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DGB 대구은행 이사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김태오 지주회장의 행장 겸직을 공식 의결하면서, 18개월째 혼란이 지속된 대구은행 사태도 본격적인 수습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김 회장은 20일 임시주총 후 곧바로 제12대 은행장 자리에 오르게 된다. 본인 스스로도 이번에 자신의 행장 겸직을 반대하는 이들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실감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은행 안팎에서는 김 회장이 갖고 있는 선진금융기법을 잘 접목해 은행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혁신작업에 더 속도를 내 줄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날 DGB금융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무엇보다 은행 구성원들은 이제야 ‘길고 긴 터널’ 속을 빠져나오게 됐다는 데 큰 의미를 뒀다.
2017년 7월부터 투서 등으로 촉발된 각종 비위 의혹에서 벗어나 다시금 도약을 이야기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그만큼 마음고생이 컸다는 얘기다.
은행 관계자는 “우리 조직은 너무 큰 상처를 받았다. 외부인사인 김 회장은 무엇보다 자신이 DGB그룹에 입성하게 된 이유를 절대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다시는 은행에 이 같은 분란이 생기지 않도록 정도(正道 )·윤리경영의 시금석을 놓아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구체제에서 만연된 친분관계에 의한 밀실인사가 더 이상 발붙이지 않도록 오직 역량과 자질에 입각한 투명한 인사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많다. 김 회장의 은행장 입성으로 특정학교, 출신지별로 형성된 파벌 타파, 조직내 만연된 폐쇄적·보수적 기업문화 종식에 대한 바람도 있다.
자금문제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기업에 대한 밀착 금융지원, 지역사회에 대한 더 풍성한 공헌활동은 김 회장이 보다 면밀하게 들여다볼 대목이다.
행장 겸직논란과 관련해선, 은행은 물론 지역사회가 적잖은 사회적 출혈을 겪은 점을 감안, 김 회장이 기존 약속한 것들에 대한 철저한 이행을 촉구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우선, 2020년 12월말까지만 한시적으로 행장을 맡기로 한 만큼 그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요구가 그것이다. 또한 차기 행장감 양성계획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 회장은 겸직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내년 상반기 중 행장 내정자를 조기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어 6개월 정도 홍콩·싱가포르·뉴욕 연수를 통해 글로벌마인드 소양교육을 거치게 한 뒤 정식 행장으로 선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은행 임원들에게 권한을 위임해 조직 내에서도 자율경영체계가 확고하게 자리잡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일각에선 김 회장 스스로도 무언가 그룹 및 지역사회를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쓴소리를 내뱉었다.
은행 구성원과 지역사회가 김 회장에게 그룹 수익의 80%를 점유하는 주력 자회사인 은행의 경영권도 넘겨주면서 사실상 그룹 권력의 최고 정점에 서게 된 것에 대해 자신도 무언가를 양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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