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인터뷰] 한국게임학회장 위정현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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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경모기자
  • 2019-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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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마약으로 보는 복지부…실효성 없는 셧다운 규제 빨리 없애야”

한국게임학회장 위정현 중앙대 교수가 지난 9일 중앙대 교수연구실에서 가진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게임산업 주도권의 절반 정도는 이미 중국에 뺏겼다”며 “이 상태로 가다간 한국이 IT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국내 대표 게임기업인 넥슨의 창업주 김정주 대표가 최근 회사 매각에 나서면서 국내 게임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는 저성장 국면에 갇힌 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국내 게임 업계의 상황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중국 기업 텐센트 인수설이 불거지면서 게임 산업의 주도권이 중국에 넘어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영남일보는 지난 9일 게임산업 전문가인 한국게임학회장 위정현 중앙대 교수(경영학부)를 만나 국내 게임산업에 대해 들어봤다. 20여년이란 짧은 연륜을 가진 한국 게임의 역사를 가까이에서 지켜봐 온 위 교수는 “국내 게임산업 절반 정도는 이미 중국에 주도권을 뺏겼으며, 이대로 가다간 한국이 IT(정보기술) 후진국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中정부 규제로 ‘던파’ 로열티 못받으면
매물로 나온 넥슨 가치는 반토막 날 것

‘IT 산업 양강’ 美·中과 격차 더 벌어져
한국 게임산업 내부 성장동력 고갈상태

대기업들 게임 개발 공격적으로 나서고
학계도 AI·VR 등 기술 결합 기여해야

▶넥슨이 매물로 나온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김정주 회장은 넥슨의 현재 가치가 최고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것 같다. 중국 정부의 게임산업 규제 같은 리스크를 생각한다면, 또 이런 규제로 인해 해마다 텐센트에서 1조원이 넘게 들어오는 ‘던전앤파이터’ 로열티 송금이 막힌다면, 넥슨의 가치도 반 토막이 날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위기가 현실화되지 않은 지금이 매각의 적기라고 판단한 것 같다. 업계 1위 넥슨이 매각된다면, 특히 중국기업에 매각된다면 게임업계의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지금도 텐센트는 넷마블의 지분 17.71%를 보유한 3대 주주이고, 넷마블은 엔씨소프트의 지분 8.89%를 보유한 3대 주주다. 따라서 넥슨까지 텐센트의 손에 들어간다면 한국의 ‘빅3’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이 모두 직간접적으로 텐센트의 산하로 편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세 기업이 게임산업 매출의 60%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한국 게임산업은 텐센트의 지배하에 들어간다는 의미가 된다.”

▶넥슨의 매각은 한국 게임산업의 저성장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 게임산업은 양적으로는 약간씩 성장하고 있지만 질적으로는 산업 내부의 성장동력이 고갈된 상태다. 양적 성장조차도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작년 3분기 실적을 보면 게임 빅3 중 두 개 기업이 매출 감소에 직면했다. 엔씨소프트는 3분기 매출액 4천38억원, 영업이익 1천39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4%, 58% 감소했다. 넷마블도 매출 5천260억원, 영업이익 673억원을 기록해 역시 각각 9.6%, 39.8% 감소했다. 질적인 측면에서 성장동력이 고갈됐다는 것은 산업을 새롭게 혁신할 수 있는 동력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임사들은 기존 게임 IP(지식재산권)를 모바일에 활용하는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새로운 형태의 게임이나 신규 IP 생성에는 소극적이다. 이 점에서 한국의 게임업체, 특히 메이저 게임업체들은 지극히 보수화됐다고 볼 수 있다. 해외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도 제한적이다. 이미 글로벌 시장 자체가 성숙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한국 게임이 과거처럼 공격적으로 해외진출을 하기도 어렵다.”

▶중국 게임의 경쟁력과 기술수준은 어떤가.

“현재 PC 기반의 온라인게임에서는 한국과 중국이 대등하거나 한국이 약간 앞서는 수준이다.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게임에서는 중국이 우위를 보인다. 한국시장 1위부터 10위까지의 모바일게임을 보면 다섯 개 정도가 중국게임이고 그 수는 늘고 있다. 또 중국 게임은 가격이 저렴하고 서비스 계약 조건도 좋아 한국 퍼블리셔(게임 유통 등을 맡는 업체) 입장에서는 좋은 파트너다. 오히려 중국게임을 수입해 서비스하지 않는 한국 게임업체가 이상할 정도다.”

▶한국 게임산업의 돌파구를 제시한다면.

“우선 대기업들은 공격적인 게임 개발에 나서야 한다. IT의 총아인 게임이 어떻게 전통적 제조 기업인 삼성전자나 현대차보다 더 보수적일 수가 있는가. 학계는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연구나 교육을 해야 한다. 이 점에서 학계도 반성할 점이 많다. 게임산업 초기에는 학계가 많은 공헌을 했지만 어느 단계에서부터인가 학계의 공헌이 약해졌다는 지적이 있다. 게임에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기술, VR 등의 새로운 기술이 결합되고 있는 지금, 학계가 다시 한번 게임산업에 기여해야 한다. 정부는 산업 정책을 규제와 진흥의 양 측면에서 제로 베이스상태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게임을 마약과 동류로 보는 보건복지부의 규제도입 시도나 이미 실효성이 없다고 공인된 게임 셧다운 같은 규제는 하루빨리 걷어내야 한다. 진흥 정책 역시 관성으로 움직이고 있다. 예를 들어 문체부의 ‘게임 마이스터고’ 설립이란 발상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게임산업엔 2년제나 3년제, 4년제의 게임학과 졸업생이 대량으로 배출되고 있는데 고졸 수준의 개발자가 왜 필요하다는 것인가. 정부 정책을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

▶게임이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 것으로 보는지.

“게임은 B to B와 B to C의 양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우선 B to C의 측면에서 볼 때 게임은 인간의 삶에 공기처럼 스며들 것이다. e스포츠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게임은 청소년의 삶 그 자체가 아닌가. AR이나 VR 같은 기술도 미래의 게임에 중요하다. B to B의 경우 게임은 산업 자본재나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다. 이미 인터넷 산업 곳곳에는 게임적 요소가 다양하게 스며들고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의 지식인 검색을 해보아도 랭킹이나 점수 설정 등에 있어 게임적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다. 군사 분야에 있어선 워게임, 부동산에서의 건축 모델링, 교육에서도 게임 기반 학습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게임은 응용되고 있다.”

▶게임을 넘어 IT산업 전체를 봤을 때 사실상 미중 양강체제란 주장도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2000년대에는 한국이 IT 강국으로 명함을 내 밀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인공지능이 사회적, 산업적 기반재로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의 ‘인공지능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 보고서에는 총 41개 국가 중 미국과 중국이 최상위 1그룹에 속했고, 한국은 일본, 영국 등과 함께 2그룹에 속했다. 한국의 인공지능 수준은 미국과 4년 이상 격차가 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중국과도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우리가 절치부심하지 않는다면 이런 구도에서 벗어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최근 엔씨소프트가 인공지능 개발을 위해 경력직 기자를 채용한 사실이 화제가 된 바 있다. 경력직 기자 채용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엔씨소프트가 미디어로서의 게임의 역할을 자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지능이 게임과 접목되면서 게임이 미디어로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게임은 그 자체로 엄청난 양의 뉴스를 생산하고 있다. 무엇보다 게임 인구가 늘어나면서 게임에 대한 정보나 뉴스는 더욱 중요하게 됐다. 게이머들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또는 길드나 혈맹 활동을 하면서 쏟아져 나오는 뉴스를 많은 사람들이 구독한다. 예를 들어 2009년 리니지 최강의 몬스터 용이었던 ‘안타라스 레이드(사냥)’ 성공 뉴스는 당시의 게이머들에게 충격과 흥분을 안겨주었다. 마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정사상 처음 탄핵된 것과 같은 충격이었다. 만일 이런 뉴스들이 인공지능을 통해 유저들에게 맞춤형으로 제공된다면 대단한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

글·사진=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 위정현 교수는?

△콘텐츠미래융합포럼 의장 △사단법인 한국게임학회 회장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사단법인 콘텐츠경영연구소 소장 △전 한국거래소 코스닥 상장심사 기술평가 전문가 △전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인터넷게임전문위원회 위원 △전 문화체육관광부 기능성게임포럼 교육분과 분과장 △전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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