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명태야 와라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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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1   |  발행일 2019-01-11 제23면   |  수정 2019-01-11

‘나의 친가는 명태의 어원이 된 ‘명천의 태서방’ 집안인 셈이다. 명천의 태서방이 물고기를 잡아 왕에게 진상한 데서 명태라는 이름이 유래했다는 이야기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자신의 고향이 함경북도 동해안의 명천군임을 이렇게 소개했다.

필자가 어렸을 적, 고향 서해안에서는 갑오징어가 가장 흔한 어종 중의 하나였다. 지금은 잘 잡히지 않아 금값이지만 당시에는 흰색의 갑오징어 뼈가 거리나 집 주변에 지천으로 깔릴 지경이었다. 동해에서 명태는 더 늦게까지 흔한 생선이었지만 이제 씨가 마르기에 이르렀다. 가격이 오른 것도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지만 쉽게 대하던 생선의 실종은 멀어진 친구처럼 아쉬움을 남긴다.

명태는 잡는 방법과 잡은 후의 처리 형태에 따라 이름이 여럿이다. 그중 가장 흔한 황태는 강원도 인제군의 용대리가 원산지로 굳어져 있다. 그러나 명태가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자취를 감춘 후 황태덕장이 충남 청양을 비롯해 동해안과 무관한 지역에도 설치됐다. 지금은 인력 부족으로 휴업 상태지만 지난해까지 상주와 문경·예천 등지에서도 적지 않은 양이 생산됐다. 황태의 원료인 수입 명태가 대부분 부산항을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12년 만에 돌아온 명태가 화제다. 지난해 12월 강원도 고성군 앞바다에서 명태 280마리가 잡히기 시작해 12월 말까지 모두 2만1천여마리의 명태가 잡혔다. 이에 앞서 4월에도 고성 앞바다에서 명태 200마리가 그물에 걸렸다.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동해 연안에서 부화돼 북태평양 베링해·오호츠크해까지 갔다가 동해 연안으로 돌아와 알을 낳는다. 사라진 원인이 바다의 수온상승 때문인지 싹쓸이 어업 탓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돌아온 것만은 무척 기쁜 일이다.

한동안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던 태 전 공사가 최근 조성길 주 이탈리아 북한대사관 대사대리의 망명건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태 전 공사는 외무성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조성길에게 “내 친구 성길아, 한국으로 와라”는 내용의 편지를 공개하고, 그와 가족의 한국행을 지지하는 시민연대에 참여하는 등 동료 외교관의 입국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돌아온 명태가 친구를 부르는 태 전 공사의 심정을 더 깊이 생각게 한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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