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취향 1200개로 나눠 추천 또 추천…빅데이터가 ‘취향저격’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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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07 07:40  |  수정 2019-02-07 07:40  |  발행일 2019-02-07 제21면
엔터테인먼트 산업구조 바꾸는 넷플릭스
2019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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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의 국내 월 이용자 수가 100만명을 돌파했다. 2016년 한국 시장 진출 3년 만에 일군 성과다. 국내 이용자 수는 분기마다 20만~30만명씩 늘어가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월 34만명이던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 수는 12월에 127만명으로 늘었다. 한 해동안 274%나 증가했다. 주요 미디어 업체로 부상하면서 조만간 국내에서 1위 유료 동영상 서비스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고 진단한다. 넷플릭스는 매월 요금을 내고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 콘텐츠를 인터넷망을 통해 실시간 스트리밍하는 방식으로 시청하는 서비스다.

국내 유료 이용자 수 月 90만명
한달간 결제 금액 117억원 달해

빅데이터 분석 노하우 공개 안해
#공포 #뭉클…영상에 태그 붙여
시청이력과 조합 ‘맞춤형’영상

한국 콘텐츠 확보·제작 열올려
‘미스터 션샤인’제작비 300억원
보통 국내 드라마 제작비의 4배

국내 지상파 등 신설법인 세워
올 상반기 서비스 대적나설 듯


◆연매출 17조7천억원

전 세계 190여개국 1억3천900만명이 넷플릭스에 유료 가입했다. 1천700여종 5억1천800만대의 기기로 넷플릭스의 동영상을 본다. 매출은 월 1조원이 넘는다. 국내 방송시장의 연간 매출은 2018년 기준 17조7천억원이다. 넷플릭스 1개사의 매출이 국내 방송시장 전체에 비교할 정도로 큰 셈이다.

국내에서 유료로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고객만 월 90만명(아이폰 포함)에 이른다. 한 달간 결제금액은 117억원에 달했다. 넷플릭스가 연간 국내에서 1천500억원가량을 벌어가는 것이다. 결제 내역을 연령별로 나누면 20대 41%, 30대 29%로 청년층이 전체 이용자의 70%에 달했다.

넷플릭스는 한국 기준으로 한달 9천500~1만4천500원이면 드라마와 영화, 버라이어티, 다큐멘터리 등 수많은 콘텐츠를 볼 수 있다. 1개 유료 계정에서 최대 4명이 시청할 수 있다.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넷플리스는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다.

넷플릭스는 1998년 DVD 구독서비스로 출발했다. 비디오와 DVD를 우편, 택배로 배달하는 방식이었다. 인터넷 스트리밍까지 사업을 확장한 것은 창업한 지 10년이 지난 2007년이다. 창업할 때부터 인터넷으로 영화를 유통할 생각에서 인터넷(NET)과 영화(flicks)을 합쳐 이름을 정했다.

넷플릭스는 미국 비디오 대여 체인 1위 사업자였던 블록버스터를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라섰다. 블록버스터는 비디오를 빌려보는 문화가 움트던 1980년대에 크게 성장해 2005년 미국에만 점포가 5천500곳이 생길 만큼 규모가 컸다. 하지만 넷플릭스에 밀려 2013년 파산했다. 신생기업인 넷플릭스가 업계 1위 블록버스터를 상대로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비결은 ‘역발상’이다. 블록버스터는 국내 비디오 대여점과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했다. 빌려간 비디오를 약속한 기간 내에 반납하지 않으면 연체료를 무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전략은 연체료를 없애는 대신 구독료를 받는 것이다. 월 사용료를 받고 비디오를 반납하면 다른 비디오를 보내주는 방식이다. 장기 연체의 염려가 없고 고객의 입장에선 구독료만 내면 비디오를 얼마든지 볼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었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구조 붕괴

구독료만 내면 많은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강점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 구조도 붕괴시키고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소니픽처스·HBO 같은 영화사나 유료 방송 채널은 콘텐츠를 만들고 AT&T·버라이즌·컴캐스트와 같은 통신업체나 케이블 TV 업체들이 판권을 사서 수십 개의 방송 채널로 소비자에게 전달했다. 소비자는 한달에 일정 금액을 인터넷(IP)TV·케이블TV 이용료로 냈다.

넷플릭스는 이용자가 원하는 드라마·영화를 선택해 보는 시스템을 선보이는 데다, 이런 서비스를 기존 통신·케이블TV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제공했다. 이용자들의 시청 방식에 맞춰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셈이다. 고객의 시청 이력을 바탕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 취향을 1천200개로 분류하고 그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하는 기술도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넷플릭스는 빅데이터 분석 노하우를 외부에 일절 공개하지 않는다.

한발 더 나아가 이용자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를 기기를 불문하고 편리하게 제공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콘텐츠마다 ‘공포’ ‘엉뚱 기발’ ‘가슴 뭉클’ 등의 태그를 붙이고, 시청 이력을 바탕으로 이런 태그를 조합해 맞춤형 콘텐츠를 끊임없이 추천해준다. 어느 기기에서 보더라도 끊기지 않고 볼 수 있다. IPTV에서 주문형 비디오(VOD)를 보려고 몇번씩 리모컨을 누르고 광고까지 봐야 하는 것에 비해 매우 편리하다.

◆‘넷플릭스 왕국’ 손바닥·안방 점령

미국에서는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가 5천만명이 넘어, 케이블TV 가입자보다 많다. 유럽에서도 주문형비디오(VOD) 시장의 80%를 잠식했다. 넷플릭스는 이미 미국·유럽 유료 동영상 시장을 장악했고, 이제 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IPTV를 운영하는 LG유플러스와 케이블 업체 CJ헬로·딜라이브는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다. 자사의 IP TV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 넷플릭스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한국의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드라마 제작비는 보통 국내 드라마 한 편 제작 비용의 4배 이상을 쓰고 있다. 2017년 영화 ‘옥자’에 500억원 투자를 시작으로 지난해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300억원, ‘킹덤’에 200억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최근 넷플릭스가 투자한 좀비 스릴러 드라마 ‘킹덤’은 27개 언어 자막과 12개 언어 더빙으로 총 190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한국 시장의 진출은 교두보인 셈이다.

국내 시장에서 강력한 콘텐츠 투자자로 발돋움하면서, 넷플릭스의 공세는 한국 방송통신 시장을 흔들고 있다. 국내 유료 방송 업계에서는 이합집산이 일어나고 있다. SK텔레콤과 KBS·MBC·SBS 등 지상파 3사는 신설 법인을 만들어 올 상반기에 새로운 온라인 서비스로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한국기업 ‘역차별’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 기업은 트래픽을 유발한 기업이 통신사에 지불하는 ‘망사용료’를 내고 있지만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기업은 내지 않고 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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