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의 현존감, 오락수단 넘어 인간관계까지 촉진”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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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09   |  발행일 2019-02-09 제16면   |  수정 2019-02-09
미래는 와 있다
‘와이어드’ 문화 총괄 편집장인 저자
기술보다 심리적 의미 집중해 저술
“VR, 실제와 구분 어려운 기억 형성”
페이스북의 가상현실 플랫폼 분석
대인관계에 미치는 영향 들여다봐
“VR의 현존감, 오락수단 넘어 인간관계까지 촉진”
어떤 현상이 실제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VR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제소방안전박람회 안전체험관에서 어린이가 VR기기를 착용하고 지진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 <영남일보 DB>

VR(가상현실)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게 떠오르는가. 가장 쉽게 생각나는 건 두꺼운 박스 형태의 안경을 끼고 텅빈 공간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이다. 아니면 SF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이외에 VR와 관련된 사실은 마냥 어렵게만 느껴진다.

이 책은 VR의 현재와 미래를 비교적 쉽게 풀어낸다. 과학기술문화 잡지 ‘와이어드’의 문화 부문 총괄 편집장이자 문화평론가인 저자는 VR를 직접 체험한 자신의 경험을 책에 녹여냈다. 그는 VR에 대한 기술적인 사실보다는 이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인간에게 주는 정서적·심리적 의미에 더 집중한다. 이 책에서 VR 기술과 이 기술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이해하도록 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VR의 현존감, 오락수단 넘어 인간관계까지 촉진”
피터 루빈 지음/ 이한음 옮김/ 더난출판/ 340쪽/ 1만7천원

책에서 이야기하는 VR는 전문서적, 논문에 갇힌 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VR다. 저자는 이를 위해 기술 전문가는 물론이고 다큐멘터리 제작자, 음악가, 대학교수, 심리치료사 등을 만난다. 오락 수단으로서의 VR가 아닌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다양한 측면의 VR를 다루고 있다. VR는 VR 게임장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명상센터에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VR를 몰입감을 불러와 실제 특정 공간 안에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VR는 그 어떤 미디어에서도 보지 못한 방법으로 사람 사이를 연결하고 서로의 지각을 바꿔놓는다. 책에서 이 같은 현상을 ‘현존감(presence)’이라고 말한다. 현존감이란 우리 뇌가 가상 경험에 속아 그 경험을 실제로 하고 있는 것처럼 몸이 반응하는 것을 말한다. VR기기를 착용하고 있으면 실제로 아무 것도 없지만 눈앞에 보이는 영상 때문에 어두컴컴한 복도를 걷는 것처럼 심장이 두근거릴 수 있다.

책에서는 다양한 VR 활용의 사례를 전한다. 크리스 스미스와 에릭 러빈은 VR를 이용한 명상을 연구하고 있다. 명상의 세계에 빠져들었던 이들은 기술을 뉴에이지 철학과 결합시켜 정신적인 깨달음을 어떻게 얻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이들은 시각화를 이용한 전통적인 명상훈련은 몇시간이 걸리지만 VR를 이용하면 이 시각화가 좀 더 빨라질 것으로 보고있다.

저자는 세계적인 큰 기업 중 하나인 페이스북을 방문해 소셜 VR에 대한 이야기도 설명한다. 페이스북은 2017년 스페이시스(Spaces)라는 소셜 VR 플랫폼을 발표했다. 익명의 누군가가 아닌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과 가상 세계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통해 VR가 대인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들여다본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건 VR가 정보를 학습하고 보존하는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 삶의 기억과 구별하기 어려운 어떤 기억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VR와 AR(증강현실)의 결합이 가져올 수 있는 사회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로 책은 마무리된다. VR가 현실 세계와 다른 전혀 새로운 세상으로 데려간다면, AR는 현실 세계에 새로운 정보가 더해지는 형태다. VR가 AR와 결합되면 더욱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첨단 기술과 인간관계는 전혀 상관없는 단어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VR가 오히려 인간관계를 복원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책의 부제도 ‘기술이 인간관계를 어떻게 바꾸는가’다. 저자는 “VR와 현존감이 세상을 뒤흔들 만큼 중요해지는 이유는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는 점 때문이 아니다. 친밀감을 조성하고 창조하고 촉진시키는 능력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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