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BMW 예찬

  • 원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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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6   |  발행일 2019-01-16 제31면   |  수정 2019-01-16

“저는 BMW입니다.” 누군가 이동 교통수단을 물을 때면 주저없이 내가 하는 답이다. 엥? BMW라고? 다들 부러워하지만 이내 싱겁게 웃고 만다. 고급 외제차 BMW가 아니라 버스(Bus)·전철(Metro)·걷기(Walking)의 축약어라는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버스 타고 가다가 지하철·지상철로 환승하고, 다시 걷는다. 출·퇴근도 하고 볼일도 본다.

이런 B·M·W의 이점은 의외로 많다. 하루 한시간 이상 걸으니 일단 신체 회로를 잘 돌려서 건강에 이롭다. 그래서인지 배도 안 나왔고 당뇨·혈압약 등 60대 전후로 상당수 남성들이 먹게 된다는 약도 모른다. 뿐만 아니다. 버스나 전철을 타면 신문·책을 읽을 수 있으니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그런데 버스나 전철 안에서 나는 ‘천연기념물’같다. 유일하게 신문이나 책을 읽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다들 스마트폰을 조작하고 있다. 카톡을 하거나 인터넷 검색,드라마·영화·만화 보기, 게임하기에 빠져 있다. 이들 외 한두 명이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겨 있을 뿐이다. 아주 드물게 책을 읽고 있는 여성을 보는 행운을 누리게 되는 날에는 영어로 ‘뜻밖의 발견’을 의미하는 ‘Serendipity’를 외치고 싶어진다. 책 읽는 여성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아는 사람만 안다. 나이 든 사람일수록 책을 든 이는 품격이 있어 보인다. ‘노년의 독서는 인격이 정장차림을 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신문도 마찬가지다. 남루한 행색과는 상관없이 신문·책을 읽는 사람은 지성(知性) 지수를 끌어 올린다.

독서의 이로움은 또 있다. 액정이나 모니터로 보는 정보는 오래 기억되지 않고 그냥 흘러 지나가 버린다. 마치 홍수 때 모든 것이 그냥 휩쓸려 지나가 버리듯이. 하지만 신문이나 책의 활자는 다르다. 중요한 내용이 두뇌에 남게 된다. 생각을 하면서 보기 때문에 정제된 침전물이 고스란히 남게 되는 것이다. 치매 예방에 글읽기가 도움이 되는 이유다. 이 모든 것이 BMW이기에 가능하다. 이 시점에서 지난해 신문의 날 표어를 되새겨 본다. ‘가장 좋은 적금, 신문 읽는 지금’ ‘정보의 풍랑속에서, 시대의 중심을 지킵니다’ ‘세상이 답답할 때 신문은 답합니다’. 신문 읽기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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