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3역’ 中 출신 억척 며느리

  • 문순덕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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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3   |  발행일 2019-02-13 제14면   |  수정 2019-02-13
시어머니 모시는 청도 임종순씨
아내·엄마·며느리로서도 ‘으뜸’
딸 키우며 요양보호사 자격 딴 후
어르신들 정성껏 모셔 칭찬 자자
최근엔 사이버대학 졸업도 앞둬
‘1인 3역’ 中 출신 억척 며느리
중국 하얼빈 출신인 임종순씨(오른쪽)가 시어머니 이희순(72), 남편 전태환씨와 함께 청도의 집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중국 하얼빈 출신 결혼 이주여성이 농촌에서 1인3역을 하면서 억척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임종순씨(46·청도 각북면 지슬리)는 2001년 중매인의 주선으로 남편 전태환씨(50)를 고향 하얼빈에서 처음 만났다. 그해 9월 임씨는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 겸 부푼 꿈을 안고 하얼빈에 온 전씨를 만났고, 3개월 뒤 12월1일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임씨는 부산으로 신혼여행을 갔다 온 뒤, 남편 고향인 청도에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시집살이를 시작했다. 코리아 드림을 안고 시집 온 새색시는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두 달이 지날 때쯤 신랑과 의논해 청도를 떠나 서울에서 생활하게 됐다.

도시에서 생활하게 된 임씨는 경제적으로 어렵고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여러모로 힘든 나날을 보냈다. 결혼 2년 만에 임신을 하자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시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그때 낳은 예쁜 딸이 이제 중학생이 됐다.

임씨 이웃 세 명도 국제결혼을 했지만, 이주여성들이 도망가거나 이혼해 가정이 파탄 났다. 임씨는 딸 하나라도 잘 키우기 위해 이를 악물고 생활에 충실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딸이 세 살 때 어린이집에 맡기고, 버섯농장에 다니면서 요양보호사가 되기 위해 틈틈이 공부해 2010년 6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8년째 요양보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청도 풍각에 위치한 효사랑시니어요양센터에서 일하는 임씨는 어르신을 지극정성으로 돌봐 주변에서 칭찬이 자자하다. 이웃 사람들은 “다문화가정 중에 모범으로 시어른 모시고, 죽을 고비를 두 번이나 넘긴 남편과 딸을 키우면서 다복하게 사는 모습이 정말 예쁘다”고 칭찬했다.

임씨는 우리 문화를 이해하고 생활이 안정되자 5년 전부터 청도 새마을문고와 어머니 경찰대에서 봉사하고 있다. 중국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싶었던 임씨는 4년 전 대구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우여곡절 끝에 이달에 졸업한다.

졸업을 앞두고 마음이 벅차고 설렌다는 임씨는 “이웃에 사는 대구사이버대 재학 중인 이몽숙씨가 중국에서 입학 서류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등 많은 도움을 줘 너무 고맙다”고 했다. “함께 입학한 남편은 바쁜 농사일과 건강 때문에 휴학하고 내가 공부를 마칠 수 있도록 외조를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남편이 고부 갈등을 자연스럽게 해결하는데 중간 역할을 잘해 지금까지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했다.

남편은 둘째 아기가 심장에 이상이 있어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나라로 보낸 것이 괴로워 술로 세월을 보내다가 간이 극도로 나빠져서 죽을 고비를 넘겼는데 또다시 당뇨로 고생을 하고 있다.

전씨는 “예쁜 딸과 오순도순 잘살 수 있도록 아내가 묵묵히 자리를 잘 감당해줘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몇 년 전부터 사과와 복숭아, 감 농사를 많이 지어 힘이 든다는 전씨는 “하나 있는 딸 뒷바라지를 잘하기 위해 열심히 농사를 짓고 있다”고 했다.

졸업과 함께 사회복지사 2급을 취득하는 임씨는 “요양보호사로 활동을 하면서 집 근처에 공동체 시설을 설립하여 마을 어르신을 모시고 보람 있게 살아가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글·사진=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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