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프리앤메지스 장현미 부사장

  • 김수영 이지용
  • |
  • 입력 2019-02-15   |  발행일 2019-02-15 제35면   |  수정 2019-02-15
“위기일수록 원단 개발·연구 강화…전국 30개 백화점 입점 발빠른 성장”
20190215
프리앤메지스의 디자인을 총책임지고 있는 장현미 부사장. 메지스(MEZIS)라는 브랜드 이름도 보인다.

기자의 머리엔 20년 전쯤 장현미 패션디자이너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 늘 자리하고 있다. 그 느낌을 특별하게 기억하는 것은 그가 여느 패션디자이너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깔끔한 단발머리, 단정한 옷차림에 간단명료하고 조리있는 어법은 패션디자이너보다 교사에 가까운 이미지였다. 그의 이 같은 외모는 지금도 변함이 없는데 이것이 <주>프리앤메지스의 이미지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여성적이면서 단정한 멋이 스며있고 입으면 입을수록 멋스러움이 느껴지는, 그래서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이 장현미 패션디자이너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프리앤메지스의 부사장이기도 한 그는 남편 김광배 대표이사와 함께 프리앤메지스를 전국구 브랜드로 성장시켜온 주인공이다.

▶어릴 때부터 옷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고 했습니다.

“그 당시는 집에서 옷을 만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한복 등을 직접 만드는 것을 보고 자랐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릴 때부터 뜨개질을 많이 했습니다. 뜨개질만 하면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어느 날부터 패션디자이너가 꿈이 되었지요. 자연스럽게 대학에서 의상학을 공부하게 됐고 공부를 하면 할수록 더 빠져들었습니다.”

▶1991년 프리앤메지스의 모태가 된 주경실업 프리밸런스를 창립했습니다. 회사 설립 전 패션현장에서 실무도 익힌 것으로 압니다.

“대학 다닐 때 현직디자이너가 겸임교수로 오셨는데 교수님이 저를 스카우트해서 1986년 졸업하자마자 교수님이 운영하는 패션업체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다른 패션업체에서 일하면서 패션디자인의 실무를 익힌 것은 물론 패션업체의 관리 전반에 대해서도 어깨 너머로 접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남편의 도움으로 프리밸런스를 설립한 뒤 남편은 대표, 저는 디자인실장으로 오랫동안 일을 해왔지요. 회사 창립 후 바로 결혼을 해서 신혼여행도 가지 못하고 일을 했습니다. 그 당시는 신혼여행보다 회사 운영이 더 중요하다 생각했는데 지금 되돌아보면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신혼여행을 가지 못한 것은 좀 아쉽기도 합니다.(웃음)”


패션 현장 실무 경험, 남편 만나 협업
급변하는 사회·패션상황 빠르게 대처
차별화된 소재로 다양한 디자인 입혀
고객 니즈·유행·라이프 스타일 파악
가방·구두 등 소품 개발 지속적 연구

지역서 흔치 않은 세컨드 브랜드 성공
지역간 넘어 서울·해외브랜드와 경쟁
이기는 길은 더 많이 노력하는 것뿐

젊은 디자이너들 진입에 많은 어려움
패션·유통 흐름알고 꼼꼼히 계획 짜야



▶섬유패션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구에는 많은 패션브랜드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크고작은 부침을 거치면서 많은 업체들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프리앤메지스도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급변하는 사회와 패션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했던 것이 현재의 경쟁력을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대부분 패션업체의 가장 큰 고비는 아마 IMF 외환위기 때였을 것입니다. 저희 회사도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위기가 기회라 생각하고 남편, 직원과 함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와 실험을 이어갔습니다. 가장 큰 성과가 바로 원단 개발이었지요. IMF 이전에는 수입원단을 많이 사용했는데 프리앤메지스만의 원단을 개발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IMF 이후 회사가 더욱 성장을 했습니다. 연구, 실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기회였습니다.”

▶프리앤메지스하면 색다른 원단이 떠오르는데 그만큼 원단 개발에 신경을 많이 쓴 결과이겠지요.

“패션에서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원단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도 많습니다. 최근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유니클로를 보십시오. 유니클로는 패션업체지만 처음으로 소재를 먼저 내세웠습니다. 냉감소재, 온감소재 등을 통해 유니클로만의 차별화를 모색했지요. 해외 유명브랜드 역시 자신만의 소재로 다양한 디자인을 입혀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프리앤메지스도 지향하는 바가 비슷합니다. 프리앤메지스의 옷들은 색다른 원단을 많이 사용합니다. 직접 원단 개발에 나서기 때문입니다. 지역패션업체의 원단도 많이 쓰려고 노력하는데 이런 원단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양 등을 가미해서 프리앤메지스만의 색깔이 묻어나도록 제작을 합니다.”


이 같은 프리앤메지스의 저력은 장 부사장의 끊임없는 공부열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프리앤메지스를 창립한 뒤 이화여대 섬유·패션디자인전문가 과정을 수료하고 계명대 대학원에서 석사를 밟은 뒤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와 함께 영남이공대학 패션디자인과, 계명대 패션마케팅과 등에서 강의했다. 2002년부터 다양한 R&D사업에도 참여했다. 산학연 영남이공대 공동기술개발 사업, 중소기업기술혁신개발사업, 문화체육관광부 지원 전통문양 DB를 활용한 디자인개발사업, 패션스트림 개발사업, 글로벌전문기술 개발사업 등에 참여했다. 이러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현재 특허 4건, 실용 1건, 디자인등록 76건, 상표 7건을 보유하고 있다. 이만이 아니다. 2005년 패션 피날레 어워드에서 산업자원부장관상인 황금골무상, 2008년 대구컬렉션에서 대구시장 공로패, 2013년 대구컬렉션 우수디자이너상 등을 받았다.


20190215
패션쇼에서 선보였던 메지스 의상.
20190215
장현미 프리앤메지스 부사장이 패션쇼에서 선보였던 메지스 브랜드 의상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패션디자인을 하면서 재미와 보람도 있지만 힘든 점도 많을 듯합니다.

“패션디자인을 하는 것 자체는 아직도 가슴을 뛰게 하는 매력적인 작업입니다. 하지만 디자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판매로 이어져야 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디자인이 무조건 고객으로부터 호응을 얻는 것이 아니라서 끊임없이 고객의 니즈, 유행 흐름은 물론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까지 파악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옷만 생산하면 되었으나 최근에는 옷과 코디할 수 있는 가방, 구두 등의 소품까지 개발해야 돼 할 일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알려면 끊임없는 공부와 실험이 필요합니다. 늘 깨어있어야 합니다. 소비자의 니즈, 시대적 요구에 한발 앞서나가야 하는데 잠시 한눈을 파는 순간 뒤처지게 되지요. 이런 것들이 재미도 있지만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도 됩니다.”

▶대구지역에는 부부가 힘을 합쳐 패션업체를 일궈나가는 곳이 꽤 있습니다. 이런 업체의 모범사례가 되고 있는데요.

“패션업체에서 일할 때 같은 회사에 다니던 남편을 만났습니다. 서로 경영과 디자인의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 창업을 결심할 수 있었습니다. 남편은 상당히 꼼꼼하고 경영쪽에 타고난 감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남편 덕분에 저는 패션디자인에만 전념하면 되었습니다. 하지만 초창기에는 언쟁도 잦았습니다. 각자의 영역이 달라서 협업을 할 때 의견 충돌이 많았지요. 하지만 지금은 서로의 성격을 알기 때문에 의견이 다를 경우 조율을 합니다. ”

▶지역에서 세컨드브랜드는 성공한 경우가 잘 없는데 메지스가 대표적인 성공사례입니다.

“창업 때 프리밸런스로 시작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2006년 메지스를 론칭했습니다. 메지스를 론칭할 당시 브랜드 2개를 운영하는 것은 힘들다며 프리밸런스 1개만 잘 관리하라는 선배들의 조언이 있었습니다. 프리밸런스의 타깃층이 60대 이상이기 때문에 커리어캐주얼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지요. 메지스도 론칭 초기에는 약간 고전했지만 이후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현재 전국 30개 정도의 백화점에 입점했는데 프리밸런스와 메지스의 비율이 6대 4 정도 됩니다. 메지스의 반응이 좋아 앞으로 매장을 더욱 늘려나가고 판매하는 지역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디자이너로 30여년간 활동해오면서 지역 패션산업의 부침을 두루 겪었습니다. 과거와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요.

“예전에는 패션브랜드에도 지역 개념이 있었습니다. 대구브랜드, 서울브랜드 식으로요. 하지만 이제는 지역브랜드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지역브랜드끼리 경쟁했다면 이제는 서울브랜드와 경쟁해야 합니다. 이만이 아닙니다. 프리앤메지스는 현재 중국 등에도 수출하고 있는데 해외브랜드와도 경쟁을 해야 합니다. 여기서 이기는 길은 더 많이 노력하는 것뿐입니다.”

▶지역에 젊은 디자이너가 없다는 이야기가 줄곧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패션산업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고 생각해 디자이너를 하고자 하는 이들이 줄고 있는 것 같은데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합니다.

“지역의류시장이 대형백화점 위주로 돌아가는데 백화점은 젊은 디자이너들의 진입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결국 규모의 경제에서 밀리는 것이지요. 힘들지만 노력하면 희망은 있습니다. 예전 방식으로 옷만 멋지게 디자인한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패션업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정확히 파악해서 여기에 맞춰 계획적으로 사업을 펼쳐나가야 합니다. 옷만 잘 만들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패션 및 유통 흐름 등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꼼꼼히 계획을 짜야 합니다. 그리고 늘 공부하고 실험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이것이 곧 경쟁력입니다.”

▶앞으로의 프리앤메지스의 활동도 궁금합니다.

“현재 대구를 비롯해 부산, 포항, 광주, 대전 등에서 프리앤메지스의 인기가 높습니다. 아직 수도권으로까지는 진출하지 못했는데 조만간 시도를 해보려 합니다.”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