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상감영 복원사업 예산 더 늘리자

  • 뉴미디어부
  • |
  • 입력 2019-01-15   |  발행일 2019-01-15 제29면   |  수정 2019-01-15
[기고] 경상감영 복원사업 예산 더 늘리자
이원호 (<주>에이에스티 네트웍스 대표)

경상감영 복원사업이 닻을 올렸다. 경상감영은 2017년 국가 지정문화재(사적)로 지정되었고, 2035년까지 1천509억원(국비 1천56억, 시비 453억)의 규모로 복원 사업이 예정되어 있다. 최근 달성토성 위에 옮겨진 관풍루가 112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현대의 공간에 과거를 살린다는 것은 단순히 벽돌을 얹는 것과는 다르다. 과거에 대한 상상력뿐만 아니라 현재, 미래에 대한 상상력까지 보태져야 한다.

먼저 과거의 상상력은 복원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비롯한 다른 복원 문화재도 잘못 복원된 예가 허다하다. 규모가 클수록 세세하게 돌본다 하더라도 이런 부분은 더 커지게 마련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지혜가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성과를 좇다 보면 나오게 되는 실수들이다.

경상감영의 경우 주차장으로 쓰이는 쪽을 제외하고는 유물들이 땅 밑에 그대로 보존돼 있다고 추정되는 상황이다. 옛 병무청 자리 유물출토 작업이 그 증거다. 최근 1907년에 그려진 감영 공해도까지 발견된 상황이기에 복원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성과에 대한 욕심으로, 혹은 시간에 쫓겨 무리하게 작업을 한다면 복원 오류가 늘게 되고 이것이 쌓인다면 오히려 역사적 가치 재현을 좀먹게 할 것이다. 100% 고증을 거쳐 복원된다면 좋겠지만 작은 부분은 상상력으로 메워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단 이 경우에라도 복원기간을 최대한 늘리고 고증기회도 최대한 많이 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 다음 현재의 상상력은 과거를 현실화하는 힘의 결집이다. 그런데 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시비 450여 억원이 2035년까지 투입되는 데 따른 행정사무감사에서 전면 재검토가 요구된 것이다. 큰 살림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목표점은 적어도 경상감영 복원에 집중하고, 이 부분에 힘을 더 많이 모아야 한다. 지금 투입된다는 시비 450여 억원이 감영 복원에 필요한 재원의 끝은 아니다. 한때 경상감영 주변 토지를 매입할 경우 2천여 억원이 든다고 했다. 복원범위를 조정하더라도,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는 문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한다면 처음에 추정했던 예산보다는 더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것이 일의 흐름이다.

‘잘 키운 문화재’는 지역발전에 기여한다. 수원화성의 경우 1천400석 이상의 규모를 갖춘 수원갈비집 예를 넘어 주변상권 전체가 활성화됐다. ‘잘 키운 문화재 하나’가 도시를 먹여 살린다. 베이징의 만리장성을 보라. 420여 년간 경상도 수부의 상징인 경상감영 복원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대구에 타지인이 관광을 온다고 하면 의아하게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세월은 달라졌다. 요즘은 타지는 물론 외국에서도 대구로 관광을 온다. ‘대구 근대로의 여행’이 그것이다. 이런 점에서 예산 재검토나 삭감보다는 오히려 예산 확대로 힘을 모아 대구가 가지고 있는 볼거리를 더욱 볼 만하게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 미래의 상상력은 감영 복원으로 변화될 대구의 모습이다. 감영 복원이 진행될수록 주변 지가는 올라갈 것이다. 세가 안 나가서 힘들던 방천시장의 김광석 거리와 북성로 공구 골목이 그 예다.

서울의 경우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급속한 개발과 지가상승으로 성장통을 겪고 있는 곳이다. 최근 가장 문제가 되는 곳은 이태원 경리단 길인데, 급속한 지가 상승과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기존 상권이 무너져 그 자리를 프랜차이즈가 채우면서 오히려 관광객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경상감영 주변은 관이 주도해 개발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이런 부분들은 조례나 협의체 등으로 문제를 조정해 갈 수 있다.

지가 상승이 예견되는 시점에 지가 상승의 과실을 안겨주는 중구와 대구시는 지역사회에 책임을 요구할 수 있다. 물론 그 요구는 안겨줄 과실보다는 작아야 한다. 중구와 대구시는 이런 준비를 해 가면서 복원과 주변 정비 사업을 해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경상감영 복원이라는 과제가 지역발전이라는 우리 삶과 잘 맞물려 천천히 진행돼 중구, 나아가서는 대구의 100년 복원사업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원호 (<주>에이에스티 네트웍스 대표)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