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대구은행 ‘차기 CEO 육성프로그램’

  • 최수경
  • |
  • 입력 2019-02-18   |  발행일 2019-02-18 제21면   |  수정 2019-02-18
현 은행장과 지속적 소통…외부 평가도 강화
20190218

DGB금융지주가 지난 15일 발표한 ‘차기 대구은행장 육성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무엇보다 원활한 업무승계를 위한 현 CEO와의 지속적 소통, 사외이사 및 외부평가기관의 영향력 강화 등이 눈에 띈다. 국내 금융사 최초로 실시하는 이른바 ‘인턴십 행장 육성 시스템’인 만큼, 조기안착을 위한 절차적 투명성을 크게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17일 DGB금융에 따르면 차기 대구은행장 육성프로그램은 크게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1년간)는 지주사 및 은행의 현직 임원 19명을 대상으로 한다. 2단계(6개월)는 숏 리스트 후보자 3명을 대상으로 한다. 3단계는 최종후보자 한 명을 내정한 상태에서 6개월간 진행된다. 대략 2년간 총 15개의 세부 프로그램을 통과해야 은행 지휘봉을 건네받을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차기 은행장은 앞으로 그룹 회장을 맡을 정도의 업무역량이 필요하다는 점을 전제로 짜여졌다. 기존에도 CEO 승계프로그램이 있었지만 대부분 서열 등에 따라 내정하는데만 초점을 두고, 별도 세부 육성프로그램은 가동하지 않았다.

현 임원 19명서 최종 1명 선정
2년동안 15개 프로그램 진행
국내 금융사 첫‘인턴십’육성
사외이사·외부기관 평가 등
절차적 투명성·공정성 강조


이번 행장 육성프로그램에선 특히 사외이사 및 외부평가기관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된 점이 한눈에 들어온다. 단계별 후보자 수를 압축하는 과정에선 그룹 회장 외에도 외부기관 및 사외이사들의 후보자들에 대한 평가점수가 합산된다. 이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은 후보자와 수시로 접촉하며 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 외부인사들도 후보군 임원과 1대 1 코칭을 한다. 1단계에선 5개월간, 3단계에도 차기 행장 내정자와의 코칭프로그램이 예정돼 있다. 종전처럼 평가작업이 사내에서 모두 이뤄지면 투명성과 공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마련한 장치라고 DGB금융 측은 설명했다.

김태오 지주 회장 겸 은행장도 수시로 후보군들과 면담하며 업무승계 절차를 준비하게 된다. 그는 1단계에선 2차례 (올 2~3월, 9월) 후보군들과 면담을 한다. 3단계에선 행장 내정자와 6개월간 멘토링 수업을 한다. 다소 색다른 프로그램들도 다수 선보인다. 1단계에선 19명 후보자 모두가 하나씩 전략과제를 스스로 선정·준비한 뒤 올 연말 발표한다. 이 과정은 사실상 1년 내내 진행된다. 잠재능력평가 아카데미(집단토론식 회의)도 선보인다. 2단계(6개월 과정)로 넘어가면, 그룹 계열사 중 하이투자증권, DGB생명, DGB캐피탈, DGB자산운용 등 비은행권 계열사에서 3개월(1인당 2개사)씩 파견근무를 한다. 후보군들은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파견근무를 하기 때문에 적잖은 부담을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위해선, 은행장이 비은행권 업무를 섭렵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어학능력개발은 해외 IR(투자설명회) 등을 겨냥한 것이다. 현재 DGB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이 65.6%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이 감안됐다. 은행장 내정자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선 ‘향후 은행 비전 및 사업계획 발표’라는 마지막 관문을 넘어서야 한다. 3단계 과정의 백미는 글로벌 연수다. 미국·홍콩·싱가포르 등지에서 각 2개월씩 연수를 하게 된다. 세부 프로그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현지에서 초단기 MBA과정이수, 자체 시장조사, 타 공공기관 연계 현지 연수프로그램 참여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 녹록지 않은 과정을 통과해야 내년 12월 말 차기 은행장 자리에 오를 수 있다. DGB금융 관계자는 “이번 육성프로그램을 잘 세팅해 국내 금융사에서 가장 모범적인 CEO승계모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