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 원장의 한의학 레터] 명현반응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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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5 07:45  |  수정 2019-01-15 07:45  |  발행일 2019-01-15 제21면
병 낫기 전 몸살처럼 온몸에 나타나는 ‘극심한 고통’
[최재영 원장의 한의학 레터] 명현반응이란?
침 치료를 받고 나면 샤워나 목욕은 삼가는 것이 좋다. 명현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침을 맞고 나면 물로 씻는 것을 피해야 되나요’란 말은 진료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의 하나다. 예전부터 내려오는 말 중 침치료를 하고 나면 수기(水氣)를 피해야 된다는 말이 있었으나, 현대에 와서는 침을 맞는다고 몸에 구멍이나 상처가 나는 것이 아니기에 상관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편이다.

하지만 한의학적으로 깊게 고찰해 보면 물로 씻는 것에 대해 조심해야 함이 맞다. 왜냐하면 이는 상처가 나기 때문이 아니라 명현반응에 대해 미리 주의를 가지는 것이다.

병 이겨내려 몸이 싸우면서 아파
침자치료 후 몸 따뜻하게 해줘야

그럼 명현반응이란 무엇일까. 오늘은 여기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병이 나면 아프다. 왜 아플까. 병이 나서 몸을 괴롭히니 당연히 아픈 것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병을 이겨내기 위해 몸이 싸우기 때문에 아픈 것이다.

정말 무서운 병이란 너무 아픈 병이 아니라 전혀 아프지 않는 병이다. 대표적으로 암같은 질병이나 난치성에 가까운 증상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거의 표시가 나지 않는다. 몸이 싸울 가능성조차 없는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통증이란 것은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며, 또한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싸우고 있는 경과를 나타낸다. 진료하는 중에 할머니들이 몸이 자꾸 아파서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 말을 그대로 들으면 안된다. 죽고 싶을 만큼 아프다고 하소연하는 것이지 정말 죽고 싶다고 하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자꾸 아프니 거기에서 오는 두려움과 불안함을 위로받고 싶은 것이리라. 그럴 때 농담 반으로 “아프다는 것은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고 돌아가실 때가 멀었다는 이야기예요. 정말 죽을 때가 가까워지면 힘이 없어서 아픈 것도 표현 못해요”라고 하면 다들 슬그머니 웃고 만다.

환자가 꼼짝도 못하겠다고 불안해 하며 큰 통증을 호소할 때, 생각 외로 금방 낫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몸이 한창 싸우고 있는 것이고 싸울만한 증상이기에 급격하게 나타난다. 차라리 아픈 것도 아니고 아프지 않은 것도 아닌 채 오랫동안 지속된 경우가 회복 속도가 늦다. 물론 외과적으로 인체 내외로 큰 손상이 갔거나 몸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심각한 질환이 발생했을 때와 감별이 필요하다.

몸에 이상이 발생했을 때 인체 스스로의 치유 기전에 따라 일정한 패턴을 가지게 된다. 병이 발생한 첫 3일 정도는 몸이 어떻게든 이를 해결해보기 위해 싸움이 발생하고 심하게 아프게 된다. 그리고 4일 쯤 되었을 때, 회복되든가 아니면 회복이 되지 않아 잠복기로 간다.

잠복기란 병이 나은 것이 아닌데도 처음보단 좀 덜 아프게 느껴지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는 또다시 싸움이 나서 아프고 회복되든가 잠복기로 가든가 두가지 기로에 서게 된다. 그래서 예전 어른들이 어디가 아픈데 견딜만 하면 3일 정도 있다가 침 맞으라는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우리 옛 어른들만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으로 가도 웬만한 선진국에선 감기에 걸리자마자 병원을 찾으면 3일 정도 있다가 오라고 돌려 보낸다.

여기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아픔이 반복되며 만성적 증상으로 가게 되었을 때 이 증상이 온전히 회복되는 방법은 다시 처음처럼 크게 싸워서 이길 수 있게 몸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몸을 유도하는 것이 침자치료의 궁극적인 목표가 된다. 침 치료를 받고 아픔이 덜해야 되는데 웬걸 몸살을 하는 듯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극심하게 부대끼며 아프게 될 때가 있다. 신기하게도 이틀 정도 지나면 온몸이 가벼워지며 그동안 아팠던 증상이 어느새 회복되어 가는 것을 느낀다.

또 마음으로 그전과 달리 ‘낫겠구나’하는 안심이 들기 시작한다. 이를 명현반응이라 하며 사실 명현반응이 없이는 병의 완전한 회복은 없기에 앞에서 이야기했다시피 침자치료라는 것은 명현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하는 것이다.

명현반응이 일어나면 몸에서 병과 싸움이 다시금 시작되어 미열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때 미열을 식히기 위해 냉기를 몸에 침투시킬 수 있기 때문에 과하게 씻는 것을 조심해야 된다.

몸에 열이 날 때 목욕을 조심하는 것과 같은 이유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침을 맞는다고 몸에 상처가 나는 것은 아니기에 당연히 손과 발을 씻는 것은 상관없는데, 샤워나 목욕은 명현반응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삼가야 하는 것이다. 심하게 나타나는 명현반응이 아니라고 해도 침자치료 이후에는 몸에 변화가 오며 가볍게 미열이 알게 모르게 나타날 수 있으니 당일은 샤워나 목욕은 삼가야 한다.

침자 치료 이후에는 어떻게 하면 몸이 훨씬 더 좋아질 수 있을까? 옛 어른들은 아궁이에 불을 때고 누워있으라고 했는데, 이 말씀처럼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며 몸을 따뜻하게 하면 더욱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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