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언더독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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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8   |  발행일 2019-01-18 제42면   |  수정 2019-01-18
폐가 마을에서도 쫓겨난 유기견 낙원 찾아가는 여정
20190118

도시에 살던 반려견 뭉치(도경수)는 어느 날 주인에 의해 숲속에 버려진다. 그곳에서 뭉치는 먼저 버려진 선배 떠돌이 개들을 만난다. 그룹의 대장 짱아(박철민)를 중심으로, 개코(강석), 치와와 부부 아리(전숙경)와 까리(박중금)다. 재개발로 버려진 폐가를 삶의 터전으로 삼은 이들은 수시로 개 사냥꾼의 위협을 받지만 서로 도와주고 위로하며 한 가족처럼 살아간다.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인 뭉치도 차츰 이들의 삶에 적응해 간다. 그러던 중 뭉치는 산속에서 멧돼지를 사냥하던 밤이(박소담) 무리를 만난다. 밤이에게 첫눈에 반한 뭉치는 짱아 일행에게도 숲속 생활을 제안하지만 소용없다. 한편 폐가 마을의 개발이 시작되면서 보금자리를 잃게 된 뭉치 일행은 어쩔 수 없이 개코의 희미한 기억에 남은 낙원을 향해 길을 떠난다.

‘언더독’은 ‘마당을 나온 암탉’(2011)으로 한국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새롭게 쓴 오성윤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신작 애니메이션이다.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유기견들이 주체적 자아와 자유의 의미를 찾아 길을 떠나는 여정을 담았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 탄탄한 원작을 토대로 출발했다면, ‘언더독’은 유기견의 시선에서 대상을 이해하고 상상력을 발휘한 오리지널 스토리로 도전과 확장을 꾀했다. 그 과정에서 보편적이지만 한국적인 디테일을 불어넣어 정서적인 교감을 시도했다.


분단국가·외국인노동자·로드킬…이슈·애환 그려
선녹음-후작화 작업…캐릭터와 완벽한 싱크로율


유기견들의 이 모험극은 우리에게 익숙한 상황과 풍경들로 채워졌다. 재개발로 예정된 철거촌, 야트막한 언덕과 산의 풍광 등이 친숙함과 설득력을 주고, 개들의 낙원으로 설정된 DMZ는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의 특별한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또 목숨을 담보로 자유로를 건너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로드킬 문제를 제시하는가 하면, 유기견을 챙기는 외국인 노동자의 모습에선 ‘사회적 약자’를 뜻하는 제목 ‘언더독(underdog)’처럼 외국인 노동자가 겪는 어려움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가 늘 마주하지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사회적 이슈와 서민의 애환이 영화에 깊숙이 녹아 있다.

이 모든 과정은 한국적 색채와 분위기로 따스하게 담겼다. 자연스러운 붓선과 매핑을 통해 최대한 배경과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섬세한 과정을 거쳤다. 2D 애니메이션의 따스하고 포근한 느낌이 정적인 배경 묘사로 정서적 거리를 좁혔다면, 3D로 구현된 개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은 다이내믹함을 더했다. 개들의 시점에서 마을의 좁은 골목과 우거진 산속을 질주하는 장면들은 ‘언더독’이 구사하는 액션의 정점이다. 특히 빛과 그림자가 강조되는 서양의 산 그림과 달리, 산의 형태와 윤곽이 중요한 동양화의 특성을 제대로 살려낸 건 이 영화의 미덕이다.

‘언더독’은 ‘선녹음-후작화’ 방식으로 완성도와 몰입도를 높였다. 더빙을 담당할 배우들 캐스팅을 먼저 진행해 이들의 목소리 연기를 녹음하고, 이를 바탕으로 얼굴 표정과 디테일한 묘사들을 잡아나가는 방식으로 캐릭터와의 완벽한 싱크로율을 보여줬다. 이처럼 한층 단단해진 이야기와 높아진 완성도로 승부수를 던진 ‘언더독’은 “대상을 아동에 국한시키지 않았다”는 감독의 말처럼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으로 손색없다.(장르:애니메이션 등급:전체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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