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의 패션디자이너 스토리] 윤안(Yoon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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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8   |  발행일 2019-01-18 제40면   |  수정 2019-03-20
유니크한 주얼리·패션, 유명 셀럽의 ‘잇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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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2014년 앰부시 컬렉션 ② 2018년 앰부시 컬렉션 ③ ④ 2019년 디올 액세서리

실험적인 성격의 주얼리 라인으로 시작하였으나 도쿄의 미학을 포착한 팝 아트 디자인의 성공으로 독자적인 컬렉션을 개최하고 유명 럭셔리 패션 하우스로부터 끊임없는 컬래버레이션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브랜드가 있다. 앰부시(AMBUSH). 지금 패션계는 앰부시의 그녀를 주목하고 있다. 앰부시의 수장인 동시에 디올 옴므 주얼리 라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선정된 디자이너 윤 안이다.

윤안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나 미군인 아버지를 따라 어릴 때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자랐다. 부모님이 시애틀에 정착한 후 윤안은 시애틀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게 되며 보스턴 칼리지에 입학하여 그래픽과 미술사를 전공한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생활로 자신이 늘 이방인이라고 생각하였던 윤안은 지금의 그녀를 있게 한 운명의 상대인 버발(Verbal)을 만나게 된다. 버발은 1975년생의 재일교포 3세(한국이름 류영기)로 보스턴 칼리지에서 철학과 마케팅을 전공하는 학생이었다. 사실 버발은 일본의 국제학교 재학 당시 록 밴드에 가입하여 작곡과 랩을 담당하였으며 메이저 레코드사에서 데뷔를 제안할 만큼 음악 실력을 인정받은 재원이었다. 하지만 래퍼로 음악을 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고 대학에 입학하여 공부하였으나 대학원 때 유명 제작자의 권유로 친구와 함께 힙합음악을 하는 엠-플로(m-flo)라는 그룹을 결성하여 일본에서 데뷔 후 활동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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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안(왼쪽)과 버발.


한국계 미국인으로 양국 오가며 자라
보스턴 칼리지서 만난 재일교포 버발
日 힙합활동 친구 공연 스타일링 시작
주얼리 브랜드‘앰부시’로 패션계 입성
체인 아이템, 일상에도 멋스럽게 연출
비욘세·리한나가 선택한 브랜드 성장
의류 확장…도쿄 패션위크 성공 데뷔
나이키와 협업…존재감 드러내며 인기
디올 옴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합류


윤안은 졸업 후 버발의 권유로 2003년 미국에서 일본 도쿄로 건너와 자신의 전공을 살린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하고 버발은 엠-플로의 음악활동으로 일본 힙합계의 래퍼로서 발을 들여놓게 된다. 당시 일본의 스트리트 웨어는 1990년대 정통 힙합 스타일로 브랜드의 로고가 큼직하게 드러나는 프린트 패턴에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는 화려한 주얼리를 함께 매치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윤안은 버발의 패션 스타일링을 돕기 시작했으며 자신이 원하는 세련된 주얼리는 찾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직접 디자인하여 보석을 제작하기 시작한다. 2005년 데리야키 보이스의 멤버로 활동하던 버발을 위해 윤안은 체인 목걸이, 팔찌, 반지 등 주얼리를 자체 제작하는데 이 때 데리야키 보이스 앨범에 미국 유명 래퍼인 제이 지, 카니예 웨스트 등이 피처링으로 참여하게 된다. 그들은 버발이 착용한 주얼리 ‘Pow’에 큰 관심을 보이며 윤안에게 제작을 의뢰하고 그들이 직접 착용한 이후부터 윤안의 주얼리는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끌게 된다.

윤안이 제작한 주얼리는 당초 버발의 공연 스타일링을 위한 것이었으나 예상치 못하게 많은 수요가 발생함에 따라 2008년 윤안과 버발은 공식적인 주얼리 브랜드 ‘앰부시’를 만들고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게 된다. 앰부시의 주얼리는 주로 골드와 실버에 고가의 보석이 더해져 화려하고 대담한 스타일이 대부분이었지만 굵은 체인으로 이루어진 초커나 자물쇠 모양의 귀걸이 등은 부담스럽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멋스럽게 사용할 수 있어 주류와 비주류의 패션에 상관없이 다양한 믹스매치가 가능하였다. 이후 두 사람은 스트리트 패션과 하이패션 모두에 어울릴 수 있는 주얼리 제품을 선보이며 비욘세, 리한나, 퍼렐 윌리엄스, 지드래곤, 씨엘 등 유명 셀럽들이 사랑하는 브랜드로 성장세를 이어나간다. 그 후 앰부시는 주얼리뿐만 아니라 의류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하게 되는데 주얼리의 제품 사진 촬영을 위해 제작한 촬영용 의류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2012년부터 의류를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2015년에는 파리에 쇼룸을 내고 2018년 3월에는 아마존 도쿄 패션위크에서 첫 컬렉션을 선보이며 성공적인 패션쇼 데뷔를 마쳤다. 또한 루이뷔통과 사카이, 언더커버, 슈에무라 등 다양한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였는데 그중 지난해 12월 나이키와의 협업은 앰부시의 브랜드 파워를 입증하기에 충분했다. 1990년대에서 영감을 얻은 클래식 카고 바지를 비롯하여 양면으로 입을 수 있는 바람막이 재킷, 컬러풀한 페이크 퍼는 미래적인 감성의 골드 및 실버포일 소재와 함께 사용되어 유니크함을 더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윤안은 비록 패션 디자인을 배운 적은 없지만 그녀가 경험한 동서양의 다양한 문화와 미적 감각을 바탕으로 디자이너이자 사업가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며 앰부시를 빠르게 성장시키고 있다. 또한 2017년 세계적인 패션그룹 LVMH에서 우수한 신진 디자이너에게 수여하는 ‘LVMH 프라이즈’의 최종 결승 진출자 8인에 선정되어 디자이너로서의 실력과 잠재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기회가 되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윤안은 2018년 4월 디올 옴므의 주얼리 라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하여 럭셔리 패션 하우스에 입성한 최초의 한국계 디자이너로 큰 화제를 모았다. 디올 옴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킴 존스는 지난해 10월 개최된 디올 옴므 파리 컬렉션 피날레 때 윤안과 함께 등장하여 그녀에 대한 신임을 공개적으로 확인시키며 많은 이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또한 같은해 11월 도쿄에서 개최된 프리 컬렉션은 일본 예술가 하지메 소라야마가 작업한 거대한 로봇 조형물이 무대 중앙에 설치되어 진행되었는데, 윤안이 선보인 미래 지향적인 주얼리와 환상적인 레이저 쇼는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연일 화제에 오르내렸다.

이제 윤안과 버발은 도쿄의 대표적인 스타일 아이콘으로 부상하였으며 이에 대해선 한 치의 의심할 여지도 없다. 비록 패션 디자인 경험은 없었지만 윤안은 한국계 디자이너로서는 최초로 럭셔리 패션 하우스에 입성하여 패션계에 새로운 문을 열어주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윤안을 시작으로 앞으로 더 많은 한국 패션 디자이너들이 활약하는 미래상을 기대해본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 (rh0405@krif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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