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연어는 돌아오지 않는다

  •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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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7   |  발행일 2019-01-17 제30면   |  수정 2019-01-17
[취재수첩] 연어는 돌아오지 않는다
조규덕기자<경북부/구미>

최근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관련 취재 중 경제계 인사들에게서 여러 조언을 들었다. 120조원이 투자되는 SK하이닉스를 구미에 유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구미만의 매력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이었다. 경제인들은 구미의 장점으로 준공을 코앞에 둔 국가5단지와 50년간 축적된 산단 노하우·주변 인프라 등을 꼽았다. 또 경북도·구미시·한국수자원공사가 내놓은 ‘5단지 분양가 인하’ ‘원형지 제공’도 SK하이닉스를 잡기 위한 좋은 전략으로 평가됐다.

많은 대화를 나눈 기자는 경제인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단 한 가지 문제에 가로막혔다. 바로 ‘인력수급’ 문제였다. 대기업 유치의 핵심은 다름 아닌 R&D(연구개발) 고급인력 수급이다. 그러나 작금 이 같은 인력은 모두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다. 이미 조성된 구미국가5단지에 공장은 빨리 지을 수 있겠지만 일할 근로자를 모으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27일 구미시청에서 열린 긴급대책회의에서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경북도·구미시도 결국 ‘인력 문제’에서 막혔다.

시간을 잠시 과거로 되돌려보자. 지금까지 구미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1970~80년대 젊은 청춘들이 구미에 터를 잡고 직장과 가정을 일구었기 때문이다. 선배들 말을 들어보면 당시 구미엔 일자리가 넘쳐났고 전국에서 사람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수십년이 지난 지금 구미지역 경제는 침체의 늪에 빠졌다. 2세들도 더 이상 구미에 머무르지 않으려 한다. 부모는 공부 잘하는 자녀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구미지역이 인력수급 문제를 겪는 데는 구미시 청년 정책도 한몫했다. 시는 오래전부터 ‘연어형 인재 육성 정책’을 펴고 있다. 수도권 명문대에 입학한 학생에게 별도의 장학금을 주고 서울학숙까지 지어 학업을 마친 뒤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이 과연 구미로 돌아올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수도권 대학에 간 학생들은 웬만해선 고향에 다시 내려오지 않는다. 그곳에서 취직한 뒤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으며 살아간다. 결국 구미시 연어형 인재육성 정책은 청년들이 구미를 빠져나가는 데 일조했고,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지역에 우수한 고교가 있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지만 앞으로 구미시는 지역 대학을 키워나가야 한다. 과거엔 고교 졸업 후 돈을 벌러 갔다면 지금은 대학을 졸업하고 돈을 벌러 가는 시대다. 그런 점에서 구미지역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고 기숙사 지원금도 주는 정책을 펴다보면 청년들이 구미로 몰릴 거라 생각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인력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단 청년과 근로자가 머무를 수있는 정주 여건 조성은 필수다.

사실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런 정책을 준비하고 시행해야 했지만 그동안 우리는 피부로 느끼지 못했다. 지금 구미의 모든 시민들은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유치를 염원하고 있다. 하루빨리 구미지역이 인력수급 문제로 걱정하는 일이 없길 기대해 본다.
조규덕기자<경북부/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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