던 것으로, 앞서 말한 ‘첫인상’이나 ‘편견’을 떠오르게 한다. 축제를 통해 지역의 브랜드가치를 높이고 다른 농·특산물의 판매고를 증대시키는 긍정적 효과는 고려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축제에 대해 보다 폭넓은 시각이 시의원과 시민들에게 필요하다는 의견도 ‘편견’으로 비칠까 걱정이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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