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리포트] 윤창호 사건 재판 결과와 법 개정 역사

  • 뉴미디어부
  • |
  • 입력 2019-02-15 08:00  |  수정 2019-02-15 13:30  |  발행일 2019-02-15 제10면
20190215
천주현 형사전문변호사(법학박사)

지난 13일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4단독 법정은 고(故) 윤창호씨 유족과 시민, 취재진으로 뜨거웠다. 안타까운 사고로 청와대 국민청원, 도로교통법 개정 등이 뒤따랐던 만큼 이 사건 선고에 국민적 관심이 쏠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사건이 2018년 9월25일 발생한 탓에 구(舊) 특가법이 적용됐다. 그해 12월18일 동 개정법률이 즉시 시행됐지만, 부칙에서 소급효를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행위시법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형벌법규의 일반적 속성이다. 그렇다면 구법 하에서 일어난 이 사망사고는 1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고, 가중·감경요소를 감안해 선고형량을 정하게 된다. 개정법의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법관은 6년형을 선고했다. 주의의무위반정도가 중하고 결과가 참담하며, 사회적 인식을 고려해 중형을 내렸다. 양형기준을 이탈해 처벌한다는 점도 밝혔다. 재판부가 수용한 것으로 보이는 가중요소로는 주의의무위반 정도(운전 동기와 경위, 0.181%의 높은 수치, 급가속, 횡단보도 피해자), 피해결과의 중대성, 유족의 엄벌 촉구, 범행 후 정황을 들 수 있다. 감경요소로는 동종전과가 없고, 어머니를 부양해야 하는 점, 종합보험에 가입된 점 정도에 불과하다.

한편 이 사건 변호인은 사고 직전 운전자와 동승자 간 애정 행각이 사고 원인이라면 이는 음주사고가 아니므로, 특가법이 적용돼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블랙박스,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피고인이 운전 시작 시점에 만취 상태에 있었다고 보고 주장을 배척했다. 변호인의 주장이 관철되려면 음주운전을 했지만, 음주하지 않았더라도 사고를 막을 수 없는, 즉 사고는 기필코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이 입증돼야만 한다. 음주운전과 사고발생 간의 인과관계 단절 문제다. 그러나 이 사건을 음주사고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법상식에 반하고, 법문을 엄격히 해석해 보아도 특가법 적용대상이 된다고 봐야 한다. 음주운전이 주된 사고원인인 한 다른 요소가 있었다 해도 동죄 성립을 방해하지 않는다. 변호인이 적용을 희망한 교특법은 5년 이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을, 음주운전죄는 6월~1년 징역, 300만~500만원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언제부터 우리는 음주사고를 중하게 바라보았는가. 교특법에서 벌금을 현재와 같이 상향한 것은 1996년이다. 종합보험에 가입됐더라도 중상해 땐 기소할 수 있도록 개정한 것은 2010년이며, 교특법 처벌이 약해 특가법 위험운전치사상죄를 신설한 것은 2007년이다. 상해시 1~15년 징역 또는 1천만~3천만원 벌금, 사망시 무기 또는 3년 이상으로 강하게 개정한 것은 2018년 12월18일이다. 또 도로교통법에 3진아웃이 처음으로 도입된 것은 2011년이다. 이 때 음주측정거부죄 형량도 크게 상승했다. 오는 6월25일부터 시행될 신법은 두 차례 음주운전이나 측정거부시 2~5년 징역이나 1천만~2천만원 벌금에 처하고, 1회 측정거부해도 1~5년 징역이나 500만~2천만원 벌금을 내야 한다. 1회 음주운전한 경우도 0.2% 이상시 2~5년 징역이나 1천만~2천만원 벌금, 0.08~0.2% 미만시 1~2년 징역이나 500만~1천만원 벌금, 0.03~0.08% 미만시 1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높게 처벌한다. 단속기준이 0.03%로 변경돼 0.03~0.05% 사이 면책됐던 다수의 운전자(경찰통계상 월 1천225명)는 이제 처벌을 피할 수 없다.

천주현 형사전문변호사(법학박사) www.brotherlaw.co.kr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