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가 소설 ‘토지’로 살펴본 인간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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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봉규기자
  • 2019-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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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품격을 찾아서

소설 속 다양한 등장인물 삶 통해

인간의 존엄 지켜가는 모습 소개

근대 진보의 동력 ‘장터’ 풍경으로

해고·비정규직 갈등 드러내기도

한국의‘노블레스 오블리주’자문

소설가 박경리가 1969년에 연재를 시작해 1994년 8월까지 26년에 걸쳐 집필한 대하소설 ‘토지’는 원고지 4만여 장에 달하는 분량에 걸맞게 600여 명이라는 인물이 대거 등장한다. 시대적 배경 또한 1897년부터 1945년까지 반세기를 아우르고 있어 동학혁명과 지주의 몰락, 외세의 침략, 신분 질서의 붕괴, 개화와 수구, 일제강점기, 민족운동과 독립운동, 광복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세월을 겪은 한국 사회를 파노라마처럼 보여준다. 5부로 완성된 ‘토지’는 한국 근·현대사가 겪어온 과정 속에서 다양한 계층의 인간들이 처한 저마다의 운명과 역사의 상관성을 깊이 있게 그려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박경리 작가의 작품 전반에는 인간의 존엄과 소외, 낭만적 사랑과 생명 사상이 담겨 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인간이 지닌 존엄과 품격, 생명사상에 관한 이야기를 두루 품고 있는 작품이 바로 ‘토지’다. 이 소설은 다양한 인물들이 삶을 이어나가는 과정을 통해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스스로가 자신의 가장 숭고한 것을 지키는 일임을,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생명의 본능임을 일깨워준다.

김윤자 지음/ 생각의힘/ 232쪽/ 1만5천원
구시대의 낡은 관습과 제도가 인간의 존엄마저 위협하지만, 민초들은 이러한 운명의 굴레 속에서 인간임을 잃지 않으려 발버둥을 친다. 그리고 욕망에 사로잡혀 인간의 존엄성을 잃어버린 이들을 향해 멸시와 혐오의 감정을 뿜어내며 저마다 한(恨)을 풀어낸다.

그렇다면 과연 오늘을 살아가는 저자는 ‘토지’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았을까? ‘토지’를 읽으며 그 행간에서 과연 무엇을 찾아내었을까?

경제학자인 저자는 ‘토지’에서 이 시대 인간의 존엄과 품격을 찾는다. 책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저자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잃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또 잃어버린 것을 찾아 인간의 존엄을 되살리기 위해 탐구하고 노력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다양한 시각으로 조명하고 있다.

1부 ‘빈자의 품격, 부자의 품격’에서는 ‘토지’의 나라 잃은 백성이 자기 존엄만큼은 치열하게 지켜내려 했던 이야기를 시작으로 부자여서 품격이 있음이 아님을, 먹고살기 팍팍해도 다름 아닌 자기 존엄을 위해 지킬 품격이 있음을 적고 있다. 한국은 이제 ‘토지’의 보릿고개 시대가 아니다. 무려 국민소득 3만 달러대의 선진국 진입을 전망하고 있는 길목에서 그러한 전망이 가능하기 위해 빈자와 부자 모두를 위한 복지는 그들의 품격을 위해서도, 나라의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시혜’가 아닌 고효율의 ‘사회적 투자’임을 강조한다.

2부 ‘시장의 에너지와 시민의 품격’에서는 근대적 진보의 동력이었던 시장의 넘치는 에너지를 ‘토지’에서 묘사한 장터 풍경에 대비해 서술한다. 독점 시장의 폐해와 가진 이들의 천박한 ‘갑질’이 창피스러운 오늘의 대한민국이지만, 식민지 지배를 통한 왜곡된 근대화로 우리가 아직 시장의 동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저자의 평소 생각을 바탕으로 시장의 에너지를 더불어 살아가는 시민사회의 품격으로 조화시켜 모멘텀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전제로 해고를 둘러싼 갈등,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자, 낙하산 논란 등 몇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다.

3부 ‘갈등의 품격’에서는 너나 없이 불완전한 인간들의 세상에서 당연히 존재할 수밖에 없는 위기와 갈등을 풀어가는 기본 스탠스로서 갈등의 품격을 이야기한다. 미국, 영국, 유럽이 각각의 위기와 갈등에 임했던 에피소드들을 차례로 훑어보고, 지구상 마지막 남은 분단의 땅 한반도의 리스크를, 그러나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오히려 프리미엄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마지막 4부 ‘잃어버린 품격의 시간을 찾아서’에서는 ‘토지’의 몇몇 두드러진 인물들과 그 전반에 흐르고 있는 미학을 통해 존재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남녀 간, 부모 자식 간의 성(性)과 사랑, 연민을 풀어낸다. 이를 토대로 식민지 지배와 동족상잔의 전쟁, 개발 독재의 치달음 속에서 단절되어 온 우리의 태생적 품격을 찾아본다.

저자는 “‘토지’ 등장인물들은 나라를 빼앗겨 염치도 잃었다고 한탄하는데 지금의 우리는 어떤가. 염치를 돌아보고 더불어 사는 시민으로서의 품격을 갖추었는지 자문해볼 일이다”고 말한다.

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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