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딜? 재협상? 제2 국민투표?…갈림길에 선 英, 대혼란 소용돌이

  • 입력 2019-01-17 00:00  |  수정 2019-01-17
英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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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와 눈물//15일 영국 런던 의사당 앞에 모인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반대 진영 시민들이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 소식이 전해지자 유럽연합(EU) 깃발을 흔들며 환호하고 있고(왼쪽), c찬성하던 한 남성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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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하원이 15일(현지시각) 열린 승인투표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을 부결시켰다. 영국 하원의원 634명은 이날 오후 의사당에서 정부가 유럽연합(EU)과 합의한 EU탈퇴협정 및 ‘미래관계 정치선언’을 놓고 찬반 투표를 벌였다. 투표 결과 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합의안은 230표차로 부결됐다. 영국 의정 사상 정부가 200표가 넘는 표차로 의회에서 패배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장 야당인 노동당이 메이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하면서 16일(현지시각) 이를 놓고 표결이 진행되는 등 영국 사회가 새로운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영국 언론들은 메이 총리가 불신임투표에서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그 이후 상황은 한결같이 예측이 쉽지 않은 안갯속으로 보고 있다.

◆불신임투표와 ‘플랜 B’

브렉시트 합의안이 15일 부결되면서 가정 먼저 이를 이끈 메이 총리가 시험대에 섰다.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하원은 그녀의 합의안에 대해 심판을 내렸다"며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했고, 하원은 16일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야당의 불신임안 제출 직후 집권 보수당 내 유럽회의론자 모임인 ‘유럽연구단체(ERG)’와 사실상 보수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민주연합당(DUP), 메이 총리와 각을 세운 브렉시트 강경파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은 한 목소리로 메이 총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야당에 정권을 내줄 수 없다는 데 뜻을 모은 셈이다.

이에 따라 현 단계에서는 노동당이 희망하는 메이 정부 불신임 후 조기 총선 가능성은 성공하기 어려운 것으로 가디언은 전했다. 치욕적인 패배를 한 메이 총리는 불신임투표의 위기를 넘긴다면 “하원의 지지 확보를 위해 필요한 것을 확인하고자 각 당 지도부를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또 각 정당과의 논의를 통해 의회의 충분한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이 도출되면 유럽연합(EU)과 논의하겠다고 밝혀 당장 EU로 갈 계획은 없다는 뜻을 전했다.

정부는 투표 부결일로부터 3 개회일 이내에 이른바 ‘플랜 B’를 제시하게 되어 있는 만큼 오는 21일 이를 내놓을 예정이다. 플랜 B가 나오는 대로 각 정파나 의원들이 저마다 생각하는 대안을 제시하면서 브렉시트를 둘러싼 논의가 다시 한층 활발해질 전망이다.


노동당, 정부 불신임안 제출
정치적 생명 위기 메이 총리
21일‘플랜 B’제시할 예정

당혹감 못감춘 EU집행위
“우리가 원하지 않는 일 발생
비상대책 계속 추진하겠다”



한편 브렉시트 협상 상대방인 EU는 이날 합의안 부결 소식이 전해지자 영국의 EU 잔류를 촉구하는 한편,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내놓은 성명에서 “협상이 불가능하고, 아무도 ‘노 딜‘을 원하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 유일한 긍정적인 해법이 무엇인지 말할 용기를 누가 가질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지면서 영국의 EU 잔류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반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은 “오늘 저녁 투표 결과로 영국이 혼란스럽게 EU를 떠날 위험이 더 커졌다"며 “우리가 원하지 않는 일이 발생한 만큼 EU 집행위는 EU가 (비상상황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도록 비상대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능한 시나리오들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된 뒤 향후 가능한 방안들이 여럿 거론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노딜(No Deal)’ 브렉시트다.

경제를 포함한 사회 각 부분에 큰 충격을 줄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유력한 대안이 없는 데다 짧은 시간 관계상 가능한 시나리오로 꼽히고 있다. 메이 정부도 내부적으로 노딜 브렉시트를 준비하는 것으로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영국 정부는 EU와의 재협상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안에 반대하며 외무장관직을 던진 존슨 전 런던시장은 메이 총리가 EU와 다시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국민투표안도 가능하다. 메이 총리는 나라를 분열시키고 민주주의에 어긋난 것이라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노동당은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제2 국민투표는 물리적으로 EU 자동 탈퇴 일인 오는 3월29일까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탈퇴 공식 통보 2년 후 자동 탈퇴를 규정하고 있는 리스본조약 50조에 대한 논의를 통해 탈퇴 연기가 필요하다. 이밖에 메이 총리는 소속당 내 정파와 야당, EU와의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돌파구 마련을 위해 조기총선을 요구할 수도 있다. 또 의원들 사이에 메이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이 새로 제기될 수도 있다고 BBC 방송은 전했다. 이처럼 복잡한 사정 속에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브렉시트 시행이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일간 가디언은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EU가 브렉시트 시기를 최소한 7월까지 미루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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