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인 시각으로 담아낸 ‘그날의 항거’…대구미술관 ‘3·1운동 100주년전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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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3   |  발행일 2019-02-13 제22면   |  수정 2019-02-13
회화·사진·영상 등 100여 점 전시
기록·기억·기념 열쇳말로 소통
20190213
안창홍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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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작
20190213
김보민 작

“역사란 거대 담론만 있는 게 아닙니다.” 대구미술관 권미옥 전시1팀장의 말에서 전시의 정체성이 드러난다. 3·1운동 100주년 기념전을 무겁게만 조명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밝힌 셈이다. 권 팀장은 “미술관답게 계몽적인 방향보다 예술적인 부문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대구미술관에서 ‘1919년 3월1일 날씨 맑음’이라는 타이틀로 3·1운동 100주년 기념전이 열리고 있다. ‘날씨 맑음’이 눈에 띈다. 3·1운동을 맑은 햇살처럼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다. 애정이 듬뿍 담긴 제목이다. 3·1운동 100주년을 밝은 미래의 출발점으로 여기고 있기도 하다.

강요배, 권하윤, 김보민, 김우조, 바이런 킴, 배성미, 손승현, 안은미, 안창홍, 이상현, 이우성, 정재완, 조동환, 조해준 작가가 참여했다. 조동환 작가와 조해준 작가는 부자지간이다.

회화·사진·설치·영상 등 100여 점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다양한 장르는 3·1운동의 정신과도 맥이 닿아 있다. 3·1운동이 각계각층의 민중이 폭넓게 참여한 항일운동이었다는 점에서 장르를 다양화했다. ‘기록’ ‘기억’ ‘기념’을 열쇳말로 삼아 작가들이 예술적 상상력을 발휘하며 관객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대구근대역사관·대구문학관과 협력해 ‘대구아리랑’ ‘일제 강점기 대구문학작품과 문인들의 활동’ 등 당시 사회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아카이브도 소개하고 있다.

‘기록’에서는 조선 황실의 비극적 종말을 다룬 이상현 작가의 다큐멘터리 ‘조선의 낙조’, 일제강점기에서 한국전쟁까지 정읍 지역의 교육변천사를 다룬 조동환·해준 부자의 ‘정읍: 일제강점하의 식민통치 시기부터 한국전쟁까지’ 등을 만날 수 있다. 조동환·해준 부자의 작업은 2005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한 작업이다.

서울과 평양,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열차를 상상한 김보민 작가의 ‘렬차’, 우리나라의 정치적, 역사적 격변으로 인해 타국에서 살고 있는 재외동포의 초상사진을 찍은 손승현 작가의 ‘삶의 역사’ 등은 기억에서 살펴볼 수 있다. 재외동포의 얼굴은 삶의 지도이자 생명력의 표현이다.

‘기념’에선 안창홍 작가의 아리랑을 비롯해 이우성 작가의 대형 걸개그림, 안은미 작가의 영상을 볼 수 있다. 낡은 흑백사진 같은 안창홍 작가의 그림이 눈에 확 들어온다. 그림 속의 사람들이 모두 눈을 감고 있다. 역사 속에 사라진 이름 없는 사람들을 기념하고 있다.

전시실 입구에 설치된 배성미 작가의 작품도 흥미롭다. 관객들이 작가가 꾸며놓은 공간에 들어갈 수 있다. 공간에서 무엇을 볼 것인지는 관객의 몫이다. 5월12일까지. (053)803-7900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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