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트럼프 "비핵화 많은 진전"…김정은과 '통큰 교감' 했나

  • 입력 2019-01-20 08:41  |  수정 2019-01-20 08:41  |  발행일 2019-01-20 제1면
북미 정상, '메신저 김영철' 통한 예비담판서 접점 마련 주목
'영변 핵사찰·폐기 및 ICBM 폐기·반출-제재 완화' 맞교환안 거론
"2차 정상회담 열 나라 정했다"…'2월말 한 국가'로 윤곽 잡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북한 비핵화와 관련, "많은 진전"을 언급했다. 또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할 "나라도 선정했다"고 밝혔다. 방미 중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의 전날 만남을 거론하면서 나온 발언이다.


 지난 6일 "북미가 2차 정상회담 개최 장소를 협상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발표될 것"이라고 말한 뒤 13일 만에 침묵을 깨고 북한에 관한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2차 핵담판 문턱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미한 김 부위원장과 전날 만난 자리에서 북미 간에 비핵화 실행조치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의제 조율에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있어 주목된다.


 2차 정상회담의 예비담판 격이었던 이번 백악관 면담에서 양측이 어느 정도 주파수를 맞췄느냐에 따라 이후 디테일을 조율할 '스톡홀름 실무협상'과 이어지는 두 정상 간 본 담판의 성과와도 직결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김 부위원장의 백악관 예방과 관련, "우리는 어제 북한 측과 매우 좋은 만남을 가졌다. 엄청난 만남이었고 거의 2시간 동안 이어졌다"며 먼저 말을 꺼낸 뒤 "비핵화에 관한 한 많은 진전을 이뤘고 다른 많은 것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에 비판적 주류 언론을 '가짜 뉴스'로 비난해온 그는 "유감스럽게도 언론에보도되진 않았지만 우리는 많은 엄청난 진전을 이뤄왔다.


언론도 보도하게 될 것"이라며 언론이 북한 관련 성과를 제대로 다뤄주지 않는다는 불만을 거듭 표시한 뒤 "북한과 관련해 매우 잘 돼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나라도 선정됐지만 추후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도 자신도 재회를 고대하고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와 관련해 '많은 진전'을 거론함에 따라 전날 김 부위원장과의 백악관 면담에서 비핵화 실행조치-상응조치 주고받기를 놓고 북미간에 큰 틀의 교감을 이룬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이번 백악관 회동은 북미 정상이 2차 대면 담판에 앞서 북측 메신저를가운데에 두고 서로의 의사를 타진하는 '톱다운 소통' 성격이 크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복심'인 김 부위원장 편에 보낸 친서에서 비핵화 추가 조치에 대한 '중대 결단'의 내용을 담았는지, 이에 대한 상응 조치로 트럼프 대통령은 어떠한 '보따리'를 풀어놓았는지가 관건이다.


 그 내용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실제 북미 정상은 이날 친서를 서로 교환한 것으로 알려져 그 안에 이번 정상회담과 관련해 상대방에게 타전하는 메시지가 담겼을 것으로 보인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백악관 회동에서 양국 지도자들에게 전달하는 서신 교환이 있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한 바 있다.


 북미 간 딜과 관련, '영변 핵시설 사찰 및 폐기'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폐기 또는 해외반출' 카드를 개성공단 재개 등과 맞물린 일부 제재완화와 맞교환하는 방안이 무게 있게 거론돼 왔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도 최근 예상되는 북한의 협상 카드로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 ICBM 폐기 등을 꼽고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불가역적으로 검증할 수 있게 폐기하면 미국도 상응하는 조처를 할 것"이라며 "이는 제재해제와 군사적 보장 문제 등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많은 진전'이 있었다면 이를 토대로 '스티븐 비건-최선희 라인'의 스웨덴 실무협상에서의 세부조율을 거쳐 '2월말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두 정상의 '통큰 담판'으로 귀결될 수 있을지로 시선은 모아진다.


 앞서 북미는 지난해 말부터 연초까지 판문점 등에서 통일전선부와 미 중앙정보국(CIA) 채널 간 막후 접촉을 통해 물밑 조율 작업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은 올해 1월 1일 신년사에서 언제든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면서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지난 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의 북·중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은 비핵화 입장을 계속해서 견지해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문제 해결함으로써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국제사회가 환영할 만한 성과를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요구를 인식하고 있는 김 위원장이 이에 부응하는 의미 있는 비핵화실행조치에 대해 메시지를 이번에 친서 등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비핵화 문제의 많은 진전을 말하면서 "다른 많은 것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한 대목과 관련, 미국 측이 북측의 비핵화 실행조치에 대한 반대급부로 제공할 상응 조치와 관련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연락사무소 개소등 관계개선 방안과 함께 인도적 지원, 종전선언 등이 가능한 카드로 거론돼 온 가운데 북한이 강하게 요구해온 제재완화와 관련해서도 미국측이 개성공단 재개 문제와 연동해 유연성을 발휘할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돼왔다.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다자회담 논의 문제도 포함돼 있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정상회담과 관련, 개최할 나라를 정했다고 밝힌 부분도 정상회담 실행계획(로지스틱스)에 대한 조율이 일차적으로 어느정도 마무리됐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시기나 장소 등 그 윤곽이 잡히지 않아 유동적으로 보였던 2차 정상회담이 이제는 '2월말께 한 국가'로 좁혀진 셈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김 부위원장이 워싱턴DC에 도착한 이후에까지 그의 방미에 대한 공식 발표를 하지 않을 정도로 이번 국면에서 극도로 신중 모드를 이어왔다.


 김 부위원장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나간 뒤에도 '2차 정상회담이 2월 말께 열릴 것이며 회담 장소는 추후에 발표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간략한백악관 대변인 성명만 서면으로 배포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에는 트윗 발신 등 어떠한 공개 언급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세라 샌더스 대변인이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미국은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볼 때까지 대북 압박과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며 '선(先) 비핵화-후(後) 제재완화' 입장을 재확인, 북미 간에 제재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게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도 이날 백악관 회동과 관련, "북미 양측이 합의 내용에 대해 (대변인 언급 외에) 추가로 밝히지 않으면서 더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차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궁극적 목표(비핵화)에 대한 진전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상태이기 때문"이라며 "두 정상이 뭘 달성하길 희망하는지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많은 진전'을 언급했지만,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음에 따라 제재 문제 등을 놓고 아직 말끔히 이견이 해소된 건 아니냐는 관측도 적지 않다.


회동 당일인 전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 같다는 외신 보도들이 잇따르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대한 반박에 나선 차원이 없지 않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공은 이제 북미고위급 회담과 백악관 회동의 바통을 넘겨받아 '디테일'을 조율할 '스티븐 비건-최선희 라인'의 실무 채널로 넘어간 모양새이다. 미측이 이번에 신중모드를 이어가는 것은 자칫 2차 회담 결과에 대한 여론의 눈높이만 높였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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