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파이널리스트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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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25   |  발행일 2019-01-25 제42면   |  수정 2019-01-25
세계 3대 바이올린 콩쿠르 최종경연 8일간의 여정
20190125

2015년 5월 벨기에 브뤼셀. 쇼팽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퀸 엘리자베스 바이올린 콩쿠르가 8일 후 이곳에서 개최된다.

전 세계 예선 진출자 170명 중에 선발된 12명의 바이올리니스트가 그 주인공이다. 한국인 3명이 포함된 결승 진출자들은 최종 경연에 앞서 주최 측이 마련한 장소에서 외부와 단절된 채 8일간 합숙에 들어간다.

‘파이널리스트’(감독 브레히트 반후니커)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승 8일간의 여정에 포커스를 맞춘 다큐멘터리다. 화려한 기량을 뽐내는 그들의 바이올린 연주보다 그들의 모습과 이야기를 담는 데 주력한다. 이 기간 각국의 참가자들은 서로 우정을 쌓고 음악에 대한 평소의 생각들을 자유롭게 논한다. 이 과정에서 여백의 미를 강조하는 카메라의 시선이 신선하다. 홀로 앉아 식사를 하는 참가자를 한동안 고정된 프레임으로 비추고, 대화를 나누며 걸어가는 참가자들의 뒤를 따라가며 전달자의 입장이 되기도 한다. 그들의 대화와 감정에 방해가 되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혀진다.


한국인 3명 포함, 진출자 12명 외부와 단절된 합숙
치열한 경쟁속 중압감·미래 고민 청춘의 초상 엿봐



“결승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제 목표는 콩쿠르 기간동안 할 수 있는 최고의 연주를 하고 최대한 성장하는 것이다.”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의 등용문으로 통칭되는 유서 깊은 콩쿠르인 만큼 파이널리스트에 뽑힌 이들은 대체적으로 자부심과 만족감을 드러낸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중압감과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청춘들의 초상도 엿볼 수 있다. 임지영은 “콩쿠르에 입상한다고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다. 콩쿠르에 입상한 사람이 한 해에 몇 십명씩 되는 상황에서 음악인으로 먹고사는 건 녹록지 않은 일”이라고 토로한다. 이지윤 역시 “솔리스트가 되는 것도 힘들지만 그들도 행복해 보이진 않는다”고 말한다.

그 모든 고민과 기대감을 뒤로 한 채 결승에 임한 이들의 표정에선 비장미가 흐른다. 그 누구의 도움 없이 자신의 힘으로 결승을 준비해온 만큼 우승을 향한 이들의 경쟁은 우아하고 매혹적인 바이올린 선율 속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당시 한국인 3인의 파이널리스트 결승 무대는 벨기에 왕실과 전 세계 클래식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큰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우승의 영광은 한국인 최초로 임지영에게 돌아갔다. 인상적인 수상자 발표 장면을 포함해 상위 0.1%의 바이올리니스트들의 바이올린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차분하면서도 감각적으로 보여준 작품이다. (장르: 다큐멘터리 등급: 전체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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