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이 현대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

  • 유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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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2   |  발행일 2019-01-12 제16면   |  수정 2019-01-12
마취의 시대
약물이 현대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
로랑 드 쉬테르 지음/ 김성희 옮김/ 루아크 148쪽/ 1만3천원

19세기 중반 마취제의 발명, 나치의 코카인 사용, 우울증 치료제 프로작 개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셋 다 현대를 정의하는 똑같은 논리, 곧 ‘마취 시대’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이 책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수면제에서부터 강력한 우울증 치료제에 이르기까지 약물을 통한 감정 조절의 역사를 살펴본다. 아울러 이런 약물이 자본주의 체제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함께 이야기한다.

마취제의 발명은 인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혁신이다. 마취제가 발명되기 전까지 통증은 어떤 의사도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이었다. 수술대에 누워 그 시간을 고문처럼 여기는 사람의 비명과 몸부림은 아마도 환자나 의사 모두에게 끔찍한 일이었을 것이다. 마취제의 발명은 그런 근심거리를 없애주었고, 이후 의사들은 평온한 수술실에서 환자의 정신(혹은 신체) 상태 때문에 방해받는 일 없이 자신의 기술을 펼칠 수 있었다.

저자는 마취제 이야기로 책을 시작하지만 이후에는 마취제 발명과 개발의 역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육체적인 마취만이 아니라 인간 정신의 마취, 더 나아가 흥분하기 좋아하는 ‘군중’을 잠재우는 정치적 의미의 ‘마취’까지 이야기한다. 아프지 않은 사람이 먹는 약, 피임약 개발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피임약은 이른바 신체의 기능을 일부러 고장 내 임신이 불가능하게 만드는 원리인데, 지은이는 이 원리가 항우울제의 작용 방식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피임약의 작용 방식에는 기능장애를 통해 인간을 기능적으로 만드는 이상한 모순이 잠재되어 있다고 비판한다.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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