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손맛] 학공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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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1   |  발행일 2019-01-11 제38면   |  수정 2019-01-11
‘바다의 학’겨울진객이 왔다 …한번 먹으면 반하는 달콤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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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현지꾼이 봉수방파제에서 낚은 씨알 좋은 학공치를 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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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다가 꾼들에게 주는 선물, 학공치. 학공치 무리가 연안에 붙으면 짧은 시간에 마릿수 조과를 거둘 수 있다.

20년전 내가 낚시기자로 입사한 후 맨 처음 취재를 한 것이 바로 학공치낚시였다. 엄청나게 추운 겨울, 영덕의 노물방파제. 원래는 당일치기 출장이었으나 결과물이 없었다. 이른바 ‘꽝’이었다. 나는 영덕에서 이틀을 더 머물렀고, 사흘째 되던 날 그야말로 학공치가 ‘쏟아졌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칼바람 맞아가며 방파제에서 오들오들 떨었던 그 시간들이 결코 후회되지 않을 만큼 학공치 회는 달고 맛있었다. 일본 사람들은 생선회 중에서도 ‘사요리’라 부르는 학공치 회를 유독 좋아한다. 하얀 살이 차지고 그 맛이 달콤해서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게 바로 학공치 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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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의 봉수방파제에서 학공치를 노리는 꾼들.

볼펜·매직펜·형광등
씨알 따라 다양한 애칭
남해안 등 2월까지 시즌
꾼들 몰리는 핫 포인트
전용 장비·채비 필요
연안 가까이 붙은 무리
릴 찌낚싯대보다
민장대가 훨씬 유리
꾸준한 밑밥질로
나만의 포인트 내 묶어야
입질 시작땐 속도전
바늘에서 떼고 갈무리
마릿수 조과 결정


◆학공치

학공치는 꽁치과가 아니다. 어류도감에 ‘동갈치목 학공치과’라고 버젓이 나와 있다. 즉 학공치는 꽁치와는 다른 종의 바닷물고기다. 그러나 최근 한국국어원은 학공치를 ‘학꽁치’로 표기하는 것도 허용하고 있다. 학공치는 그 씨알에 따라 다양한 애칭을 가지고 있다. 그 기원은 알 수 없으나 작은 것은 ‘볼펜’, 그보다 큰 것은 ‘매직펜’, 그 이상의 것은 ‘형광등’ 사이즈로 불린다. 형광등이라 불리는 대형급은 ‘오사리’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오사리는 사전적 의미로 ‘옥수수를 싸고 있는 껍질’을 뜻한다. 아마 그 굵기가 껍질을 안 벗긴 옥수수만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겨울, 즉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바로 학공치낚시 시즌이다. 이 시기 한반도 남해안과 동해남부 및 중부 연안에 학공치가 떼로 입성한다. 학공치가 연안 가까이 붙을 때는 릴 채비도 필요 없다. 붕어낚싯대 같은 민장대에 크릴 미끼만 달아 발 밑에 던져도 마릿수 입질을 받을 수 있는 게 바로 학공치낚시다. 그러나 꾼들이 많이 몰리는, 이른바 핫 포인트에서는 멀리 있는 학공치 떼를 노려야 하므로 여기에 맞는 전용 장비와 채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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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와 채비

▶낚싯대= 학공치 떼가 연안 가까이 붙을 때는 릴 찌낚싯대보다 민장대가 훨씬 유리하다. 그러나 자리다툼이 심한 동네낚시터에서는 아무래도 릴 찌낚시가 효과적이다. 5~5.3m 길이의 0~1호 릴 낚싯대를 쓴다. 선상낚시용으로 나온 낭창한 낚싯대가 있다면 더 좋다.

▶릴= 2000번 대면 적당하다. 원줄은 가늘수록 좋지만 굳이 학공치 낚시를 위해 새로 줄을 감을 필요는 없다. 감성돔낚시나 벵에돔낚시를 할 때 쓰던 릴과 원줄을 그대로 써도 무방하다.

▶채비= 학공치 낚시채비는 전용으로 만들어진 카드 채비가 많이 출시돼 있다. 다만 복잡한 것을 좋아하지 않거나 스스로 만들어 쓰는 재미를 느끼겠다면 간단한 연주찌 채비를 알아 두면 좋다. 가장 간단한 채비 구성은 던질찌 용도의 일반 구멍찌에 어신찌로 연주찌를 연결하는 것이다. 카드 채비로 나온 연주찌는 3~5단으로 이어져 있으나 자작할 경우 1~2개만 따로 쓸 수 있다.

▶찌= 학공치는 입질이 약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구멍찌로는 어신 파악이 어렵다. 따라서 미세 부력을 가진 발포찌(연주찌)나 소형 막대찌로 어신을 파악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찌로는 채비를 멀리 던지기 힘들다. 따라서 채비를 멀리 던질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무게를 가진 던질찌가 반드시 필요하다. 던질찌를 쓸 때는 저부력의 일반 구멍찌도 좋지만 밑밥을 넣을 수 있는 카고찌를 쓰면 집어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낚시요령

학공치낚시는 특별한 기법이 따로 없다. 다만 작은 요령은 필요하다. 일단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낚시를 하기에 자신만의 포인트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꾸준히 밑밥질을 해서 자신의 포인트 안에 학공치 무리를 묶어두어야 한다.

밑밥 품질을 한 후 정확한 포인트에 채비를 던진다. 채비가 착수되면 짧게 채비를 끌어서 빠르게 정렬을 시키는 것이 요령이다. 채비정렬이 되지 않으면 어신을 감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던지고 바로 릴을 감아 채비를 끌어주어야 한다.

활성도가 좋은 날에는 학공치가 미끼를 물고 어신찌를 시원하게 가져간다. 그렇지 않은 날에는 어신찌가 까딱 하고 움직일 정도로만 미끼를 건드리기 때문에 정확한 타이밍에 챔질을 해야 낚을 수 있다.

학공치는 주둥이가 길고 입이 작아 제대로 된 입걸림이 드물다. 많은 꾼이 한꺼번에 낚시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입질은 간사해지고 언제 미끼를 물어갔는지도 모를 때가 있다. 게다가 미끼로 쓰는 곤쟁이는 바늘에 꿰기도 힘들다. 두 번에 한 번은 곤쟁이가 뭉개져 바늘에 달기조차 어렵다. 겨울바람에 언 손가락은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아 미끼 꿰기는 정말 귀찮은 일 중에 하나다. 이럴 때는 곤쟁이보다 효과는 떨어지지만 쓰기 쉬운 작은 크릴의 껍질을 벗겨 살만 달아 쓸 수도 있다. 크릴은 곤쟁이보다 질기기 때문에 오랫동안 미끼로 사용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입질이 시작되면 이때부터는 속도전이다. 얼마나 빠르게 학공치를 바늘에서 떼고 갈무리를 하느냐에 따라 그날의 마릿수 조과가 정해진다.

학공치는 한 번 낚이기 시작하면 하루에 세 자릿수 이상의 마릿수 조과도 가능하다. 당연히 손질을 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학공치 손질을 할 때는 내장을 꺼내고 남은 검은색 막까지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 이 검은 막을 제거하지 않으면 쉽게 부패할 수 있다. 학공치의 배를 가른 후 칫솔이나 쇠 수세미로 검정막을 깨끗하게 제거하면 된다.

월간낚시21 기자 penandpower@naver.com


겨울밤 맥주와 즐기는 ‘학공치 튀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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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공치는 회로 먹는 게 가장 맛있다. 그러나 회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나 어린이에게는 학공치 튀김이 대안이다. 겨울밤 시원한 맥주 안주로도 좋다. 학공치 튀김 재료로는 학공치·튀김가루·식용유·소금·후추·청주 약간 있으면 된다.

① 대가리를 잘라내고 내장을 제거한 학공치의 포를 뜬다.

② 몸통 시작 부분의 껍질을 잡고 살짝 당겨 껍질을 모두 벗긴다.

③ 손질한 학공치는 소금·후추·청주를 조금씩 뿌려 조물조물 무친 다음 15분간 재워둔다.

④ 튀김옷에 학공치를 넣고 잘 버무린다. 이때 튀김옷은 약간 묽게 만드는 게 좋다.

⑤ 초벌튀김 때는 색깔이 노릇해지면 바로 건져낸다.

⑥ 2차 튀김 때는 초벌튀김 한 학공치를 완전히 식힌 후 다시 한 번 더 튀긴다. 이렇게 해야 바삭한 맛이 난다.

⑦ 레몬 폰즈소스나 튀김용 간장에 찍어 먹으면 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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