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글래스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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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8   |  발행일 2019-01-18 제42면   |  수정 2019-01-18
판타지 아닌 현실세계 히어로…강렬한 스릴과 메시지
20190118

19년 전 131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스트레일 열차 사고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 데이빗 던(브루스 윌리스). 이 일을 겪은 후 그는 자신이 특별한 존재임을 깨닫는다. 맨손으로 쇠를 구부러뜨리는 괴력은 물론, 강철 같은 신체 능력과 타인과의 신체 접촉을 통해 그 사람이 저지른 범죄를 직감하는 능력을 지녔다. 데이빗은 이 능력을 활용해 경찰들이 잡지 못하는 범죄자들을 응징하는 감시자로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우범지대를 둘러보던 데이빗은 우연히 스친 케빈(제임스 맥어보이)에게서 10대 소녀들을 납치한 그의 범죄 사실을 알게 된다.

케빈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학대로 인해 발현된 해리성 정체장애로 24개의 인격을 지니고 있다. 각각의 인격들은 고유의 이름을 가진 것은 물론 성별, 억양, 행동이 모두 다르다. 하지만 그 중 통제불가한 24번째 인격 비스트는 인간을 초월하는 무시무시한 신체능력을 갖췄다. 그리고 천재적인 두뇌를 지녔지만 선천적으로 유리처럼 뼈가 잘 부러지는 골형성부전증이란 희귀병을 앓고 있는 글래스(사무엘 L. 잭슨). 세 사람이 정신과 의사 엘리 스테이플(사라 폴슨)에 의해 정교한 보안 시스템이 구축된 시설에 갇혔다. 자신이 슈퍼히어로라고 믿는 과대망상증 환자들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엘리는 세 사람과 직접 대면해 그들이 과대망상증 환자임을 증명하고 치료하려 한다.


강철같은 신체·24개 인격·천재적 두뇌 3人 한자리
환상적 연기 앙상블 보여준 배우들 존재감 빛 발해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신작 ‘글래스’는 그의 연출작 ‘언브레이커블’(2000)과 ‘23 아이덴티티’(2017)의 후속편이다. 두 영화의 주인공인 데이빗과 글래스, 비스트(외 23명)가 한 자리에 모이게 되고 이들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당시 ‘23 아이덴티티’는 모든 사건이 종결된 후 ‘언브레이커블’과의 연결고리를 살짝 드러내며 두 영화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했다.

히어로와 빌런의 존재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 ‘언브레이커블’과 ‘23 아이덴티티’는 결과적으로 ‘글래스’ 탄생을 위해 잉태된 지능적인 전주곡에 가깝다. 무려 19년에 걸친 프로젝트인 셈이다. ‘글래스’의 주인공들은 슈퍼히어로인 것과는 별개로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캐릭터들이다. 그 중에는 슈퍼히어로의 대척점에 있는 빌런(악인)도 있다. 하지만 “코믹스는 망상의 산물”이라는 엘리 박사의 주장처럼 ‘글래스’는 선악의 경계는 물론 장르적 모호함을 시종 유지해 나간다.

당연한 얘기지만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자신의 독보적인 상상력과 장기를 발휘해 ‘글래스’를 흔한 히어로물이 아닌 스릴러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트렌디한 감각을 뽐낸 ‘겟 아웃’ ‘해피 데스데이’ 등을 제작한 블룸하우스가 참여해 힘을 보탰다. 블룸하우스 영화들은 현실을 기반으로 예상치 못한 전개와 연출로 긴장감을 자아내며 큰 사랑을 받았다. 이번 역시 무대는 판타지 세계가 아닌 현실이다.

사실 우리는 누구나 한번쯤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고 믿는다. 그 점에서 현실을 토대로 강렬한 스릴과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한 ‘글래스’는 분명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듯하다. 영화는 러닝타임 대부분을 극 중 세 인물들을 비추는 것에 할애해 판타지와 현실의 모호한 경계에 서 있는 이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풀어나간다. 환상적인 연기 앙상블을 보여준 배우들의 존재감은 그 과정에서 빛을 발했다. 특히 케빈이 소유한 24명의 인격을 빠르게 변신하며 보여준 제임스 맥어보이의 연기는 그 중 압권이다. 그의 연기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볼 의미가 충분한 작품이다.(장르:스릴러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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