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한국당, 허약체질이 만성화됐나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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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1   |  발행일 2019-02-11 제30면   |  수정 2019-02-11
여권의 쏟아지는 악재 속
全大 컨벤션 효과 겹치며
탄핵후 첫 호기 맞았지만
구치소 책상·의자문제로
단번에 흔들린 당권구도
[송국건정치칼럼] 한국당, 허약체질이 만성화됐나

설 연휴 민심을 살펴본 ‘리얼미터’의 지난 8일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자유한국당은 29.7%(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기록했다.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처음으로 30%에 근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설 민심의 37.8%를 가져갔다. 여전히 1위지만 한국당과의 격차는 8.1%포인트로 좁혀졌다.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 양당 간 지지율 격차는 40%포인트에 달했다. 대구·경북만 놓고 보면 한국당(53.3%)이 다시 민주당(17.9%)에 압도적으로 앞서기 시작했다. 한국당이 회생기회를 맞은 건 여권에 쏟아진 악재의 영향이 가장 컸다. 김태우 전 수사관·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 서영교·손혜원 의원을 둘러싼 의혹들, 김경수 경남도지사·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법정구속이 한국당엔 호재가 됐다.

때맞춰 한국당이 반년 동안의 비대위체제를 마감하고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27일 열기로 했다. 2017년 대선 때 보수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당권주자로 등장하자 홍준표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같은 대권주자급들이 견제구를 날리며 당권도전을 선언했다. 대구의 주호영 의원 등이 ‘관리형 대표’를 기치로 출사표를 던지면서 당권주자가 8명이나 나왔다. 여기에 별도 선거로 5명을 뽑는 최고위원 자리에도 대구의 윤재옥 의원, 경북의 김광림 의원을 포함해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줄줄이 나섰다. 바른미래당에 가 있는 유승민 의원 정도를 제외하고 유력 보수정치인이 총출동한 셈이다. ‘흥행대박’이 예고됐다.

박근혜정권 몰락 이후 허탈감에 빠져 있던 보수유권자들은 대부분 이를 반겼다. 2020년 총선이 다가오는 시점에 문재인정부의 실책이 잇따르고, 한국당 가용인력이 모두 나선 상태에서 새 지도부를 뽑는다고 하니 모처럼 눈길을 줬다. 이제 2년 만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넘어서서 새로운 인물을 구심점으로 뭉칠 걸로 예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2년 동안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진 한국당의 체질은 그런 기대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직도 ‘박근혜의 그늘’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임을 그대로 노출했다. 박근혜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황교안이 등장하자 다른 주자들이 갑자기 친박 마케팅 경쟁을 벌였다. 친박 정치인을 바퀴벌레라고 했던 홍준표는 이명박·박근혜 석방 등을 위한 국민저항운동을 제안하고 나섰다. ‘박근혜를 극복해야 총선에서 승리한다’는 오세훈조차 자신의 서울시장 선거운동을 돕다가 커터칼 테러를 당한 박 전 대통령에게 두고두고 갚아야 할 신세를 졌다고 했다.

보다 못했던지 교도소에서 박 전 대통령을 유일하게 접견하는 유영하 변호사가 방송에 출연해 ‘박심’(朴心·박 전 대통령 의중)을 해석했다. 그에 따르면 황교안은 허리 아픈 박 전 대통령에게 책상과 의자 반입을 불허하고 수인번호도 모르는, ‘접견조차 거부당한 사람’이다. 홍준표는 대표 시절 필요에 의해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면서 법률적·정치적 도움을 강구하겠다고 해놓고 ‘어떤 도움도 주지 않은 사람’이다. 오세훈은 ‘언급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다. 한국당은 실패한 대통령의, 그것도 육성이 아닌 대리인의 당권주자 평가에 혼비백산해 우왕좌왕하고 있다. 서로 해명하고 공격하면서 2016년 총선 때 대구를 중심으로 나돌아 조롱거리가 됐던 ‘진박’(眞朴·진짜 친박) 논쟁이 다시 벌어지는 걸 보면 어이가 없다. 한국당의 허약성은 미북 정상회담과 겹친 전당대회 날짜 조정 문제를 놓고 보이콧 사태까지 벌어진 데서도 그대로 노출됐다. 한국당 전체가 백약이 무효인 몸상태인 줄 깨닫지도 못하고 반사효과로 얻은 반짝 지지율 상승에 취해버린 건 아닐까.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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