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과 책상사이] 대팻날을 가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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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28 08:05  |  수정 2019-01-28 08:05  |  발행일 2019-01-28 제18면
[밥상과 책상사이] 대팻날을 가는 시간

정시모집 합격자 발표가 거의 끝나면서 2019학년도 대학입시도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입학한 학생과 그 가족은 날개를 단 것처럼 발걸음이 가볍다. 실패한 학생과 그 가족은 어깨가 축 처지고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주저한다. 우리는 남의 일에 지나치게 관심이 많다. 그러다보니 매사에 남의 눈을 의식한다. ‘지옥이란 타인의 시선이다’라고 한 장 폴 사르트르의 말이 정말 가슴에 와 닿는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학벌에 의한 패거리 의식을 완전히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드라마 ‘sky 캐슬’의 시청률이 그렇게 높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아직도 중병을 앓고 있다는 증거다. 이 드라마는 일종의 막장 드라마다. 드라마를 통해 과장되게 표현되는 최상류층의 추악한 탐욕이 수많은 사람들을 착잡하게 만들고 있다. 명문대 진학은 왜 그렇게 우리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가. 학벌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자신의 적성과 취향에 맞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고, 열심히 일하면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하며 잘 살 수 있다면 대학진학에 대한 관심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는데 지망자가 많다보니 경쟁이 치열하다. 대학입시는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한 예비 취업 시험의 성격이 강하다.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 구하기가 지금처럼 어렵다면 어떤 제도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고, 해마다 입시에서 실패하는 학생들이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워주어야 한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워싱턴은 의회가 자신의 얼굴을 동전에 새기는 법안을 준비하려 하자 군주적 발상이라고 반대했다. 유럽 제국주의 국가를 모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었다. 링컨을 존경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동전의 디자인 개혁을 진행했다. 1909년 1센트짜리 동전에 링컨의 두상을 넣게 되었다. 흑인 노예 해방을 이끈 미국의 16대 대통령 링컨 인생의 3분의 2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결혼과 자녀 양육 등 모든 면에서 그의 길은 순탄치가 않았다. 심한 우울증을 앓기도 했다. 그는 여러 번 실패한 후 1860년 정상 도전에 성공하여 연방정부군(북군)의 승리를 이끌었고 남북전쟁을 종식시켰다. 그의 생애는 사람들에게 실패했다고 좌절하지 말고 끝까지 도전하라는 교훈을 준다.

링컨은 “나무를 베는데 6시간이 주어진다면 먼저 4시간 동안 도끼를 갈겠다”라고 했다. 대패질을 하는 시간보다는 대팻날을 가는 시간이 더 길어야 한다는 말이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실패를 경험한다. 문제는 실패했을 때 어떤 마음을 가지느냐 하는 것이다. 플루타르크는 “인간의 위대함은 불행을 어떻게 참아내는가에 의해 결정된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실패를 통해 단단해진다. 링컨은 “나는 느리게 걷지만, 결코 뒤로 걷지는 않는다”라고 했다. 그렇다. 지치고 힘들면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 그러나 뒷걸음질 쳐서는 안 된다. 아직 갈 길은 멀고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 어떤 경우든 앞만 보고 힘차게 걸어가자.

윤일현 (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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