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의 정치풍경] 베네수엘라 사태와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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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07   |  발행일 2019-02-07 제30면   |  수정 2019-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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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만평가

베네수엘라는 지금 이중정부 상황입니다. 대통령 마두로의 전임자인 차베스는 세계 매장량 1위의 석유를 원액 그대로 팔고 생필품을 수입하는 식으로 경제를 운영했습니다. 국제 석유 값이 오르자 원유판매 수입이 줄어들었고 생필품 부족에 인플레가 수만 배 뛰었으니 국민 불만이 극에 달했습니다. 마두로는 차베스의 포퓰리즘 정책을 계승했습니다. 부정선거로 재선에 성공했으나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졌습니다. 국회의장 과이도가 마두로의 당선 무효를 선언하고 스스로 대통령임을 선언했습니다.

지금 지구상에서 베네수엘라 사태를 가장 관심있게 예의주시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아마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일 겁니다. 그는 일찍부터 미국과 서방을 향해 체제보장을 해준다면 핵무기를 포기할 의향이 있음을 공언해 왔습니다. 김정은의 체제보장이란 주한미군의 철수나 최소 핵 탑재가 가능한 항공모함, 전투기 등의 전략자산이 영구히 한반도에서 퇴각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김정은이 말하는 체제보장
베네수엘라 사태 지켜보면
근본부터 생각이 달라질것
외부침략여부가 관건아냐
내부통치 성공이 가장 중요


베네수엘라 사태는 김정은의 생각을 근본부터 뒤흔들었습니다. 체제보장의 관건은 외부침략 여부가 아니라 내부 통치의 성공 여부임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한미군이 태평양 저편까지 후퇴한들 김정은 자신의 통치가 실패해서 북한 내부가 동요한다면 체제는 바로 흔들릴 것입니다. 베네수엘라에서 스스로 대통령임을 선언한 과이도는 무장 세력의 지원도 없고 자신이 창당한 소수정당 대표일 뿐입니다. 오직 분노한 다수 대중만이 뒷배경입니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에 비행기 한 대도 날려 보내지 않고 과이도를 새 대통령으로 인정한다는 말 한마디로 반정부 시위를 활활 타오르게 했습니다. 만약에 마두로가 유혈진압을 하면 그때 가서 인권을 명분으로 무력 개입을 해도 국제사회가 비난하지 않을 것입니다.

베네수엘라 사태의 전개를 지켜본 김정은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인민들의 반란을 제압해야 체제가 보장된다. 핵무기 보유가 최고의 수단이다. 미국이 들어주지 못할 만큼의 억지 요구를 해서 핵무기 보유의 명분을 확보해야겠다. 아니면 몰래 몇 개라도 숨겨 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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