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대중음악과 음악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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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07   |  발행일 2019-02-07 제31면   |  수정 2019-02-07
[영남타워] 대중음악과 음악

과거에 비하면 클래식음악 애호가들이 많이 늘었다고 하나 아직 대중음악 애호가에 비할 바가 아니다. 클래식음악은 특별한 사람, 즉 소수가 듣는 음악이라는 생각이 강하다고 하면 어설픈 판단일까. 지인들의 차를 가끔 얻어탈 때 클래식음악을 들을 기회는 거의 없었다. 뉴스 혹은 대중음악이다. 그나마 클래식음악 공연장에 관객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늘 가던 이들이 대부분이다.

문화부기자로 있을 당시 음악분야도 꽤 오랫동안 담당했다. 덕분에 오페라, 오케스트라 공연 등 다양한 클래식음악을 들으며 귀 호강을 했는데 클래식음악을 들으면 들을수록, 그리고 음악 관련 기사를 쓰면 쓸수록 이상한 점이 있었다.

신문의 문화면을 한 번 펼쳐보자. 음악기사를 살펴보면 대중음악은 거의 없고 클래식음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대구콘서트하우스,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펼쳐지는 대형공연부터 소극장에 오르는 작은 공연까지 클래식음악 공연소식이 가득하다. 이 같은 문화면의 기사 게재 방식은 한국에서 제작되는 대부분의 신문에 대동소이하다.

그런데 방송이나 시민의 대화소재를 보면 대부분 대중음악이 차지한다. 요즘 핫이슈가 되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활동상과 그들의 음악을 비롯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대중가요와 대중가수들의 일상사 등이 주요 기삿거리다.

클래식음악 홍보를 위해 그렇게 많은 기사를 쓰는데도 정작 시민의 사랑이 집중하는 것은 대중음악이 아닌가. 처음엔 이상하게 생각하다가 어느 순간 ‘클래식음악에 대한 관심이 낮으니 관심을 끌려고 기자가 기사를 쓰는 것이지’하며 자위했다. 클래식음악의 갈 길은 아직 요원하다고 인정하는 순간이었다.

최근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대중음악에 한정되었던 방송 의무편성이 모든 음악에 확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내 클래식음악계의 최대 숙원사업 중 하나는 방송법 개정안이었다. 송희경 국회의원(자유한국당)은 창작가곡, 동요, 국악 등 순수음악을 방송에서 의무편성하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대표 발의했다.

송 의원측은 우리 민족 정서·애환을 담고 있는 가곡, 동요, 국악, 종교 및 창작곡 등의 국내 순수음악은 국민 정서순화와 청소년들의 정서함양에 큰 영향을 끼쳐왔지만 지금은 대중음악에 밀려 라디오나 TV 등에서 거의 들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개정안을 통해 국민에게 대중음악을 포함해 국내 순수음악도 접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우리 문화의 가치와 전통을 환기시키고 국내 순수음악 창작자들의 입지도 개선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9일에는 대한민국순수음악분야 방송법 개정 범추진위원회가 ‘방송법 개정 의견서’를 내기도 했다. 그 내용의 일부를 보면 “방송편성의 근간이 되는 현행 방송법의 제71조 2항에는 순수음악(가곡, 동요, 국악, 창작음악 등)에 대한 방송사업자의 의무편성이 없고 대중음악에 대한 의무편성만을 규정하고 있어 국민을 정서결핍자로 만들어놓은 잘못 제정된 관련법을 바로 잡고자 함”으로 돼 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클래식음악계에서는 고무된 분위기다. 클래식음악의 침체현상은 국내 대중음악의 시장 지배력에 기인한 상업적 요인도 있지만 현행법상 방송사업자의 프로그램 편성 대상을 국내 제작 대중음악으로 한정해 국내 순수음악이 방송에서 소외되고 국민에게서 멀어진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 법률 개정안 발의가 아직 갈 길은 남아있지만 대중음악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클래식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클래식음악을 방송을 통해 한두 번 더 듣는다고 해서 단박에 애호가가 되기는 힘들 것이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여리디 여린 낙숫물이 끊임없이 떨어지다 보면 언젠가는 바위까지 뚫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낙숫물이 좀 더 많이, 좀 더 자주 떨어진다면 바위를 뚫는 시간은 단축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본다. 시작이 반이다. 시작했으니 이젠 반만 남았다.

김수영 주말섹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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