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통계부정 문제로 신뢰 잃은 아베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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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09   |  발행일 2019-02-09 제23면   |  수정 2019-02-09
[토요단상] 통계부정 문제로 신뢰 잃은 아베노믹스
김병기 일본 시가국립대학 경제학부 교수

일본의 아베 정부가 아베노믹스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 경제 통계를 조작했다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후생노동성이 매월 실시하는 ‘매월근로통계’ 조사는 종업원 수 500인 이상의 사업소는 전수 조사를 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나 2004년부터 도쿄의 사업소에 대해서는 3분의 1만 임의로 선별해 조사한 것이다. 그 결과 임금수준이 낮게 추산되어 사회보험 지급액 등도 과소 지급되었다. 과소 지급자는 약 2천만명에 달하며, 추가지급액은 500억엔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리고 종업원 수 30~499인의 사업소는 2~3년에 한 번씩 전면 교체해 표본 조사를 실시해야 하는데 작년 1월부터 절반만 교체해 조사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표본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임금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들의 비중이 높아졌다.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던 종업원수 500인 이상의 사업소 3분의 2를 포함해 재계산하면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지난해 실질임금 상승률과 크게 다르다. 후생노동성의 통계를 보면 지난해 실질임금이 오른 달은 5개월이지만 통계전문가의 시산에 의하면 1개월에 불과하다. 아베 정부는 임금상승과 이로 인한 소비활성화를 아베노믹스의 핵심적인 성과로 강조해온 만큼 국민의 실망도 크다.

아베노믹스는 침체된 일본경제를 살리기 위해 2012년부터 시행되어 온 아베 정부의 경제정책을 일컫는 말이다. 일본은 1980년대의 버블경제가 붕괴된 이후 장기불황 국면에 직면하게 된다. 2011년에는 동일본 대지진과 그로 인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심대한 피해를 입었다. 잃어버린 20년을 극복하고 디플레이션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 시행된 아베노믹스는 △대담한 금융정책 △기동적인 재정정책 △민간투자를 환기하는 성장전략의 ‘세 개의 화살’로 이루어졌다. 대담한 금융정책은 시중에 대량의 엔화를 공급하는 양적완화를 통해 경기를 살리고 엔화의 가치를 낮추는 것(엔저)이 목적이다. 기동적인 재정정책은 대규모의 정부예산을 들여 사회간접자본과 재해방지시설 등 공공투자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성장전략은 규제완화와 일본경제의 구조개혁을 통해 성장동력을 재정비해간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내각부는 2012년 12월부터 시작된 경기확대 국면이 2017년 9월까지 58개월 지속되어 전후 두 번째로 긴 기간이라고 발표했으며 경제재정정책 담당 대신은 전후 최장의 경기확대 기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는 제2차 아베 정권발족과 함께 시작된 아베노믹스의 성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기와는 큰 차이가 있다. 주가는 버블경제 붕괴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실업률이 2.4%로 26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실질임금은 오르지 않고 있다. 고용면에서는 전후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저출산으로 인해 노동인구가 감소하여 농업, 건설업, 개호업, 숙박업, 소매업 등 소위 젊은이가 일하기 꺼려하는 부문에서는 인력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부문의 인력부족을 메우기 위해 외국인노동자 고용에 관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근로통계는 국내총생산(GDP)과 사회보험 지급액, 실질임금 등을 산출하는 중요한 데이터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정책을 펼쳐간다. 통계조작의 목적이 막대한 재정적자를 안고 있는 정부가 조사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것이든, 아베노믹스의 성과를 강조하여 소비증세를 실시하기 위한 것이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통계가 부정 이용되면 투자가와 외국으로부터 신뢰를 잃게 된다. 통계가 바르지 못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이 있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군부는 허위 성과를 국민에게 전하고 실제 전황은 알리지 않았다. 그 결과 무모한 전쟁이 계속되어 수많은 희생자를 내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국민생활 조사를 근거로 올바른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통계가 장기집권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의혹을 털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의 신뢰회복이 급선무다. 또한 근로통계는 OECD와 세계은행 등 국제기관에도 제출하는 통계인 만큼 일본통계에 대한 신뢰회복도 중요하다. 통계 부정의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강구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등 통계부문의 인재육성도 성장전략의 하나가 되어야 할 것이다. 김병기 일본 시가국립대학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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